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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MARAE 에서...

나베가 2006. 4. 17. 16:16

호수 공원앞 삼성 오피스텔 1층에 자리한  파스타 집이다.

전면이 검정색 틀의 유리로 되어있고, 그 앞에는 흰색과 검정색 스트라이프의 길다란 치양밑에 나무 탁자와 스틸 등받이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안에는 화이트와 블랙을 주조색으로 한쪽엔 전면이 이탈리아의 어느 도시 사진으로 되어있고, 남은 벽에는 온통 흑백의 영화포스터로 장식되어 있다. 

진한 밤색 마루 바닥에 같은 톤의 의자와 흰 테이블보, 흰 냅킨, 흰 접시,흰 초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천정에서 3분의 1정도까지 내려온 둥글고 하얀 등, 흰색과 검정색으로 입은 웨이츄리스....

이상하게도 몇 안되는 손님들조차도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모두 한쪽 벽면의 탁자에 앉아있다.

 

샹송...

칸쵸네...

 

산뜻한 분위기와 함께 뭔가 모를 쓸쓸함이 엄습해 왔다.

탁자에 놓여진 메뉴판에는 수십개의 파스타가 가지런하게 쓰여있었다.

스페셜 해물 스파게티와 앤초비(이탈리아 멸치젖 비슷한것)피자를 주문 하고 친구는 밖에 전화를 하러 나갔다.

투명한 물잔을 들이켰을 때.. 물에선 상큼한 레몬향이 났다.

아!~~

 

시선을 밖으로 돌렸을 때...

그곳은 전면이 화면인 대형화면에 한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바로 앞이 공원이라 깜깜하기때문에.....

심플한 실내가 둥그런 조명과 함께 그대로 투영되 멋진 무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인적이 뜸해 일체 잡다하고 구질 구질한것들은 배제된체...  한껏 물기를 튀기면서 내달리는 흑백의 자동차들만이 끊임없이 영사기 필름을 돌려대고 있는 듯 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고 있었다.

가끔씩 연인처럼 보이는 이들의 우산이 지나치며 또다른 영상을 만들어 냈다.

알고 그렇게 입은듯..검정색 나시와 검정색 바지차림으로 서있는 친구는 앞에 새워져 있는 흰색 자동차와 함께 그대로 한폭의 영화장면이다.

 

음악은 끊임없이 쓸쓸하게 흘렀다.

나는 저~만치서 '찰리 채플린'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근사하게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쉬지않고 돌아가는 무성영화에서 나는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외로움!!!

흑과 백이 주는 한없는 외로움..

샹송이 주는 그 외로움...

레스토랑 바로 앞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 불빛.......

그 아래로 뿌옇게 비춰지는 빗줄기들...

가운데가 텅빈 식당...

식당천정에서 내리뻗은 수십개의 하얗고 둥그런 등...

커피향..

그리고 ...찰리 채플린 ...나...

 

차라리 아름다움이었다.

계획된 인테리어와  우연이 만나 이루어낸 이 안타깝도록 아름다운 외로움!!

 

밖에 나왔다.

영화는 끝나고...

나는 안개비 가득함을 차마 뚫고 나올 수가 없어 다시 그 나무탁자가 놓인 스틸등받이 의자에 앉았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곳엔 안개에 쌓인듯한 잿빛 초록이 있었다. 

빗소리...

빗소리가 나뭇잎 후들거리는 소리로...

자동차 바퀴에 휘감겨 마치 재즈와 현대 타악기가 믹서된 듯한 소리로 변주되어 들리고 있었다.

그곳엔 속도가 있었다.

흠뻑 젖은 외로움이 이들 소리에 휘둘려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달려가고 있었다.

 

나도 일어섰다.

잠시, 검정색 우산을 쓴 채 그곳에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

그곳을 지나쳤다. 

 

200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