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날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주방에서 아침상을 차리는데 창밖으로 한웅큼 낙엽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이 얼마나 환상적인 지....
아침상을 차리다 말고 카메라를 찾았다.
그러나
얄궂게도 다시는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이었다.ㅠㅠ
아침식사를 마친 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옷을 주섬 주섬 챙겨입고 우린 떠났다.
집앞을 나서자 마자 흐드러진 가을 풍경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오옷~
주차장으로 향하다 말고 카메라를 꺼내들고 몇장 찍었다.
"어디로 갈까??"
"아무데나~~"
사실 행선지는 상관이 없었다.
그저 떠나고 싶었을 뿐....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맞이해줄 터였으니까...
아니, 이미 가을에 흠뻑 취해 마음속은 낭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니까...
우리는 어느새 강화도를 향하고 있었다.
외포리로 가는 길....늘 가던 길이었는데 ....
낙엽을 후두둑 쏟아부어놓은 길은 오늘따라 더없이 풍요롭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밤새 비에 젖었어서 그런가??
나무줄기가 마치 봄비에 물이 오르듯 초록이끼로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뒤덮여 있는 것이
갈색 낙엽과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려 이색적인 느낌을 주었다.
"오오~넘 멋지다!! 자기야~ 잠깐만 서서 사진 찍었음 좋겠다~"
"이게 뭐가 멋있다구~~ㅠ"
ㅋㅋㅋㅋ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달려나오니 어느새 바다가 보인다.
마치 기대에도 없던 풍경이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진듯 또 난 흥분해 카메라를 들이민다.
울 남편 저만치 앞에서 차를 세워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ㅎㅎㅎ
역시 내가 요즘 울 남편을 꽃미남이라고 추켜 세워졌더니 효과가.....ㅋㅋㅋㅋ
다시 차에 올라 작은 포구로 갔다.
몸에 기억장치가 되어있는 양, 발길 닿아 내려보면 늘 가던 곳이다. ㅎㅎ
사방에서 자기 집에 와서 회를 먹고 가라고 손짓을 해댔지만, 아침을 워낙에 늦게 먹은 지라
우린 그냥 바닷가로 내려갔다.
배가 드나들며 그어놓은 바닥의 표면들이 마치 추상작품 같아보인다.
멋지다!!
바다는 언제나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어~
늘....
외포리 포구로 갔다.
한무리의 갈매기떼와 사람들을 잔뜩 싣고 마악 떠나는 배를 보니 우리도 그냥 저 섬으로 가서 하루 묵고 올까....싶었지만...
그냥 어시장으로 들어갔다.
김장철인지라 시장안은 온통 새우젖을 파느라 북새통을 이루었다.
카메라메고 팰트모자까지 쓴 나의 의상이.....새우젖을 사기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지만... ㅍㅍㅍㅍㅍ
그래도 나 역시 몇주 뒤면 김장을 담그어야 할 주부인지라
새우젖과 생새우...그리고 울 남편이 좋아하는 조개젖과
밖의 과일 시장에서 역시 울 남편이 좋아하는 단감을 사가지고 차에 올랐다.
ㅋㅋㅋ
우린 매번 드라이브만 나오면 시장을 잔뜩 봐간다.
도대체 어떤때는 여행을 갔다온 건 지 시장을 봐온건 지 모를정도로....ㅋㅋㅋㅋ
어쩌면 우리에겐 여행이란 의미가 딱 고만큼인 지도 모른다.
행선지도 없이 그냥 달리고 싶은 길을 달리고...
멈추고 싶으면 그곳에서 머물고...
먹고싶은것 먹고...시장도 봐오고...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곳에서 커피도 한잔 하고...
그러다 보니...
어떤때는 그냥 달리다가 되돌아 오기도 한다.
ㅋㅋㅋㅋ
까페 TOUCHART 의 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얼마나 환상적인 지...
그 풍미가 귀족적이라고 할까???
정말 품격이 느껴지는 ......
그래서 강화에서부터 마시고 싶었던 커피를 꾹꾹 참고, 차를 돌려서 헤이리로 향했다.
순전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지난 주만 해도 TOUCHART 화랑 입구 나무엔 이파리가 잔뜩 달려있었는데 한주사이에 나무 줄기만이 앙상하다.
늘 이곳을 오면서 수백년이 되었다는 아래 사진의 헤이리 나무를 그냥 지나쳤다.
오늘은 한컷 담아보자.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먹고 벌렁 드러누어 쉬다가도 좋은곳..
화랑 발코니에서 사진을 한컷 찍고 있는 사이 울 남편은 벌써 까페에 들어가서 주문을 해놓고는
밖의 테라스에서 마시자고 빨랑 내려오라고 손짖을 한다. ㅎㅎ
해질녘 헤이리 풍경....
너무나 낭만적이다.
특히 연못을 끼고 있는 이곳의 풍경은 그중에서도 압권!!
아니....에스프레소 마끼아또가~~
조각 설탕을 조금 넣어서 살살 저은 뒤 마시면...
먼저 우유거품의 부드러움이 혀끝을 유혹하고...
그리고 약간은 쌉쌀한 진한 커피맛과 형언할 수 없는 커피 향이 그 다음...가슴끝까지 유혹하고...
마지막으로 아직 채 녹지않은 조각설탕이 진한 커피와 어우러져 그 달콤함이 자지러들게 한다는....
ㅋㅋㅋㅋ
난 이집 커피를 마신 이후로 다른 집 커피를 마실때 마다 이곳에 오고싶어 안달이 난다는....
아~~ 나는 왜케 중독이 잘되는 것일까...ㅠㅠ
내가 이집 커피에 완전히 반한걸 아는 사장님께서
똑같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로 리필을 꼭 해 주신다는.....감동 감동~~~
날씨도 춥지도 않고 얼마나 좋은 지....
우린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그저 우리도 이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되어 마냥 일몰을 즐기고 있었다.
단 한마디......
"자기야~ 여기 이 시간에 너무 좋다~~ 그치??"
"응~"
나는 짖궂게 계속해서 남편 사진을 찍었다.
다른때 같으면 뭐라고 한마디 할만도 한데...울 남편 가만히 앉아 있는다.
오오~~이 남자도 완전히 이 분위기에 취해 있구먼~~
ㅋㅋㅋㅋ
사실....
난 시치미를 뚝떼며 이곳의 문을 닫을 때까지 있고 싶었다.
그런데..
울 남편...미사갈 시간이라고 ...일어서자고 한다.
흑:::::
그 시간 눈치챌까봐 모르는 척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오늘 하루만 딱 ....미사 빠지면 안될까염??
ㅠ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비올레타의 아리아
'안녕, 지난날의 찬란한 추억이여'
Giuseppe Verdi (1813 - 1901) / '
from La traviata (Act III)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Aldo Cec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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