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 저녁밥을 챙겨주고, 공원길을 걸어 아가다 집엘 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논술 과외가 있기때문에 사실 아가다와는 얘기할 시간도 많지 않다.
성서 봉사까지 두팀이나 맡고 있으니까...
나는 빼빼마른 아가다의 이 생활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뿐더러 안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편이 주부들의 독차지인 생활의 전반을 세세하게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구두까지 닦아준대나...
에고~~부러버라~~
집에 오면 리모콘만 가지고 사는 우리 남편과의 삶에선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시간도 없고, 요리도 못한다는 아가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요즘 내가 너무 바쁘고 몸이 따라 주질 않아서...간단하게 집에서 할것과 음식점에서 시켜서 그릇만 옮겨 담을것 등등 세세하게 알려 주었더니, 너무나 예뻣고 근사하게 잘 치렀다고 수다를 떨었다.
후후~~
공원 중앙 바로 옆 12층에 위치한 아가다의 집 야경은 우리집 처럼 흐드러진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밤하늘이 그럴싸하게 내마음에 다가왔다.
거실을 터서 창가를 꾸몄더라면 ....늘 아름다운 밤하늘과 아스라한 공원길 정취에 젖어 살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성스럽게 저녁상을 차려놓구는 '자기처럼 예쁘게 할 줄 모른다'고 능수레를 떨었다.
그리고는 오늘 반모임에서 '나의 삶'을 묵상했다나~~
아니~~ 무슨 .....
하나를 예쁘게 보기 시작하면 모든게 다 예뻐보이는 법이다.
남편의 퇴근 메시지를 받고는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가다는 자기가 되레 흥분해서 우리의 이 약속이 무슨 큰 데이트나 되는양 재밌게 지내라고 부추겼다.
후후후....
데이트라기 보단 사실 별 이유없이 우린 자주 만난다.
그저 마중 나오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때문에....
신혼때부터 애들 초등학교 다닐때까진 거의 매일 마중을 나가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뭘 맛있는걸 먹는것도 아니고...그냥 만나서 같이 들어오는 것이다.
가끔은 술을 한잔 마시기도 하고, 애들하고 저녁을 먹기도 하고, 뭐~ 치킨이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오기도 하고....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 '마중 나감'을 무척 부러워 하는 눈치다.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의 환상이라 말할수 있을까?
후훗..
하긴~ 모든게 익숙한 것이지만,
그래도 공원길을 따라 등불빛 낮은 야경을 즐기며 누군가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오늘...피차에 배가 불러서 ...맥주 한잔도 마시지 않고 그냥 집에 들어왔다는 것!
아가다에게 말할까 말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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