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하게도 아들이 군에 갔다는 사실이 새삼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논산훈련소 운동장 스탠드에서 함께 군악대를 멍청히 바라보다가 느닷없는 <신병집합> 소리에 뛰쳐나가고...
그렇게 먼발치서 행군하는 아들의 손짓만을 여운으로 남긴 채 돌아서 온 지가...
그리곤 어디다 밀쳐두었는 지도 모르는 9일 기도 책을 찾아 기도를 시작했고,
주일 미사도 겨우 마지막 미사에 참례했던 내가 매일 평일미사를 다녔고...
혹시나 한시에 넘겨주는 편지를 못받아 쓸쓸해 할 아들의 얼굴이 떠올라 매일같이 인터넷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곤 생전 날씨에 무신경했던 내가 눈뜨면 날씨부터가 가장 신경이 쓰였습니다.
울아들 소원대로
'바람아 불어라~ 바람아 불어라~'
걱정과는 달리 점점 늠름하고 의젖해 가는 아들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받은 자대배치.....
너무나 머언...우리나라 끝 <창원>으로 배치가 된것입니다.
열차를 타고 가도 가도 끝이 없게 보였을....
아들의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한없이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습니다.
뜻밖에도 아들에게서 전화가 자주 왔습니다.
선임들이 잔뜩 긴장해 얼어붙어 있는 신병에 대한 배려였겠죠~
당장 달려가 면회를 하고싶었지 마는 잔뜩 긴장한 아들 녀석이 손사례를 짓습니다.
좀더 지나면 오라고.....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간절했던 첫번째 면회를 갔습니다.
설레임으로 그날 밤을 꼬박 새고 집에서 새벽 4시반에 출발을 해서 첫 고속버스로 떠났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를 해가고, 어떻게 찾아가야 하고....잔뜩 낯설음으로 첫 면회를 그렇게 찾았고,
전 태어나서 울 아들이 그렇게 말을 많이 술술 하는 것을 처음 본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 내가 공부와 상관없는 울아들 얘기를 그렇게 오래도록 관심을 가지고 들어 주었나 생각하게 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여행이 이보다 더 감동을 제게 줄까요~
밤을 꼬박새고 갔다왔음에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아들의 모습만이 둥그렇게 달처럼 떠올라 저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매주 이렇게 울 아들을 보러 여행을 가야지!'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으로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했답니다.ㅎㅎ
아~~그랬는데.... 또 이녀석이 못오게 합니다.
ㅎㅎㅎ
그렇게 3주가 바쁜 일상속에서 후떡 지나갔습니다.
남들이 다 여름 휴가로 들떠서 계획을 짜며 설레임으로 지냈던 것처럼
우리도 언제 어떻게 갈지....
이왕가는 거 근처 여행을 할까?? 어떻게 하면 울아들과 가장 오래 있을수 있을까...별의별 궁리를 다 했습니다.
아직 100일 휴가를 안 나왔기 때문에 외박이 안되서....결국은 그냥 토욜 심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녀석도 잔뜩 그리움으로 들떠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무엇이 먹고 싶냐는 말에, 미리 말하면 먹고 싶어서 안된다고 꾸욱 참던 말을 쏟아냅니다.
세상에 또 이렇게 자식이 먹고 싶다는 것을 신이나서 사본 적이 있을까요??
아직은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고, 또 너무 멀기때문에 감히 만들어 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미리 살것과
그곳에 가서 살것을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집에서 밤 10시에 출발을 해서 터미널에 가서 50여분을 기다렸습니다.
12시 버스가 있었지만 창원에 너무 일찍 도착할것 같기도 하고, 우리밖에 안 탈거 같았던 심야버스에 좌석이 없어서...
잠이 절대 오지 않을거 같았는데...깜깜한 분위기때문인 지...
정말 딱 2번째 깨니까 창원이거예요~ㅎㅎ
심야라 30분 일찍 도착해서 4시간만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직 어둠이 전혀 걷히지 않은 새벽 4시 45분!!
