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가을...
아침에 눈을 뜨면 창으로 들어오는 가을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두르게 된다.
그냥...
우리 둘다...
느지막히 일어나 벌써 오전이 다 지나가 버린 시간....
그나마 남은 시간 마저 후딱 후딱 지나쳐 버리는 걸 아까워 하며
아침겸 점심 먹은걸 후다닥 치우고는 우린 오늘도 가을구경에 나섰다..
옷을 챙겨입고 나서는 나를 보더니 울 남편 흠짓 놀라며 머리를 한번 흔든다~
ㅋㅋ
"어디로 갈까??
북쪽으로...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면 차가 엄청 막히고..."
"에잇~ 그럼 당근 북쪽이지~"
우린 북쪽으로 달렸다.
아~근데 이게 왠일이람~
일주일 상간으로 이렇게 계절이 화악 바뀔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도 길섶에 후드러지게 쌓여있던 낙엽들이 정말 단 하나도 없이 깨끗함...아니, 너무나 썰렁한 자태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나뭇가지는 휑하니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멀리 보이는 산도 그렇고 들도 그렇고 색깔이라곤 오로지 색바랜 고동색뿐이었다.
헉!!
실수했다~
차가 밀려도 남쪽으로 가는 건데....ㅠㅠ
"그래도 좋잖아~ "
그래~ 맞다. 함께 함이 좋은거지...
우린 강원도를 갈때 이길로 잘 가는 산정호수 정상에 있는 장터에서 칡즙도 한잔씩 마시고 또 먹거리를 샀다. ㅋㅋㅋ
더덕도 사고, 내 두 주먹크기만한 석류도 사고, 표고버섯도 사고....
어느새 차는 춘천에 들어섰다.
그런데 아침부터 머리가 아프더니 점점 더 심해져만 같다.
경치가 멋있었다면 내 혼을 쏘옥 빼버려 머리 아픈것 조차 잊었겠지만 볼거리도 없으니 두통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다.
아무래도 어제 제사준비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잔데다가 밤늦게 제사음식 먹은게 아무래도 좋지않은것 같다.
내가 옆에서 좋다구~호들갑도 좀 떨어주고 해야하는데, 자꾸 졸고 있으니 울 남편도 여늬때 처럼 운전하는데 신명이 나지 않았을거 같다.ㅎㅎ
암튼...잠깐 조는 사이에 춘천댐은 지나쳤다.
"엉?? 뭐얏~ 우리 남이섬 가는거 아니었어??"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무슨 남이섬엘 가~~거기 멋없어."
ㅠㅠ
춘천시내에 들어서니 약국이 보였다.
나는 잠시 내려서 약을 샀다.
차에 오르는 나를 보더니 울 남편 한마디 했다.
"아쭈~~ 걸어오는거 보니 당신 영화배우 같애~
조만간에 섭외들어올것 같아~"
"히힛~ 그랬어??"
ㅋㅋㅋ
결국 우린 그렇게 춘천댐을 지나치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게 뭐얏~~ 나 이렇게 이쁘게 차려입고 겨우 차에서 내려 약국 갔다왔잖아~~ㅠㅠ"
"그래도 내가 당신 영화배우 갔다고 그랬잖아~~"
푸하핫<<
이게 바로 새로 개통된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다.
길도 깨끗하고 .....
하늘엔 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와아~
가을 여행을 떠났다가 뜻밖에 만난 뜻밖의 풍광....
나는 정신없이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딱 요 순간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울트라 마린 블루...
그리고 프러시안블루 빛으로
다시 인디고 블루....
나는 노을이 질때 붉은 빛보다도 그 주변으로 어둠이 밀려들며 나타나는
블루빛에 열광한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데 멀리 노을과 그 주위의 구름에 어울려
톨게이트 등불과 자동차 불빛조차도 아름다워 보였다.
와아~~
그래도 결국 오늘도 감동지수 한건은 올렸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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