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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가로수길을 걷다....2010.10.15.금

나베가 2010. 10. 22. 21:05

 

 

 

무작정 '길'을 걷고 싶은 계절...

가을이다.

그 길이 은행나무 잎이 가득 쏟아진 길이면 더욱 운치가 있겠고...

이름이 낭만적이면  더욱 걷고 싶을 터였다.

 

 

 

 

그래서 찾은 길이 '압구정 가로수 길' 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계절이 일러 은행나무 잎은 아직 푸르른 채 싱싱하게 서 있었다.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스치는 옷깃의 찬 바람에서 가을의 정취는 물씬 풍겨났다.

아니...그 어떤 것도 내 마음에서 일고 있는 가을의 정취를 누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 마음은 이미 가을의 느낌과 색채, 내음으로 가득 찼었으니까...

 

 

 

 

 

쇼핑센터가 즐비했다.

거대한 백화점 빌딩보다 아기 자기한 이쁜 가게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쇼윈도우의 마네킹들의 멋드러진 패션을 구경하는 일도 즐거웠다.

 

 

 

 

 

 

 

 

그러다가 맘에 드는 옷가지들이 있으면 들어섰다.

이것 저것 옷가지며 모자,구두,머플러...등 악세사리들을 구경하는 일 처럼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유행의 흐름도 파악하고

또 입어도 보면서 가게들을 하나씩 하나씩 탐닉(?)했다.

 

 

 

 

그러다가 결국

우린 똑같이 옷을 하나씩 샀다.

 

 

 

 

너무나 맘에 들어서 '건졌다'는 표현을 거침없이 쓰면서 신바람까지 났다..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갔다.

 

 

 

 

 

 밤에는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보러 세종으로 가야한다.

 

 

 

 

안타깝게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가로수 길을 맘껏 거닐고,

몇발자욱 마다 있는 근사한 까페에 들어가서 맛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을까 ...

조급함으로 맘을 졸여야 했다.

 

 

 

 

어느사이 가로수 등엔 불이 밝혀져 있었고, 가게에도 하나 둘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거리는 처음 보다 더없이 낭만적이 되어갔다.

 

"오옷~이 거리는 지금부터가 더 멋지네~"

 

 

 

 

그러나 우린 결국 너무나 맛있다는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서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빵을 사가지고 나왔다.

아무래도 공연시간이 너무 촉박해 질것 같아서~

 

 

 

 

다음에 은행나무가 수북이 쏟아지고...

살갗에 닿는 찬바람이 좀 더 차지면...

그래서 마음속에 쓸쓸함이 아프도록 채워지면...

그때 이곳에 다시 오자.

 

그땐 가장 전망좋은 근사한 까페에 들어가서 음악으로

따듯한 커피로 쓸쓸한 마음을 따듯하게 데우는 거야~

 

 

 

 

 

하아~ 가을은 그래야 하는거야~

가을에 쓸쓸함을 즐기지 않으면 ...

가을에 아픔을 느끼지 않으면...

아~~그건 가을이 아니지~

 

 

 

 

 

자욱 자욱 걸음을 뗄때마다....

어둠이 한웅큼씩 더해지면서

가로수 길의 낭만은 깊어갔다.

 

 

 

 

 

 

 

 

 

이쁜 가게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걸었다.

너무나 단촐한 가게였는데...

빨강과 파랑...초록의 원색의 조합이 이뻐서 우린 멈춰섰다.

 

 

 

 

 

 

 

 

벽에 그린 여인네가 아름다웠고,

쬐그맣게 매달린 Cafe 글귀는 앙증맞게 이뻤다.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아니, 가게 불빛들이 아름답게 다투며 거리를 수놓는다.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사진을 찍으며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가로수 길 시작이자 끝이다.

시계를 보니 그나마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섭섭했었는데....

우린 가로수 길 그 끝에 있는 햄버거 집으로 들어섰다.

여유없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아주 맛이 좋았다. 더없이 행복했고...

흠이라면....비싸다는 것....ㅎㅎ

Tax까지  붙다니...15%나~

 

 

 

 

 

 

 

이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있었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아주 훌륭했다.

일단은 흔히 볼 수 없었던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흥분되는 일이었다.

 

1막의  백작의 궁에서 펼쳐졌던 화려한 파티로

18세기의 생활상과 귀족들의 화려한 의상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이 오페라를 보는 재미였고

2막부터는 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으로 그동안  오페라에선 보기 힘든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

내용으로 보아 벨칸토 오페라 처럼 아름다운 아리아들이 나올 그런 오페라는 아니었지만

출연진들의 훌륭한 연기와 가창력은 충분히 관객을 끌어들일 만큼 호소력이 있었다.

 

뜬금없이 오페라 제작비가 엄청날 거 같다는 생각에 빠졌었다는...

무대 제작비와 그 많은 출연진들의 화려한 드레스 제작비..

더우기 이 오페라는 1막과 2막의 의상들이 싸악 바뀌기 때문에 ...ㅎㅎ

 

오늘 가로수길을 거닐며 옷가게들을 섭렵하고 다녔던 후유증??

오페라 제작비가 비단 의상비에 국한되겠는가~

그건 아마도 어마 어마한 제작비중에 극히 일부일것이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암튼...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속에 공연을 마치고 홀을 빠져 나왔다.

광화문의 거리도 아름다웠다

아니, 늘상 처럼 활기찼다.

 

 

 

 

 

에고~ 그나 저나 내일 새벽 4시에 설악산 등반으로 나가야 되는데....

아무래도 이제 집에가면 밤 12시... 씻고, 밥하고 반찬 만들어 식구들 밥먹을 거 챙겨놓고 또 도시락 싸고

커피도 내리고...이것 저것 준비하고 다시 화장하고 옷챙겨입고 나갈려면...??

아무래도 밤을 새야만 할것 같다.

ㅠㅠ

 

오늘 하루 빡센 일정... 

오전 두금회 모임부터 오후에 가로수 길 걷기, 밤에 오페라까지 다 좋았는데....

아구구~끝이 좀 그렇구만~

아니, 걍 설악산까지 오늘 일정으로 붙여넣기 해 버리지 뭐~

글구...모레 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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