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42.로왈링 ...타메(3,680m)에서 텡보(4,350m)가는 환상풍광..2...월광소나타.참회..

나베가 2014. 3. 9. 00:30

 

 

 

 

 

 

 

 

 

 

이젠 제법 많이 올라왔나부다.

3,680m 인 타메에 연일 비가 온대신 이곳은 눈이 내렸는 지, 눈 길 사이를 겨우 발자국을 따라 걸어야 했다.

길섶으로 쌓인 눈이 무릎 위로 올라온다.

 

이제부턴 '스패치'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건데...

룽덴에 그렇게도 폭설이 내리고 있을때, 타메에 내려오니 비가 내렸잖아~

오늘도 마찬가지로 타메를 벗어나 텡보로 가는 길에 이렇듯 눈이 쌓였을 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ㅠㅠ

 

 

 

습설이라 길 사이사이로 벌써 발자국에 녹은 물길이 군데 군데 생겨났다.

등산화가 젖지 않도록 최대한으로 조심하면서 걸어야 했다.

 

 

 

그나 저나 하얀 눈밭의 복사열이 대단하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은 지수 80 짜리 썬크림을 발랐어도 이미 새까맣게 타버렸고,

얇은 셔츠만 입었어도 뜨거운 열기에 마치...지금...사막을 걷는 기분이 든다.

 

잠깐 서서 물을 마시고 싶어도 온 천지가 하얀 눈밭이라 배낭을 벗어 놓을데도 없다.

버프를 눈밑까지 올려 가까스로 작렬하는 태양으로부터 좀 열기를 막고,

땀과 콧물을 닦으려 스틱에 묶어 두었던 수건을 풀어서 머리에 썼다.

 

 

 

점 점 지쳐온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눈밭의 복사열때문에 .....

 

지금...

하얀 눈밭을 걸으며 온 세상이 하얀 설국...히말라야의 미지의 땅으로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니라

사하라 사막을 걷고 있는 처절한 나그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얼마 못가서 그냥 모래 바닥에 풀썩 주저않아 버릴 것만 같은...

 

입술은 허옇고,,,

동공은 풀어지고....

비틀 비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영화속 주인공 처럼....

 

 

 

고개를 들어 먼발치를 보니, 집 한 채가 보인다.

혹시 저기가 우리의 목적지 '텡보'인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집 뒷산을 오르는 트래커들의 모습이 꼬물 꼬물 보인다.

 

"하아~ 아닌가 보네~

 저 산을 넘어야 하는가 봐~~"

 

제법 햇빛을 피할 수 있을 만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

잠시 햇빛으로 부터 바위에 몸을 숨기고 좀 쉬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집 앞으로 우리 포터들인 양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 저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텡보인지는 몰라도 암튼 잠시라도 쉬어갈 수는 있겠지~??"

 

걸음을 재촉했다.

포터들도 나를 보고는 손짓을 한다.

 

 

 

 

단숨에 달려가고픈 맘이 굴뚝같으나 눈이 녹아 개울을 만들어 낸 물줄기들이 사방으로 흐르고 있어

여간 걷기가 힘든게 아니었다.

역시 최대 관건은 등산화가 젖지 않게 하는 것....

 

 

 

아!! 드디어 다왔다.

텡보란다.

허허 벌판일줄 알았는데, 그래도 작지만 롯지가 있다.

창문을 덮을만큼 눈이 쌓여 있다.

야르주때 얼마나 이곳에 눈이 쏟아부었는 지...얼만큼 쌓였었는 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와~~

 

근데, 우리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거잖아~

그런데 어디에다 텐트를 친다는 거지?

궁금증이 났지만, 그보다는 당장 햇빛을 피해 처마 난간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간사하게도 금새 몸에 한기가 돈다.

패딩까지 껴입고 햇볕을 따라 해바라기를 하고 오수를 즐겼다.

 

아!!

좋다!

판타스틱해!

 

실내에서 쿠키와 차를 마시던 외국인도 햇빛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해바라기를 했다.

