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8.금...텡보에서..
기인 밤을 푸욱 잤다.
역시 참회한 자가 받은 은총이다.
새벽에 일어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온마음을 비운 채로 새벽을 보냈다.
문득 엊그제부터 하려고 꺼내두었던 팩을 얼굴에 붙였다. 그리고 일기장을 꺼내 끄적였다.
신기하리만치 편안함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세상 모든걸 다 가진자 처럼....
아니지 아냐~
세상 모든 짐을 다 떨궈낸 사람처럼....
새털 처럼 가벼운 마음이 되어...
잠시 천국에 들린것 처럼....
이대로 며칠을 이곳에서 보내도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사실, 룽덴에서도 그랬고, 타메에서 사흘을 보내면서도 그랬다. 대장님의 경비 걱정만 없다면 그대로 모든게 천국이었다.
빈곤하고.... 배고프고...누우면 먹고싶은거 나열하기 바뻤어도...
왕다의 소리가 들리더니, 모닝 커피 배달이다.
문을 열고....내 얼굴에 붙인 하얀 시트 팩을 보더니만 " 야아아~~" 하고 소리친다.
마침 방앞을 마악 지나던 주인 아주머니와 꼬마 녀석도 보더니만 신기해 하며 웃는다.
하얀 귀신 바가지 탈을 쓴 아줌마 모습이 넘 신기했을 터다. ㅋㅋ
커피 맛이 좋다.
사실, 누가 이 아침에 침대에 누워있는 내게 모닝 커피를 매번 끓여다 주겠는가!!
천국이 맞다!!
ㅋㅋ
오늘은 이동이 없으니 모든게 여유롭기 그지없다.
정말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침식사를 하러갔다.
그야말로 밥에 된장국, 계란말이(아침에 쿡이 계란 3개를 사가지고 가길래 프라이 해주면 간장에 비벼먹으려고 했건만...ㅠㅠ) 정경채로 만든 생김치(추워서 맛이 들지를 않는...)가 다다.
앞으로 불확실한 캠프일정 대비책으로 최극빈한 생활로 들어간단다.
헐!!
이제까지 보다도 더...??
숭륭 한 대접으로 배를 불리고 방으로 들어와 치즈와 크래커를 먹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가 아닐까...??ㅋㅋ
로체 원정대팀에서 얻어 아직까지 꽁꽁 숨겨둔 로스팜을 볼때마다 마음이 충만해진다. ㅋ~
로왈링 캠프때 비상식량으로 숨겨둔 거다.
소식통에 의하면, 다행스럽게도 로왈링을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팀이 있단다.
일본 원정대팀이란다.
포터까지 합해 20여명 된다하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아침 식사후, 일본 원정대팀 대원 하나가 고산증때문에 하산해 카투에 가서 치료를 받고 거꾸로 이곳으로 와서 합류하기로 했다는 일본 가이드와 우리 세르파-총바는 골레까지의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떠났다.
골레의 상황이 괜찮으면 낼 떠나 그곳에 캠프를 치고, 상황이 안 좋으면 계속 이곳에 더 머물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히 쿰부와 이곳엔 구름이 있는데, 로왈링 쪽은 날씨가 아주 맑단다.
쿰부쪽은 더 심해서 아직까지도 콩마라패스, 촐라패스, 렌조라 패스가 모두 닫혀있는 상태란다.
정말이지 우린 위기일발에서 매 순간 한 발자욱씩 잘 벗어나고 있는 편이다.
전생에 지구를 구한 자...ㅋㅋ... 나가 있는데 그럼 그렇지....ㅋㅋ
앞으로 건너게 될 해발 5,755m의 타시랍차 패스를 넘으며 타야만 하는 15m 정도의 설벽때문에 오늘 세르파-총바와 훈련하기로 했던
암벽타기 훈련은 총바의 골레 순방으로 없어졌다.
대신 대장님이 시켜주신다는데...잘 될지 모르겠다.
햇살이 또 작렬하나 보다.
포터와 키친보이들이 낮은 담벼락에 앉아 어제처럼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풀은 너무 뜨겁다고 방에 들어왔다.
나는 오랫만에 절대적 배터리 빈곤속에서 음악을 듣는 풍요와 호사스러움을 즐기고 있다.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하고...모든게 잔잔한 순간이다.
