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네가 쓴 편지를 두통이나 받았단다.
아침에 성당에 가다가 편지함을 보니, 네게서 온 편지가 있는거야.
걸어가면서 봉투를 뜯어서 읽었단다.
얼마만에 편지 봉투를 뜯어보는 지...
그것도 군에 가 있는 아들에게서 온 첫 편지를...
연애시절...애인에게 온 편지도 이처럼 가슴 설레지는 않았던거 같아~
그러면서 ...
혹시...3줄 썼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더구나. ㅎㅎ
오늘이 벌써 7일인데, 네가 쓴 편지는 2일날 쓴 편지더구나.
그래~ 벌써 6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하니...아마 엄마가 늘 하던 말이 생각났을 지도 모르겠다.
긴장하고 자면 시간이 되기 전에 눈이 떠진다고....
사람이 늘 긴장을 하고 산다는 것이 어쩌면 슬프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지만, 약간의 긴장감은 성취감 내지는...
암튼 말로 딱히 표현하기는 뭐하다만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거 같기도 해.
엄마도 너 보낸 다음날 부터 작정 매일 미사를 다니고 있거든.
너도 알다시피 공연 갔다오면 새벽 1시...씻고 뭐좀 하다보면 2시 3시 4시....
그래도 여지없이 시간되기 전에 눈이 떠져서 아직까진 매일 미사를 다니고 있단다.
54일 기도도 빠짐없이 하고 있고.
내일은 최악으로...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새벽미사.
서둘러서 9시까지 암센타에 가고,
또 서둘러서 11시까지 성당에 와서 성서 봉사하고,
또 서둘러서 1시 10분까지 집에 와서 레슨하고,
또...ㅋㅋ... 서둘러서 공연 보러 뛰쳐 나가야 한단다. ㅋㅋ~~
자칫하다간 하루종일 굶게 생겼다. ㅎㅎ
하긴...
요즘엔 음식이 상할까봐 정신없이 먹는단다.
어쩌다 보니 강성원 우유가 3통이나 밀려 있더구나. 정신없이 먹어서 이제 마지막 반통쯤 남았나?
우유는 6월부터 끊었지.
너 오면 백화점서 사다줄께. ㅎㅎ
암튼...
아침에 미사보고 성서 공부하고, 점심먹고 집에 오니 경비 아저씨께서 쯔삣 쯔삣 나오셔서 뭘 주시는 거야.
'아드님 옷 왔어요~'
사실...눈물 흘릴 겨를도 없었단다.
2시수업에 임박해서 들어와서 .
헐레벌떡 들어와서 수업준비 하고, 곧바로 들어온 애들 수업 방향 잡아주고,
그제서야 방에 들어와 박스를 뜯으니...
정말 왜 그렇게도 초라한 옷이 들어 있는거니~
너가 입었을때는 멋졌던 옷이...
여름이라서 너덜 너덜 바지끝이 다 풀어진 청바지.
지저분한 운동화.
돌돌 말아있어서 눈에도 잘 안띄는 검정색 T셔츠.
주머지 속에 돌돌 말아 넣어있는 속옷과 양말..
벨트.
더우기 제일 위에다 운동화를 얹어놔서 기분이 정말 묘했단다.
그거 못쓰겠더라~ 신발은 차라리 안 보내주는게 낫겠어~
휴가 갔을때 주는게 낳을거 같아~
눈물이 날뻔 했는데, 그 속에 들어있던 편지 한통을 발견해 내곤 정신없이 뜯었지.
때마침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네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끌탕을 하시는 거야.
단체 사진 한장하고 게시판에 편지쓰는 거 말고는 별거 없다고 말하곤...
편지 읽어주기 시작했지.
방에서 그림 그리던 꼬맹이들이 다 튀어나와 같이 읽었다는 거 아니니~
애들이 신기하고 재밌어 죽겠다고...
덕분에 눈물대신 웃을 수 있었단다.
기~인 편지...
재밌는 편지... 보내줘서 정말 고마웠단다.
아마...엄마가 결혼해서 받아본 편지중에 가장 기인 편지가 아닐까...생각드는데... 맞지?^^
아빠도 흐믓해 하셨어.
물론 그 편지는 입소한 다음날 쓴 편지니...그때까진 맘은 힘들었어도 몸은 힘들지 않았으니 여유가 있었겠지만....앞으론 날씨도 더워지고 힘이 많이 들거야~
그래도 이제 진정한 남자로 새로 태어나는 거니 담대하게 맘먹고.
분명 사회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을거야.
그래서 남자들이 군댈 갔다오지 않으면 대화에 낄수 없다고 하지않니~ 그치?
일산 애들도 있고, 학교 친구도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구나~
정말 옛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군대로 좋아졌다는 걸 실감하겠다~
이렇게 매일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편지도 볼 수 있다니...
그런데...
넌 왜 댓글 안썼어??
한참 뒤져봤잖아.
흠~~ 작성자 이름을 치면 엄마 편지만 뜨는걸 못봐가지고 2박 3일 뒤져서 찾을 뻔 했잖냐~
차는 세차까지 했단다.
심부름을 시킬 사람이 없어서 몹시 구찮다~ㅋㅋ
분리수거도 혼자 해야하고..
말할 사람도 없고, 밤늦게 뭐 같이 먹을 사람도 없고...
공연 갔다가 집에 오면서 쓸쓸히 핸펀만 들여다 보지만 누구에게도 메시지나 전화올 때가 없잖아~
그 시간에 보낼 때도 없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엄청 쓸쓸하게 한단다.
너랑 나누었던 그런 사소한 대화들이...
요플레 먹고싶지??
시원한 쉐이크도??
피부는 괜찮니?
너무 길게 썼나??
그만 시장에 우유좀 사러 나가야겠다.
요플레 만들...
엄마 걱정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그럼...
내일 또 ...
바이~
사랑한다!!
6.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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