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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친구와 만난 날..

나베가 2006. 4. 17. 14:43

아가다가 준 인스탄트 커피에 아이리쉬 커피를 덧내려서 설탕을 약간 가미해서 마시는 커피가 ...

그 향과 맛이 ....

예쁜잔에다 마시는 그 분위기까지 더해서

기막히다.

더우기

새로운 오디오에서 흐르는 '이네사 갈란테'의 목소리가 

비온뒤의 햇살만큼이나 청아하면서도 가슴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 맑게 느껴진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이 기막힌 노래를 갈란테보다 더 잘 부르는 가수가 있을까.....

가슴 깊숙히 파묻혔던 그 어떤 감정까지도 다 들추어 내버릴 만큼이나 

깊숙한 울림을 주는.....

 

감동이

깊은 곳에 눈물되어 ....

뭔지 모를  슬픔에 위로를 준다.

 

********

 

아침마다 기도가 끝나면

잠깐 음악과 함께 티타임을 갖는다.

때론 노래가 좋아 미사도 가지 않고 주저앉기도 해 내 아침시간을 다 빼앗기기도 하지만...

그냥 ....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재미도 좋다.

때로는 cd를 구워서 선물까지 하기도 하고.....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는 기쁨은 내게도 큰 행복이다.

 

이제 기도도 막바지에 닿았다.

모두들 너무 좋아해서 이 9일 기도는 아무래도 계속될것 같다.

잠정적으로 다음엔 그냥 빛의 신비를 빼고 54일 기도로 바치고 - 그러면 얼추 방학전에 끝날것 같으니까....그리고 다시 시작.  그러면 1년에 4번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아침마다 이른 시간에 대충의 청소까지 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하고, 커피타임과 때로 길어지면 간식까지 하는....그래서 조금은 힘이 들지만 기도의 은총과 기쁨에 비한다면야...더우기 이 큰 은총을 많은 사람을 위해서 바칠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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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친구가 와서 했던말이 기억에 남는다.

주방의 온통 하얀색 사이 창으로 가득한 초록이 넘 좋다며,

마치 비발디의 사계를 듣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그러면서 이렇듯 작은 일상에서 '행복'이란걸 느낀다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연습이 필요한것 이라고 ....

 

어제 저녁때

또 그 친구를 만났다.

비도 오고...

청계를 가려다가 외곽 순환도로에 차가 끝없이 막혀서 행주산성으로 차를 돌렸다.

9년을 일산에서 살면서 행주산성엔 처음 가본 곳이다.

세찬 빗줄기 사이로 행주대교가 보이고...한강이 보이고...

갈비집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도 흐르고....

 

너무 짜게 과식을 했는 지 시원하게 맥주를 한잔 하고 싶어졌다.

호프집에 들어가서 카프리를 한병씩 시켰다.

심한 갈증때문에 한병을 단숨에 마셔버렸더니,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면서 정신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열심히 얘기하는 친구에게 이 졸음을 들킬까봐 애를 쓰다가 차라리 얘기해 버렸다.

 

"으흐흐흐~~나 지금 너무 졸립다~~"

 

나는 맥주대신 커다란 컵에다 얼음물을 가득 시켜서 연거푸 마셨다.

그 친군 나에 대해서 열심히 얘기하더니, 자기는 어떤사람인거 같냐고 물었다.

순간 아무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사실 큰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그러나 뭔가 대답을 찾아야 했다.

 

"어~내가 보기에 자기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근데, 대부분 부정적인것 같아."

 

사실 그게 정확한 대답이었는지.....아니 대답을 잘 한건지 모르겠다.

여행에서 알게 된후 몇번을 만나면서 그에게서 심한 외로움과 아픔을 갖고 있음을 느꼈으니까.

 

언제나 나의 이 자유로움에 그저 놀라움과 부러움을 갖는, 그러면서 남편이 출장만 가면 튀어나오는 그녀의 그 단순함이 ... 어쩌면 나보다도 더 순수하고 욕심없는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 친군 더 있고 싶어했지만...

피곤함이 걷잡을 수 없어서 좀 일찍 일어났다.

 

비는 거의 그쳤다.

집앞까지 데려다준  친구에게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허전함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그런 느낌이 들었기때문에...

 

 

200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