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굳이 들로 산으로 나들이를 가지 않아도 그저 창밖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에 겹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목련꽃을 어느새 떨구어 내더니만 이제 파릇한 새잎을 돋우어 내는 모습이 차라리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파트 끝자락에 함뿍 피어있는 벗꽃잎 흩뿌리는 모양새가 가냘프게 흩날리는 첫눈같아 그것 또한 기막혔다.
바라 보지도 않던 들풀들의 가냘픈....
꽃같지도 않은 꽃들에게 조차 감탄하는.....
햇살에 겨운 행복을 요즘같이 느낄까...
베란다 샤슈문에 방마다의 이불을 걸어 옆으로 제쳐 놓은 채 포송 포송 거풍을 해서 햇볕을 가득 품은 따뜻한 이불을 껴않았을 때의 그 느낌은 .....
벌써 아침 8시 반에 우리집에 모여서 9일 기도를 한 지도 3주째다.
처음엔 우리 레지오 단원 몇명이서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반장들, 백주간 공부 같이 하는 자매들까지 합세해 우리집 그 긴 식탁에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이 모인다.
힘든 상황인거 아는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다.
수녀님 말씀따나 주님이 함께 하고 계심이니라.....
어제는 우리 구역을 대표하는 반모임을 우리집에서 했다.
수녀님, 총구역장님, 지역장님, 구역장님을 비롯해 2개반이 모여서 하는 20명이 넘는 가슴 벅찬 반모임 이었다.
커피만 준비하라고...구역장과 두 반장이 그러더니만 지역장은 수녀님 싸줄 음식까지 찾는다.
후후..
사실 건강이 허락했다면 좀더 맛있는 것을 많이 준비했을 터이지만, 그래도 예쁜 그릇에 촛불까지 밝힌 근사한 다과(?)였다.
피칸과 호두를 듬뿍 넣어 만든 커피빵.
쵸코가루와 쵸코렛칩, 호두를 넣어만든 쵸코빵.
양상치와 샐러리에 오렌지, 딸기, 사과를 넣고 키위소스를 뿌린 야채 과일 샐러드.
으깬 단호박, 삶은 고구마, 맥시칸 샐러드, 파인애플을 큰 접시에 예쁘게 각각 담아 피칸가루를 뿌리고, 가운데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을 뿌려낸 영양식 샐러드.
단호박과 당근, 양배추, 삶은 계란, 오이, 참치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
김밥
헤즐럿 커피......
묵상중에 몇몇 자매님들의 눈물까지 함께한 정말 가슴 뿌듯한 반모임이었다.
수녀님도, 지역장님도, 구역장님도 반원들도 모두 .......
가시는 수녀님께 다른것은 못드리고 빵을 선물했다.
자매님들은 샐러드 소스 레시피를 적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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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겨워 잠깐 글을 쓰다가 애들이 와서 중단한 지가 언제인 지 기억도 없다.
목련잎이 이제 후드러지게 나왔고, 그 뒤 아주 커다란 나무잎새까지 가득 메워졌고, 마지막으로 가장 늦은 대추나무 잎까지 나오고 있는걸로 봐서 꽤 지난것 같다.
작년 이맘 때....
.....................
오늘
기도가 끝나고 자매님이 요즘 내가 구워준 김동규 cd만 듣고 다닌다고... 정말 너무 좋은것 같다고 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cd였는데....
부엌창으로도 초록이 가득한 뜰을 바라보며 설겆이를 하다가 문득 그 자매님이 요즘 남편하고 아주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상기 되면서 .....작년의 나를 일순간에 떠올리게 되었다.
cd플레이어에 cd를 집어 넣었다.
그때만 할까마는....그래도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노랫말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
행복에 겨움....
햇살,
아파트 가득한 철쭉꽃,
음악,
커피,
책
......................
사실은 일을 벌렸다.
이건 순전히 햇살때문이었다
집안을 건드려 놓은것!
이사올때 수리를 하고 들어왔지만, 벌써 9년째 접어들으니 집안 구석 구석 낡은 때가 영 눈에 거슬리는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도배와 칠을 하려니까 이삿짐을 싸야 한다는 말에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살면서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할짓이 아닌것 같았구...
그깟 도배, 칠 하면서 이삿짐센타까지 동원한다는 것도 낭비고...
맘을 접었었는데......
햇살에 부서지듯 하늘거리는 여린 잎의 연두색때문에,
어디를 가도 가득한 철쭉의 진분홍색과 하얀색들때문에....
그만 내가 해보겠다고....
'핸디코트'로 벽을 칠하고 있다.
사실 한물 간 유행이지만...
그냥 햇빛에 부서지는 하얀색에 반해서....
후후후...
제대로 완성을 하고 살아있을 지....
블랙, 레드, 화이트,
그리고
꽃무늬가 이번 인테리어의 컨셉이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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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이 재개관을 해서 기막힌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 환상이다.
버스도 집앞에서 타면 정문앞에서 내리고, 가끔 시간이 나면 인사동도 한번 휘젖고, 남편에게 맛있는 것도 얻어먹고, 또 가끔씩은 문앞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니....
어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의 '백조의 호수'를 보고 왔다.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지만.... 맨 앞자리이긴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큰 3층이라서 그들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던게 넘 아쉬웠다.
정말 인간의 육체로 이처럼 아름다운 선과 동작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게 언제나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정말 사람의 몸이 백조의 솜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거 같았다.
그동안 2,3,4월의 공연때문에 출혈이 커서 당분간은 은둔(?)생활을 해야할것 같다.
하긴, 옛날 잡지책을 보니, 예술의 전당 노래하는 분수대앞 모니터로 좌판기 커피 마시며 공연을 즐길 수 있다고....때를 맞춰 내 눈에 띄니... 1800원으로.(옛날 잡지였으므로..)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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