방학이라 김해에 내려가 있는 딸아이의 친구가 그 시간에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ㅎㅎ
기특함..반가움....뭐 이런걸로 뒤엉켜진 우린 반가움을 뒤로 한채...이 시간에 도대체 어디서 뭘하며 기다릴까가 걱정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공업도시인 창원에 갈곳이라곤 '찜질방' 밖에 없다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홈프러스 직원의 말에
인터넷을 보고 창원투어에 그럴듯한 해변소개가 있어 <새벽바다>를 보며 커피한잔....
낭만을 생각했던 나는 허탈 웃음을 웃고는 다시 터미널로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또 시간은 후떡 지나 6시에 터미널 내에 있는 까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 까페로 들어가 모닝set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다 보니,
3시간은 애들이나 나나 한순간에 지나간 듯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근처엔 뉴코아와 홈프러스가 있어서 이것 저것 준비하기엔 아주 좋았습니다.
신이나서 이것 저것 준비를 하고 아들에게 GO~
그렇게 일찍 준비를 하고 갔는데도 벌써 두팀이나 면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먹을것을 쫘악 펴서 나름 셋팅(?)을 하고 나는 밖에 나가서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먼 발치서 걸어 내려오고 있는 군인아저씨의 걸음새가 울아들이 맞습니다.
ㅎㅎ 양손을 높이 들고 손을 흔드는 엄마와는 달리 울 아들은 군인이라고 한손만으로 절도있게 아는 척 신호를 보냅니다.
반가움이 하늘을 찌를 거 같습니다.
이렇게 아들이 좋을까요?? ㅋㅋ
1년이 넘게 못보았던 누나와 누나 친구까지의 만남에 짐� 낯설음을 보이더니 반가워 죽습니다.ㅎㅎ
이것 저것 준비해간걸 끊임없이 잘도 먹는 남동생을 보더니, 누나...한마디 합니다.
"와아~ 너 진짜 잘 먹는다~ 그게 다 넘어가니?"
"누나도 이런 거 전혀 못먹는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먹고 싶고 맛있는 지...ㅋㅋ"
잘 먹는게 또 이처럼 사랑스러울까요?? ㅋㅋ
아마 평생을 두고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ㅎㅎ
끝까지 같이 시간을 보낼거라 생각했던 누나가 친구와 먼저 자리를 뜨니,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드러냅니다.
내맘과는 달리 아들녀석은 엄마보다 누나와 더 오래 있고 싶었었나 봅니다.
애써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누나를 두둔해주고 아들의 섭섭함을 가라않히고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오락 가락 하는 비바람이 초록을 더욱 싱그럽게 하고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린 들락 날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벌써 울아들은 훈련소 시절이 그리운 듯 그시절 얘기와 친구들 얘기로 도배를 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아빠는 계속 전화를 합니다.
다다음주에 나올 수 밖에 없다던 사람이 아들과 서로 휴가 일정을 맞춰보며 서로 작당 모의를 하는거 같았습니다.
그 보고픔과 함께하고픔이 내게도 그대로 전달이 되어 안타깝기도 하고 사랑스럽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아침 10시반부터 4시 50분까지의 면회는 한순간에 지난 듯 지나쳐 버렸습니다.
다음 면회는 시간이 이 보다 길게 느껴질까요?
남들이 우스개 소리로 말하듯, 나중엔 면회는 커녕 휴가나옴도 무야 무야 귀찮아질까요???
ㅎㅎ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가 휘청거릴 정도로 비바람이 무섭도록 내렸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비....
시원해 보여서 좋아했는데, 어젠 무섭더라구요~
다행히 서울에 도착하니 영롱한 불빛을 머금은채 비는 그쳐 있었어요.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딸 말따니 무박 2일의 기인 여정이었지만<토욜 10시 출발 월욜 01시 도착이니 무박 3일인가요??>,
우리 둘다 너무나 행복했던 여행아닌 여행이었습니다.
군에서의 2년이란 시간이 ...아들에게는 평생에 단 한번 뿐인 세상과는 또다른 삶 안에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고,
또 내게도 평생에 추억으로 간직될 그런 귀한 시간이 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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