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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당 8월 강의.....2007.8.16.

나베가 2007. 8. 20. 20:34

풍월당 강의에 입문하자 마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다 귀염동이 소희씨 덕분에 얻은 행운이다.

 

탐나는 음반들로 빼곡한 샵도 좋지만 음악 감상실 분위기는 너무나 좋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스케쥴도 좋고, 즉시 음반도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맛있는 커피와 간식은....ㅎㅎ 덤이지만 더욱 좋다.

 

이번 베토벤 운명교향곡 5번 집중 해석으로 마련된 강의는 몇번 되지는 않았지만 사뭇 다른 강의였다.

전공자나 들을수 있을법한..그야말로 집중분석....

일일이 음표하나 하나까지 그려가면서, 그리고 즉시 음반으로 들으며 이해시키고...

좀 어렵다고 느꼈지만, 그냥 막연하게 아름다움으로만 접하던 음악을 새로운 시각으로...

아니, 한번 들으면 결코 잊혀지지 않을만큼 그렇게 깊게 내안에 각인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공연장에 가서 연주자와의 관계를 내안 깊숙이 끓여들여와 그 감동의 깊이를 가슴속 끝까지 채워넣었다면,

이제 이 강의를 시작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음악이론에까지 접근할수 있다면

그냥 음반만으로도 그 감동의 깊이를 훨씬 더 깊게 채워넣을 수 있을거 같다.

 

정신없이 바빠서 미처 정리를 하나도 못했는데, 풍월당 게시판에 그날의 풍경을 자세하게 그려놓은 글이 있어

여기 옮겨다 놓는다.

 

 

 

 

<풍월당 홈피에서 퍼옴>

 

풍월당 여름특강 2강을 듣고

작 성 자 김진해 (kjh208@na.go.kr)
풍월당에서 여름특강 2강으로 ‘박성준 선생님의 베토벤 5번 교향곡 집중감상’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지휘자로 활약하고 계신 박성준 선생님께 직접 강의를 듣게 된 것은 제게는 너무 과분한 기회였습니다. 2시간의 강의를 통해 5번 교향곡의 전악장이 아닌 2악장까지만 듣게 된 것은 베토벤 5번이 너무나 위대한 음악이라는 것과 그 음악의 위대성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지 않고는 못견디겠다는 박성준 선생님의 열정때문이었습니다.

베토벤 5번의 그 격렬함, 베토벤 5번을 처음들은 괴테는 평온한 마음이 깨어질까 두려워서 처음에는 마음 속의 엄청난 감동을 애써 감추려할 정도였다고 읽었습니다.(괴테는 결국 ‘굉장하군, 집이 무너질 것 같지 않은가’라고 마음 속의 감동을 드러냈다고 하죠) 파리음악원에서 처음 이 곡이 연주되었을 때 여가수 한 명은 감동먹고 졸도를 했는가 하면 교수 한 분은 연주가 끝나자 ‘모자를 쓰려고 했는데 내 머리가 어디 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더군요.

박성준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베토벤 5번의 음악적 논리와 그 구조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베토벤 5번 내가 좀 들었거든’이라고 말할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저는 무자격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냥 ‘음악 듣는다’고만 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열렬한 매니아였던 공자께서는 사양자에게서 거문고를 배웠다고 하는데요. 한 곡만을 집요하게 연주하는 공자에게 스승이 ‘이제 새 곡을 배우자’고 하니까, 공자는 ‘아직 박자가 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한 참 뒤에 스승이 ‘박자 되니까, 새 곡 하자’고 했더니 공자는 ‘아직 주제가 제대로 파악이 안된다’며 여전히 그 곡만을 연주했다고 합니다. 또 한 참 뒤에 스승이 ‘주제 파악도 했으니 고마하고 다른 거 하자’고 했더니 공자는 ‘아직 작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스승을 대책없이 지둘리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자가 스승에게 ‘이제 작가를 알 것 같습니다. 심오한 사상과 낙관성, 원대한 안목으로 보아 주 문왕이 틀림없습니다.’라고 해서 스승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대체 예술이란 그냥 보고 듣는 정도로는 그 아름다움의 심오함까지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박성준 선생님께서는 강의를 통해 베토벤 5번을 이해하는데 있어 ‘따따따 딴’의 첫머리에 붙은 8분 쉼표 하나가 이 음악의 그 팽팽한 긴박감을 만들어내는 비밀이라는 것과 조화된 비례로 이루어진 ‘수의 비밀’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따따 딴’의 그 단순한 음표 4개가 지속적으로 반복(1악장에서만 280회 정도)되며 전악장을 통일하고,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연주되지만 완벽하게 조화되는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두 개의 주제가 제시되고 차례로 변주되는 2악장은 타임캡슐에 묻어두어야 할 만큼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하시더군요.

지극히 단순한 것의 엄격한 비례와 조화가 빚어내는 절대적 아름다움, 베토벤 5번이 위대한 음악인 까닭은 그 것임을 강의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불국사에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습니다. 제 맘대로 둘 다를 여성에 비유하자면(지옥갈라^^ 제2옥이 될 듯) 석가탑은 쌩얼 미인이고, 다보탑은 꽃단장을 한 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사녀가 바라보는 연못에 왜 다보탑만 비치고 석가탑은 비치지 않았을까요? 그야 석가탑 만들기가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칠보단장의 다보탑이야 지가 예쁘지 않고 베기겠습니까. 하지만 석가탑은 그 단순한 직선의 비례만으로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한다는 것이 아사달이 아무리 천재 예술가였다고 하더라도 ‘탑은 이미 돌 속에 있고 나는 그 걸 끄집어낼 뿐이야’라고 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천재 예술가의 생명과 사랑을 희생으로 석가탑의 절대적 아름다움이 창조되었다고 해야겠습니다.

베토벤 5번과 석가탑의 아름다움은 지극히 단순한 것의 절대적 아름다움이라고 이해하고, 사는 것도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박성준 선생님의 열정적인 강의에 깊이 감사드리고, 다음 강의를 목마르게 기다리겠습니다.(다행히 시험은 안보니까^^) 풍월당,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