 

미국인인 그녀는 렌조라 패스와 촐라패스를 넘고 싶은데,지금 폭설로 인해 닫혀서 타메에서 이틀 묵고, 룽덴에 가서 이틀 묵으며 기다릴 생각이란다.

나이가 꽤 들어 보였는데,홀로 가이드와 포터를 데리고 기인 여행을 떠난거다.

아니, 그녀는 이미 7년전에 EBC를 다녀갔단다.

우리가 콩마라,촐라,렌조라 3-Pass를 넘었다고 하니, 박수를 마악 쳐준다.ㅎㅎ

그리고 우리의 총바가 에베레스트 써밋을 다녀왔다고 하니, 이번엔 탄성과 함께 박수를 더욱 세차게 쳐준다.

하긴 모...우리 모두 박수를 받을만 하지~ ㅋ~

 

잠시 우리와 대화를 나누고 그녀는 다시 타메로 하산했다.

심심하여 이곳까지 왔다가는 거라고....

적어도 70전후는 되어 보이는데....

어제 만난 일본인 트래커와 함께 정말 멋진 여생을 사는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하긴 뭘 부러워해~ 우리는 더 멋진 여행을 하고 살거잖아~ ㅋㅋ"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오늘은 이곳 텡보 롯지에서 잔다는 거다.

와우~~ 대박!

옛날에는 롯지가 없었다는데, 최근에 증축했나보다.

암튼,여기서 이틀을 묵으며 상황을 보고 골레로 넘어갈 예정이다.

 

 

 

점심으로 수제비를 끓여서 야외 돌담에 앉아  환상적인 식사를 했다.

생애 최고의 점심식사가 또 다시 재탄생되는 순간이다.

 

잉카의 유적... 마추픽추의 와이나픽추에 올라서 먹었던 점심 도시락...

생애 최고의 식사라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

그리고는 이내 우유니 사막투어를 하면서 기막힌 사막 설산아래 홍학들이 노니는 호수가 눈앞에 좌악 펼쳐졌어~ 그곳에서의 기막힌 점심 식사가 있었지.

정말 꿈같은 식사였어.

그 순간 생애 최고의 점심 식사가 바뀐거지~

 

그리곤 얼마 뒤 알프스로 날아갔어~

TMB...눈앞에선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고....

우리 주변엔 수백가지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어~

그곳에 점심 만찬 도시락을 풀어 놓았을때...

그 순간 우리는 모네의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 흥분했었지~

환상적인 모네의 그림...풀밭위의 식사가 되었던 순간들...

 

이제...

이 미지의 땅......

색깔이라고는 하얀색이 전부인...

설국에서 펼쳐지는....

햇살아래 돌담을 식탁삼아 먹는 따끈한 수제비가 생애 최고의 점심식사로 재탄생 되고 있는거야~ㅋ~~

 

어제 타메에서 시장을 제대로 봐왔는 지, 재료가 제대로 들어가 국물이 얼마나 진하고 맛있는 지....

한국에 들어와서 수제비집을 내도 대박이 날만한 맛이었다. ㅎㅎ  

 

점심을 먹고나서 모두들 주방으로 옹기 종기 모여들었다.

손님이 없어 다이닝룸에 불을 지피지 않으니, 가만히만 있으면 느껴지는 한기에 모두 부엌으로 몰려들밖에....ㅎㅎ

 

 

 

 

 

 

 

'수이차'를 주문했다.

아낙이 수이차를 끓이려 화덕의 풍로를 돌리며 장작불을 지피는 모습이 정겹다.

수이차를 제대로 끓이려면 나무로 길다랗게 만든 큰 통에다 펌프질을 해야만 하지만, 달랑 2잔을 시켰더니, 주전자에 대고 펌프질을 해서 따끈한 버터 차(수이차)를 끓여낸다.

 

짭짜롬한 맛이 좀 밍밍한게...기대한것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우리는 차를 나누어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주방을 둘러보니, 모든게 소박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1개씩이라도 있을건 다 있다.ㅎㅎ

저 적은 그릇을 가지고 여기 찾아 온 손님들을 다 치뤄내는 거잖아~

 

순간 우리의 주방이 업그레이드 된다.

