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7일
눈이 펑펑 쏟아졌다.
옛날같으면 일부러라도 나가서 하얀 눈을 맞을 터였지만, 우산까지 쓰고 저녁미사를 참례하러 나갔다.ㅠㅠ
하긴 이나이가 되도 여전히 철이없는 난 남편에게 드라이브를 나가자고 떼(?)를 쓰긴했다.ㅎㅎ
"미끄러워서..."
"위험해서...."
남편은 '절대 사절'을 이러저러 온갖 핑계를 다 대가며 안된다고 한다.
나역시...뒤질세라...
"다른 차들은 잘만 다니는데??"
"저거봐~ 다른 사람들도 차끌고 나가잖아~ 호수공원이라도 가서 걷자~"
"안돼~ 다른 차들은 다 잘 다녀도 내차는 안돼!! 차 다 버려~" ㅠㅠ
사실 정말 그러자고 할 뜻은 없는 그냥 빈말을 날린것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하릴없는 빈말을 날리면서 서로 바라보며 또 웃곤한다.
"와아~ 멋지다!!
누가 뭐래도 경치는 정말 설경이 최고야!!"
잠시...유럽여행때마다 일부러 찾아간다 해도 그러기 힘들만큼 폭설을 맞보았던.... 온세상에 오로지 흰색깔만이 존재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들뜬마음에 미사참례를 마치고 길건너 치킨집에 들러서 생맥주를 한잔했다.
마침 창가자리가 비어있어서 하얀 설경을 바라보는 낭만도 즐길 수 있었다.
"에잇~ 이런 날은 생맥주보다는 진한 커피를 마셔야하는데..."
"그럼 그렇게 하면되지~"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하면 되었다.
미사중에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었는데....
'내가 다가가면 된다고...'
'내가 하면 된다고...'
'내가 할수 있는것만 하면 된다고....'
'억지부리지 않고, 상대를 내게 끌고오려고 하지말자고....
내게 억지로 맞추려하지 말자고...
억지로 오르려하지말자고...
삶을 힘들게 살지말자고...당신이 주신 삶의 범위안에서 그냥 살며 찾고 노력하자고...
어쩌면 그것이 당신이 주신 평화일지 모른다고....'
어울리진 않지만 치킨에 생맥주를 한잔 하고, 우린 또 TI-amo에 들러서 머핀과 커피를 한잔했다.
마침 이곳에도 창가자리가 비어있었다.
마치 생전 처음맞는것 마냥 생소한 창밖의 하얀 세상과 혀끝에 닿는 뜨거운 커피가 삶을 더없이 여유롭게 만들었다.
어느순간...유리창 너머로는 딴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가오는 20일에 있을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한 구상이 ...쏟아지는 눈송이에 섞여서
또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었기때문이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머쓱해진 남편을 보고 이실직고 했다.
"으응~ 크리스마스 파티 구상이 떠올라서...ㅎㅎ"
집에 돌아와 블로그 '파티 카테고리'를 열어보았다.
2005년 후곡성당 나눔의 방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무 글도 없이 사진만이 덩그마니 올려져 있다.
어??
갑자기 2005년 당시로 순간이동을 해 그 당시의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가슴을 가득 메워왔다.
그래...그랬었지~
너무나 임박한 시간에 의뢰를 받아 눈이 와 운전이 위험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밤 1시에 터미널 새벽 꽃시장으로 달려갔고
새벽까지 이것 저것 시장을 보고 ..
그리고 돌아와 그 순간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 장식물 만들고, 그 다음날도 연이어서 그대로....교우들까지 합세...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10시부터 설치 작업 시작해서 그날 밤 10시까지 꼬박 사다리를 타고 장식을 마쳤었지~
교우들도 함께 돕고, 성당 아저씨는 조명 선 이음작업에 하루가 꼬박 걸렸고, 천정에 못박는 일은 수사님들 몫....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음에도 생각보다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었어.
키작은 나는 사다리 꼬대기까지 성큼 성큼 올라가 작업했고, 심지어는 탁자위에 또 의자를 얹어놓고 흔들 흔들 위험한 상태에서도 겁도 없이 메달려 일을 했었어.ㅎㅎ
그게 도와주는 사람과 책임자와의 차이랄까??
나눔방과 로비를 잇는 골목,
그리고 성전앞까지...
모든 작업을 마치고 조명에 불을 밝혔을때의 그 당혹감이란...
크리스마스 장식에도 유행이 있어 당시 2005년엔 보라색이 유행이었었다.
그런데...그 곳이 성당이란데 문제가 있었다.
물론 예수님 탄생으로 가장 기쁜 날이긴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문닫기 직전 꽃시장에 연락.
다시 흰색 전구를 대량 주문하고,
성당에서 쓰던것까지 합쳐서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워낙 많은 조명이 들어가서 그 많은것들을 다시 잇고 설치하는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마친 시간이 밤 10시....
나는 사무장님께서 태워다 주는 차안에서 1분도 안돼서 잠이 들어버려 집앞을 지나쳤다.ㅠㅠ
사실 걸어서 10분거리도 채 안되는.....
암튼...
작업하는 동안 교우들도 감동하고,
수녀님, 신부님...모두 감동 감동....ㅎㅎ
어디 그뿐이었나~
수녀님, 신부님께서 사다주신 먹거리들이 얼마나 또 맛있었는 지...
사실 빵은 너무 힘들어서 목에서 넘어가질 않았고, 만두가 술술 넘어갔었어~
ㅋㅋ
그리고는 정작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전야행사에는 쓰러져서 참석하지 못했다는...ㅠㅠ
사실...
이 작업을 하기 전부터 내 몸상태는 이미 지쳐있었던 상태였었다.
레슨 하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파티를 직접 준비해서 한 뒤였기에~
와아~~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버린거야....
엊그제일 같은데 그게 벌써 3년전이네~
담날..
25일, 성탄미사에 갔더니,수녀님께서 달려나오셔서 말씀하셨더랬지.
"후곡성당이 생긴이래 전야미사에
가장 많은 신자들이 왔다고....
본당과 지하성전까지 가득 넘쳐~~~
더 이상 신자들이 들어갈 곳이 없었다고...
아무래도 나눔방을 너무나 아름답게 꾸며놓은 것이 입소문이 난것 같다고..."
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모든 피로는 한순간에 다 날아가 버렸었어.
그리고 수녀님께서 직접 만드신 예쁜 크리스마스 초를 선물로 받았어~
그 초는 지금껏 불을 켜지 못하고 장식물로 쓰고 있지~ㅎ
어디 그뿐인가??
신부님께 직접 안수도 받았다.
ㅋㅋ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후 성령 강림일까지...성당 아저씨는 교우들만 보이면 나눔방 조명을 켜시곤 했었다~
그해...
아들녀석이 대학에 입학을 했다.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크리스마스날 성전을 아름답게 장식해 봉헌할 기회를 주셨으니...
그 기쁨은
오히려 내게 더 크게 와 닿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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