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날씨가 선선해지더니 이젠 제법 가을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러다간 머릿속에 꽁꽁 붙드러매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조차 깨닫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매일 매일 그냥 살아지는게 아쉬워서 일지도 ....
아니~~
물 흐르듯 그냥 살아지는게 크게 감사할 일이기도 하다.
어저께 부부 모임으로 자유로를 달려서 반구정에 갔었는데,
이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지냈냐고들 난리다.
"글쎄~~ 힘들었나요?"
"아니~~안더웠어? 난 목이 짓무르고 난리를 피웠는데..."
"글쎄...더우면 에어콘 틀고, 가끔은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또 ..뭐 휴가가선 차라리 추웠는데...
아~~이열치열이라고 난 손님을 몇판을 치뤘는데....히히...
붕어인 지...언제 더웠나 기억 별로 안나...."
"야~아~아~"
두달여만의 만남도 무척 오래된 듯 모두들 지낸 얘기들 하느라 난리다.
아닌게 아니라 휴가 기간이란 특별한 이야깃 거리가 있었긴 하지만.....
우린 백주간 식구들하고 진부에 가기로 했던것은 취소되고 -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고모부가 재 수술을 하게 되었으므로 신경이 쓰이던 차였기때문에.
고모부가 회복된것 보고 휴가를 떠났다.
근데 남해에 태풍이 불어서 그냥 서해바다 잠깐 보고 '선운사'로 내장산 '백양사'로 담양의 대나무골 테마공원으로, 메타세콰이어길로 해서 무주리조트로 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 시즌이 끝나버려서 별 재미도 없고 분위기도 썰렁해서
무주 구천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참으로 같은 장소도 때에 따라서 너무나도 다른것이 작년에 그렇게 예쁘던 리조트는 썰렁하고, 한바탕 비가 쓸고간 구천동 계곡은 그야말로 제멋에 맘껏 겨운 채로 뽐내고 있었다.
물기머금은 짙푸른 초록잎들과 힘차게 내달리는 물줄기들의 시원함이 저절로 환호를 지르게 했다.
선운사에서도 백양사에서도 구름과 안개들로 이뤄낸 별천지에 짐짓 신선이 된듯한 한가로움이 너무나도 좋았지만, 굽이 굽이 때론 폭포처럼 흐르는 구천동 계곡의 물줄기들은 가슴 깊숙이 쌓여있는 그 무엇인가를 일순간에 쏴악 쓸어 내 버릴것 같은 힘이 있어 더 좋았다.
묵은 호텔마다 터엉 빈것이...마치도 우리밖에 없는것 처럼 느껴졌지만 탁구 응원도 맘껏 소리쳐 하고, 딩굴 딩굴 구르며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놀아서 살만 또 쪘다.
후훗~
낚시터에 간것은 지정코스다.
이젠 제법 나도 낚시 예찬론자가 되가는거 같다.
그 밤풍경이 얼마나 무릉도원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지....
무상으로 내어주는 자연의 숨결,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호흡할 수 있음에 그 어느때 보다도 평화롭고 부유함을 느낀다.
평소엔 전혀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자연의 숨결...
바람결에 흔들리는 물결들, 달빛에 때론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에 시시각각 변하는 물빛들,
바람결에 찰랑대는 물결소리,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온갖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오로지 낚시터에서만 통용되는 소곤거림.
나는 언젠가 부터 이 밤의 풍경과 소리들에 매료되어 밤엔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책읽고....
사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내가 함께 해주었을 때,...
그리고 '정말 좋다' 라고 말했을때 한없이 행복한 남편의 표정을 볼 수 있음이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그 무엇을 받았을 때의 기쁨보다 더 크게 다가오니까.
매사에.....
내가 기쁜것보다 나로 인해서 내 주변사람들의 기쁨을 보는것이 더 편하고 좋다.
그렇게 길들여져 있어서 인 지는 모르지만....
늘 일상적인 일같지만 사실 매일 매일이 새롭다.
같은것도 달리 보면 늘 새롭게 느껴지므로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고 순간 순간 자각하라고.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고....
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을 잊지말아야 겠다.
스님의 글을 읽노라면 마음이 더없이 평화로워지고 부유해진다.
내 눈에 뵈지 않던 무수한 것들을 내 주변에 한껏 풀어놔 주므로...
이 가을엔 책읽기로 부를 누려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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