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0년)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2/바흐,교향악으로 태어나다/4.28.목/아람음악당

나베가 2010. 4. 29. 04:42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하지만 우리에게 바흐는 왠지 근엄하고 딱딱하면서 교과서적인 이미지로 먼저 다가옵니다. 과연 바흐의 음악은 지루하고 졸렵기만 할까요? 바흐 음악의 화원에 조금만 발을 들여놓으신다면 여러분은 그 어떤 대중음악보다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사운드에 매료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바흐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전히 편곡되어 현재진행형으로 연주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람누리 마티네콘서트 두 번째 무대에서는 3관 편성의 웅장한 오케스트라로 옷을 갈아입은 바흐를 드디어 한국 초연으로 만납니다. 멘델스존이 ‘마태수난곡’을 다시 연주하면서 그 음악성을 인정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은 바흐. 20세기에는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초석을 다졌던 전설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바흐의 음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1930년대에 처음 시도한 이 작업은 멘델스존의 바흐 재발견과 맞먹는 대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지휘자들은 앞다투어 바흐를 콘서트 홀에서 들려주며 청중을 매료시켜왔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동안 음반으로만 들어야 했던 스토코프스키 편곡의 바흐 음악을 지휘자 여자경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바흐 건반악기 전곡 시리즈 음악회를 강행해 파장을 일으켰던 ‘바흐 음악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강충모의 연주로 만나봅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3번 ‘전주곡’으로 첫 팡파르를 울리는 이번 무대는 프랑스 모음곡 제5번의 ‘지그’로 이어져 앙증맞은 피아노 연주와 웅혼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연주를 번갈아 감상합니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음악이 사라져도 이 곡 하나면 충분하다고 극찬 받았던 우주적 의미를 담고있는 음악 ‘샤콘느’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3번 중 ‘프렐류드’
m Partita No.3, BWV.1006 for Solo Violin

오케스트라 모음곡 제3번 중 '아리아'
'Aria' from Orchestral Suite No.3

코랄 전주곡 ‘내 주는 강한 성이요’ BWV.720
Chorale Prelude: 'Ein' feste Burg', BWV.720

플루트 소나타 BWV.1017 중 ‘시칠리아노’      피아노 강충모
‘Siciliano’ from Sonata, BWV.1017

켐프 편곡 - 플루트 소나타 BWV.1017 중 ‘시칠리아노’
‘Siciliano’ from Sonata, BWV.1017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중 ‘지그’      피아노 강충모
‘Gigue’ from French Suite No.5

프랑스 모음곡 제5번 중 ‘지그’
‘Gigue’ from French Suite No.5

부조니 편곡 -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중 '샤콘느 d단조'      피아노 강충모
'Chaconne in d minor' from Partita for Solo Violin No.2, BWV.1004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중 '샤콘느 d단조'
'Chaconne in d minor' from Partita for Solo Violin No.2, BWV.1004‘Preludio’ fro
지휘 여자경
한양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지휘과에서 박은성을 사사하면서 지휘에 입문하였다. 이후 빈 국립음대에서 Leopold HAGER를 사사하였으며, 매년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야나체크 장학금을 획득하였다. 2008년 러시아 프로코피예프 지휘콩쿠르에서 여성 최초로 수상자 명단에 올랐으며, 멕시코 마타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가 수여하는 지휘자상을 수상하였다.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국내외 유수의 명문 악단을 지휘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
국내 최정상의 피아니스트이자 탁월한 교육자로 잘 알려져 있는 강충모는 2000년을 전후로 선보인 바흐 전곡시리즈를 통해 한국 피아노 연주사의 큰 획을 그으며 음악계와 애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바흐 스페셜리스트는 일찍이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탁월한 연주력을 세계무대에 과시했으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초청연주를 가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와 동시에 교수로 초빙되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다수의 국제콩쿠르 입상자를 배출해내고 있으며, 유로뮤직페스티벌의 음악감독 및 일본 이시카와뮤직페스티벌의 교수를 맡고 있다. 2005년 10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바르샤바 쇼팽 국제콩쿠르와 시드니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고, 더블린, 상하이, 클리블랜드, 서울 국제 콩쿠르 등 권위 있는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故홍연택에 의해 1985년 순수 민간 교향악단으로 출범한 코리안심포니는 매년 정기연주회와 다양한 기획연주회를 선보이며 연평균 100여 회 이상의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87년부터 국립극장과 전속 계약을 맺어 국립오페라, 국립발레, 국립합창의 반주를 맡아왔으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내한공연 음악을 담당하였다. 2001년 3월에는 창단 16주년을 맞이하여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하면서 예술의전당 상주오케스트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2007년 12월, 박은성 지휘자를 제2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맞이한 코리안 심포니는 이를 계기로 연주기량과 오케스트라 운영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전체 교향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공연후기.... 