저것의 몇 배...아니, 수십배의 그릇들이 쟁겨있는 우리들의 주방....

 

아~~ 그래~ 너무 많아~

왜 그렇게 끊임없이 사재끼며 찾기도 힘들 만큼 가득 가득 쌓아놓고 사는걸까....

끝없는 유혹에 휘둘리고...

욕심에 사로잡히고....

그렇게 우린 넘쳐남속에서도 빈곤을 느끼며 살고있는 거였어~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부엌의 따뜻한 불씨 하나로  함뿍 웃고 즐거워하고 있다.

더없는 안락함과 행복함으로 가득하다.

 

전형적인 티벳 아줌마인 주인장에겐 8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이녀석이 우리 앞에서 공책에 연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들여다 보니, 독수리를 그린건 지...거대한 산 위로 하늘을 나는 새다.

이 깊은 첩첩 산중에서 홀로 엄마와 사는 아이의 고독감과 함께 자유로운 영혼이 이 작은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갸륵하고도 기특한 마음에 공책을 달래서 보니, 영어 단어도 쓰여있고,구구단도 빼곡히 쓰여있다.

 

아!!

이녀석....

 

첩첩 산중에 오로지 이 집 단 하나뿐인 ...

그 집에 홀로 자라고 있는 이 아이...

엄마의 가르침에 열심히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도를 통한 영적인 아이처럼 자연속 모든것들과 놀이로 소통하며  잘 자라고 있는것 같아 기특하기 짝이없다.

그나마도 오늘은 손님이 많아 신바람이 난듯 하다.

방을 기웃거리며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ㅎㅎ

너무 귀여워서 초콜릿을 주었더니, 더 자주 우리 방을 기웃거린다.

사람이 그리운 건 지....초콜릿이 더 먹고 싶은 건 지....ㅎㅎ

아~ 정해진 항공사와 포터들의 짐무게만 아니라면 박스채 초콜릿을 사가지고 올텐데...

 

비단 이집 꼬마가 아니더라도 우리와 함께하는 아이들의 나이도 이제 고작 17살, 19살, 20살...26살...초콜릿을 주면 입이 함박만해지는데...

 

이들은 매끼 거의 달밥(감자등 야채를 넣어서 카레라이스와 비슷한 맛을 내는...)만 먹는다. 정말 어찌보면 밥만 먹는거다.

그리고 그 무거운 짐을 매고 이 험한 히말라야를 날아 다닌다.

험악한 날씨의 히말라야를 걷기에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옷과 신발때문에 매번 흠씬 젖어 그나마도 제대로 열기도 내지않는 난로가에 다닥 다닥 붙어앉아 추위를 녹이는 모습을 보면 맘이 한없이 아파온다.

 

우리가 입은 따듯하고 좋은 옷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울까....

아니, 그저 여유있는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말까....??

 

마음으로만 안타깝고 아프지...우리도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빈곤함에 정작 그들에게 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가끔 ...트래킹 비상식으로 한개씩만 먹는 초콜릿과 사탕을 그들에게 나눠줄 뿐....

아니, 부재료도 별로 없는 상태로 만들어 내는 매 식사에 '데레 미토차'를 외쳐대며 맛있게 먹어주는것....

그게 손이 얼어붙는 추운 날씨에 밥 해주느라 애쓰는 쿡과 키친 보이들에게 할 수 있는 다다.

 

사실, 이젠 밀크 티도 지겹고, 홍차도 지겹고, 블랙티, 레몬 티...다 지겹다.

에너지를 내기위해 히말라야에선 그리 먹어야 된다고...설탕을 두 스푼씩이나 푹푹 넣어가며 마시던 차도 다 싫어졌다.

그나마 타메에 머물면서 남체에 내려가서 시장을 봐와 떨어졌던 커피를 구해와서 마시니 좀 낫다.

