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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인 점심식사에 묻어온 행복

나베가 2006. 4. 17. 13:29

2004년.장마철에..

 

남들처럼 '지리한 장마'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잿빛처럼 쫘~악 깔린 물안개속 초록에 반해서 실컷 행복에 겨워 했으니까... 후후.. 

그래도 어쨋든 연일 비가 내린다는 그 자체보다는 눅눅해진 집기운때문에,

조금은 언짢아지기도 했었는데....

 

한순간에....

창가에 찬란히 부딪히며 반사되는 햇볕은....그 모든 눅눅함과 꿉꿉함을 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황금보다도 더 찬란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기도를 갔다온 후 내내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일했다.

이불이며, 베게, 쿳숀...그리고 겨울옷 일부를 거풍시키고 벽장안..등도 선풍기 바람으로 환기를 바짝 시키느라고...

후후...

장마동안에도 야외용 부루스타를 켜놓고 이불 베게...등을 거풍해서 포슬 포슬하게 했지마는...(남들에게 낚시터에서 터득한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려줬지마는 베가나 할 수 있는 일이라나....어~~정말 끝내주는데^^)

금새 온몸에 땀이 흠씬 솓았다.

 

샤워를 하고나니, 기분이 날아갈듯 상쾌해진다.

영락없는 살림꾼 아줌마다.

 

*************

 

지난주 토요일 .

밥을 다 준비하고 마~악 차리고  있는데...

얄밉게도 남편이 그제서야 '영양탕'을 먹으러 가잔다.

 

'백학 저수지 ' 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는데...사실 영양탕보다는 빗속 드라이브에 더 관심이 쏠렸다.

아침상 차리던거 그대로 팽개쳐 놓고, 입은옷 그대로 모두 나섰다.

빗속 드라이브...그 어느때 보다도 근사하고,,, 정말 신이났다.

그곳이 늘상 가는 지겨운 백학지였지만, 그보다 더한 낚시터 할아버지라고 했어도 좋았을것이다.

 

푸짐한 점심을 먹으며 우리 모두는 행복했다.

아니, 유난히 남편의 행복 가득함이 우리에게 전염되 오는것 같았다.

유난히 풍요롭고 근사한 낚시터 기운때문이었는 지,

정말 애들 초등학생때 이래로 첨 온가족이 낚시터에 와서였는 지,,,

 

근데 점심을 먹은후 비가 그친게 문제였다.

물론 낚시터에 가서 한바퀴 돌을줄은 당연히 알았지만, 그렇게 정말 신이나서 방가로에 까지 들어가 밤낚시까지 할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아들은 이게 얼마만인 지 모르겠다며 신바람이 나 있었지만, 나와 딸은 아무 준비없이 정말 점심 먹으러 간거였는데....책 한권도 안들고...CD플레이어 하나도 없이....

잠깐 반항을 했지만....

 

근데, 정말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밤새 내린 비때문에 저수지엔 물을 빼낼 정도로 만수위였고...그 저수지 물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밤이 되니 안개속 주변의 산봉우리들과 나무들이 영락없는 TV광고에 나오는 '하롱베이' 였다.

너무나 적막하게....풀벌레 우는 소리와, 새소리가 ..

그리고 가끔씩 물고기 튀는 소리도  들렸는데... 정말 이지 환상처럼 느껴졌다.

 

" 자기야, 난 정말 낚시꾼 아내가 확실히 맞는거 같아!!  이렇게 좋게 느껴지니....정말 너무 좋다!!"

 

이러면서 옆에서 난 여우떨고,  불평하던 딸도 아들녀석을 못살게 구는 재미가 쏠쏠한 지,,,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는 소리가 얼마나 정겹게 들리던 지....

우리는 그 웃음소리 때문에 또 웃고...그네들 하는 짓거리때문에 웃고....

그네들 퀴즈게임에 끼어 들어 웃고 .....

정말 애들때문에 웃고, 살맛이 나는거 같기도 하다.

 

보슬비가 살포시 내리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입질조차도 하지 않고, 졸립기도 해서 방갈로 안으로 들어왔다.

눅눅해진 이불을 부루스타열기로 거풍을 하니, 기막힐 정도로 포송 포송해졌다.

잠깐 잠이 들었었나 했는데, 깨어보니 모두 자고 있었다.

밖에 나와보니....몇안되는 낚시꾼들조차 자는 지, 모든게 안개속에 묻혀 버린듯  적막 그자체였다. 

내 기척에 남편이 일어나 나와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어슴프레하게 어둠이 벗어지고 ...다시 보슬비가 흩뿌리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컵라면을 하나 끓여 해장을 시켜주고, 나는 커피를 한잔 마셨다.

물고기가 잡힐때가 되었는데....

끝내 물고기는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아들녀석을 깨웠지만 이녀석은 낚싯대 앞에서도 졸다가 다시금 들어와서 잠을 잤다.

나도 다시 들어와 잠을 잤다.

 

끝내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잡질 못했다.

하지만 정말 오랫만에 온가족이 함께 밤을 보낸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아침에 집에 들어 오는데 버티칼도 그대로 열어 놓은 채였다.

"와~ 점심 한번 오래 먹고 왔다."

이 기~인 점심식사때문에 우리는 또 한번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