내가 봉사를 맡고 있는 성서 백주간 공부가 목욜날이기 때문에 

사실 마티네 콘서트는 관심목록에서 배재된 공연이었다. 

그러던 중 의정부 교구 신자들에겐 일괄 만원에 이번 바흐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는(사실은 30%할인이었다.) 성서 공부 못지않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해서 우리 팀원 모두가 성서묵상 대신 공연에 가기로 합의를 봤다..

 

아침 일찍 아람누리에 가서 야외 테이블에서 성서 공부하고, 커피에 다과까지...그리고 공연....

그렇게 야심찬 계획을 짰지만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한파때문에 야외에서의 성서묵상은 담주에 2주 분량을 하기로 하고 오늘은 공연 나들이에만 푸욱 빠져보기로 했다.

 

이 행복한 시간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또 다른 준비....

프로그램을 비롯 오늘의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한번 숙지하고 

부랴 부랴 샌드위치까지 만드느라 분주한 아침시간을 보냈다. 

늘상 공연장에서 사는 나지만 이제 그 감동이 팀원들에게도 전해질것을  생각하니

그 어떤 때 보다도 들뜬 마음이 나를 감싸왔다.

 

여유를 즐기려고 일찍 갔는데도 로비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우리는 2층 로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샌드위치와 커피타임.....

그리고 공연에 대한 약간은 흥분된 이야기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공연시간에 임박해 홀로 들어갔다.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영상물과 함께한 상세한 해설은

우리 팀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감동을 배가시켜주었을것이 분명했다.

더우기 프로그램도 이해하기 정말 쉽도록 독주로 먼저하고, 이어서  같은 곡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다시 하는...

음악형식에 대한 설명도 너무나 상세하고 알기쉽도록 해설을 해 주어서 여간 좋은게 아니었다.

팀원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나름 준비를 해가지고 갔던 것은 사실 필요치도 않았다.

너무나 상세하게 해설을 해주었으므로...ㅎㅎ

 

사실....이 모든건 그냥 기우에 불과했다.

첫곡 프렐류드의 아름다운 선율이 홀안을 메워오는 그 순간 ...

그 어떤 해설이 없었어도 온 마음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을테니깐...

무반주 바이올린곡을 오케스트라곡으로 듣고 있노라니 마치 악기수 만큼 각양각색의 소리 빛깔로 감동이 온몸을 파고드는 듯 했다. 

아름답다!! 고.....온몸이 말하고 있었다.

그 다음곡 아리아도, 합창곡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들을때도...

 

바흐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에 대한 그의 위대한 업적, 에피소드..

특히 수직적 연주와 수평적 연주를 함께 도입해서  완전한 음악으로 만든....마치 완벽한 십자가가 되듯...

푸가형식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되는 지 보여주었던 것...

그리고 그 연주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 지...느끼게 해주었던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강충모 연주와  오케스트라 연주로 같은 곡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늘 연주회의 백미였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시칠리아노, 푸가의 음악형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지그,

특히 마지막 샤콘느 연주를 들으면서는 저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슬픔이 가슴을 복받치게 만들었다.

어느순간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만 같은 격정이....

아!! 왜 항상 감동이 복받치면 슬픔까지 덩달아 엄습해 오는 걸까....

슬픔과 아름다움은 같은거??

 

그래. 어쩌면 슬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가슴아픈 일만은 아닐지도 몰라~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슬픔이 엄습해 오고 눈물을 쏟아내면 그 순간 내안의 모든 게 치유되기도 하거든~

그건  내가 가장 나락으로 떨어져 있을때...

그제서야 신이 내안에 들어올 수 있기때문일 지도....

ㅎㅎ

 

어쩌면....

세상 모든건 오직 눈물로만 치유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는 샤콘느....

그 감정에 복받쳐 오늘 나도 모르는 내 마음 한구석 상처를 치유받은 듯한 기분으로 공연장을 나왔다.

팀원들의 환한 표정에서도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맑은 공기를 쐐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격주 목욜에 펼쳐지는 마티네 콘서트에 단골 고객으로 등재할것을 약속했다.

성서공부는 2시간 일찍 만나서 하기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