싸구려 멕스웰하우스 커피가 이렇게 향도 좋고 맛이 좋을 수가 없다. ㅠㅠ ㅋㅋ

 

그러고 보니, 최고의 맛과 만족감을 주는건 채움이 아니라 '결핍의 상태'가 아닐까...생각도 해본다.

어찌보면 인간의 본능 같은것이기도 하고....

 

살아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아픔과 고통이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것처럼....

그래서 예술가들에겐 두개의 극단적 상황에서 최고의 걸작이 탄생되지.

 

가장 행복한 순간과...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방에 들어와 타메에서 산 나크 치즈를 얹은 크래커를 먹으니 이보다 더 호사스러울 수가 없단 생각이 든다. ㅋ~~

 

해가 지니 금새 몸에 찬기가 싸악 돈다.

연일 계속된 폭설에 솔라 배터리 충전을 못한 롯지는 부엌과 식당을 제외한 모든 곳의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옷을 따듯하게 입고, 카투만두에서 산 캐시미어 목도리로 목을 감싸니 온 몸이 녹아든다.

침낭속이 천국이다.

털 모자까지 뒤집어 쓰고 누워 창밖을 바라보니, 마치 옆에 백색칠을 한 다른 건물이 있는 듯 하얀색만이 보인다.

바로 집앞에 산이 터억 있으니 그렇다. ㅎㅎ

 

얼마동안 누워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식당으로 나갔다.

저녁 역시 고기가 들어간 고추장 감자찌개다.

대장님께서 어제 남체에 다녀오시더니, ATM기에서 돈을 찾아 여유있음이 눈에 띈다. ㅎㅎ

 

저녁을 먹고 밖으로 잠시 나갔다.

세상에~~

여기가 무슨 노르웨이의 겨울도 아니고....

보름달 빛이  하얀 설국에 그대로 반사되어 월광 소나타가 따로 없다.

비상등 하나 근근히 켜져있는 다이닝 룸보다 밖이 훨씬 더 밝다고 느껴진다.

어제 타메쪽으로부터 몰려오던 구름도 어딘가에 걸려서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고....

높은 산으로 병풍처럼  비잉 둘러쳐진 뗑보는 바람 한 점이 없어 따듯한 느낌 마저 들었다.

하긴 옷을 켜켜히 껴입었으니....ㅋㅋ

 

사실...고백하자면 나무 버팀목도 없이 돌로 되어 구멍 하나 있는 화장실이 무서워서 밖에서 실례를 하려고 나왔는데...ㅋㅋ

이건 뭐 대낮같이 밝으니...ㅉㅉ

포터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 때를 기다려야 할판이다.

 

********************

 

다시 방으로 들어왔으나 낮잠을 너무 깨소금같이 고소하게 자서 잠이 오질 않는다.

다시 다이닝룸으로 가니, 아직도 대장님과 세르파, 포터들과 주인 아주머니까지 합세해서 웃음꽃을 피워내고 있다.

왕다가 있으면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려고 했더니...

이를 눈치 채시고 대장님께서 롯지의 커피를 한 잔 시켜 주신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와우!!

어느새 그리도 많이 생겨났는 지, 별천지 세상이다.

별은 신기하게도 환한 달빛 속에서도 쏟아져 내리고.....우뚝 솟은 설산과 하얀 세상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

유토피아.....

아!! 그렇네~

 

한참을 넋을 잃고 낮은 돌담위에 앉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차곡 차곡 내 가슴속을 메워오는게 있었다.

참회...

그렇지!

이런 순간에 어떤 악한 사람일지라도 온 마음을 비우고 신에게 자신을 온전히 바치지않겠어~

 

온갖 참회가 가슴을 뚫고 전지 전능하신 창조주께 토해졌다.

정말 잘 살기를...다짐하고...또 신앞에 맹세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하늘에 박힌 별들 사이로 흩어졌다.

 

***********************

 

방으로 들어와 침낭속으로 들어갔다.

모든 죄사함을 받은 듯....

속죄한 어린 양의 평화로움이 온 몸을 감싸온다.

일기장을 펼 겨를도 없이 잠이 쏟아진다.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