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급식 재료 검수 담당을 맡은 날이라서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오전내 시간이 여유롭다. 조금은 편한 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그래도 벨트에 목걸이까지 구색을 맞춰 한껏 멋을 내 본다. 커피를 끎이고 거기에 뜨거운 우유를 휘핑해서 거품을 낸것을 섞은 다음 계피가루를 뿌려 카푸치노를 만들었다. 6월달 그라모폰 잡지 부록 CD를 집어넣고 Repeat 버튼을 누른다음 전화기와 읽을 거리들을 챙겨들은 다음, 거실 창가에 누워있듯 놓여있는 빨간색에 흰양털이 깔려있는 기~인 소파에 가 눕듯 앉았다.
오늘같이 햇살이 없는 흐린 날을 가장 싫어하지만....
사라사테의Romanza Andaluza의 선율이..
거쉰의 '포기&베스'의 It ain't necessarily so 를 연주하는 안느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선율이....캅스베르거의 Toccata(열네개의 은빛 현)...바흐의 성가곡-바흐는 언제나 사람을 성스러운 분위기로 이끈다-
이 모든 것들이 창밖의 푸르름과 어울려 한없는 편안함을 내게 안겨줬다.
가끔씩 까치들이 날라와 파드득 이파리들을 흔들어 댔다.
혼자 있음이 나를 참으로 여유롭게 한다.
그런데 참으로 우습다.
이렇게 혼자있음이,,,때론 호사스럽다고 느껴질만큼의 이 쓸쓸함이...이렇듯 행복하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불현듯 외로움이란게 나를 덮치기도 하니까...
글쎄...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나의 삶을 얘기하고 싶은 간절함과는 달리, 또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는 이 아이러니...굴레...
그냥 아무말 없이 같이 앉아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그냥 아무 말없이 걷고...
언뜻 언뜻 바라보고 미소지을 수 있는.....
삶에 지쳐있는 것일까?
어저께는 사실 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수가 없어 성당에도 못갔다.
근데 중국에 가 있는 절친했던 이웃의 딸을 접대(?)해야 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정신력인지, 끼인지....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청소하고 단장하고...
6살때의 이미지밖에 없던 그 꼬마는 어느듯 중국 명문대 신문 방송을 전공하는 당돌한 여대생이 되어 내게 나타났다.
이 꼬마아닌 꼬마손님을 어떻게 접대(?)해야 할 지~~당황이 되기도 하고~~
이럴땐 항상 운전을 안하는(=못하는) 게 걸림돌이 된다.
점심을 먹고, 호수공원을 쉬엄 쉬엄 걸으며 산책을 했다.
이야기 화제는 큰 세대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얘기할 정도로 풍부했다.
팥빙수도 먹고, 백화점옆 Take Out에서 비틀즈 노래를 들으며 커피도 마시고...
밤엔 자유로를 달려 프로방스에 갔다.
중국에선 자동차값이 너무 비싸서 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그소리를 듣고나니, 저녁코스에 이 드라이브를 넣은것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방스는 그 사이에 또 분위기가 바뀌어져 있었다.
환상적인 주황색 분위기에서 푸른색의 시원하면서도 보라의 환상속으로 이끌리게 했다.
청색 식탁보에 흰천에 커다란 보라색 꽃송이가 시원하게 프린트되어져 있는 러너..
펄이 들어가 있는 보라색과 분홍색 쿳션. 파란색 매트, 하늘색 냅킨....보라색과 파란색의 무수한 꽃장식...보라와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웨이터와 웨이츄리스....
창가밖에 놓여진 꽃화분들이 조명과 어우러져서 언제나 그렇지만 동화속 나라에 앉아있는것 같게 했다.
그 꼬마 아가씨는 행복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참으로 밤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나는 밤이 너무 좋아. 너무 이쁘잖어"
"나두 밤이 좋아. 밤에 낚시가 잘되거든. 하하하.."
지난밤에 잠깐 조는 사이에 잉어가 낚시대를 물고 가버렸다고 하나 사달라고 하더니만, 드디어 낚시대를 거금을 주고 4대나 샀다고 싱글벙글이다.
"당신 낚시가 그렇게 좋은 이유가 뭐야? 3개만 얘기해봐."
"응~밤에 저수지에 다이를 타고 앉아 있으면............아무것도 없잖냐~
오로지 하늘하고, 물하고, 나밖엔~~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는데, 불현듯 낚시찌가 쑤~~욱하고 올라올땐.... 그 자체가 예술이야.
그때 낚시대를 화~악 낚아채는거야. 그럼 물고기가 밑에서 푸다닥 마~악 움직이거든.
그 잡아당기는 손맛이 또 죽이지!!!"
정말 그 말이 예술처럼 느껴졌다.
그 말주변없기로 무대포에 가까운 사람입에서 이렇듯 시적인 말이 나오다니~~
그 핸드폰을 뺏어서 써 넣어줬다.
하늘...물....나....
그리고 그를 붕순이에게 온전하게 넘기기로 맘먹었다.
2004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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