이것 저것 불안함 속에서 기인 여정을 보내다 이제는 모든걸 터득한 도인 처럼 다 내려놓으니 이제서야 천국이 찾아든 거다.
자연의 위대함속에서 무엇을 어찌하랴!!
케세라 세라!!
모든걸 신에게 맡길 수 밖에.....
아침마다 작은 제단앞에 나무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는 이들의 삶을 보면서....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이 대자연의 힘앞에서 인간의 한없는 나약함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녁이 되서야 들을 수 있는 세르파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점심 메뉴야 빤하겠지만....먹고싶은게 또 천정을 메운다.ㅠㅠ
쨈 바른 바삭 바삭한 구운 토스트 먹고 싶다.
피자도 먹고 싶고...
롯지에도 있는데....300루피(3300원)다. 피자는 600루피(6600원)...
결코 비싼건 아닌데...환전을 조금 해와서 돈이 없다. ㅠㅠ
아니, 언제 헤어지게 될지 모를 우리 아이들 9명에게 줄 팁으로 꽁 꽁 아껴두고 있는거다.
음악을 듣다가 밖으로 나갔다.
하얀 설국의 복사열이 얼마나 강한 지 썬그라스를 쓰지 않고는 나설 수도 없다.
대장님과 포터들은 여전히 밖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작렬하는 눈 복사열에 순식간에 얼굴이 새까맣게 탈것만 같다.
그야말로 아침에 끼었던 구름 마저 완전히 개어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골레로 탐방을 나갔던 총바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눈이 허리춤까지 쌓여 도저히 골레까지 갈 수도 없었다고...핸폰으로 찍어온 사진을 보여준다.
반팔셔츠 마저도 가슴까지 올리고 서있는 총바를 보니, 작렬하는 태양과 그 복사열이 얼마나 뜨거웠는 지...알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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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왕다에게 부탁을 하며 스니커즈 2개를 주었다. 그랬더니 정작 커피는 보조 쿡-다와파상이 타온거다.
헐~
하나 남은 초콜릿을 다와파상에게 주는데 또 푸리가 이를 본것이다.
에구~~ 초콜릿을 천정에 붙이고 살살 녹이면서 커피를 마시려 했는데....
이따가 주겠다고 했더니, 커피 마시고 들어오는 나를 슬그머니 따라오는 것이다.초콜릿을 하나 마악 주었는데, 또 막내 도루치가 들어온다.
에공~ 이집 꼬맹이까지...
헐!
커피에 초콜릿 하나 먹으려다 아껴두었던 초콜릿 6개를 아그들에게 주었다.
정말 17살,18살 ...어린 아이들이다.
어쩌면 일부러 주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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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뒤엎고 점심을 롯지에서 사 주셨다.아무래도 이집 부엌을 사용하니,뭔가를 좀 팔아줘야 해서 그런것도 같다.
암튼...히말의 정령에 의해 텔레파시가 통했는 지, 천정에 가득 찼던 먹고 싶은 목록중 하나인 '피자'와 포테이토, 계란푸라이를 점심으로 먹었다.
값도 그리 차이나지 않거늘, 차라리 피자를 2개 시켜주시지....ㅠㅠ
손바닥 만한 피자 한 판...
그래도 온갖 재료가 다 얹혀져 있어서 참 맛있었다. 하긴 지금 맛없다면 그것이 정상이 아니지~ ㅋㅋ
점심 식사후 아이들과 핸폰 갤러리에 있는 사진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내 모습과 히말라야 세상밖의 풍광이 신기했는 지, 아이들이 초롱 초롱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달려들어 본다.
아닌게 아니라 이젠 내게도 왠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히말라야 세상 밖 모습이 흥미롭다.
오후 2시반부터 본격적 크라이밍 하강 연습에 들어갔다.
스패츠를 하고 고여쟈켓에 헬멧 쓰고,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네스를 입고, 폼나는 캬라비너를 하네스에 줄줄이 매달고, 롯지 뒷편에 있는 바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산 아래서 코딱지만하게 보이는 바위에서 연습을 한다고 하니, "에게~~" 소리가 절로 나왔었는데....
허벅지까지 푹 푹 빠지는 눈을 밟고 가까스로 6~7m 정도 높이되는 수직 바위에 오르니, 갑자기 두려움이 달려들어 도저히 내려갈 수 없을것 같다.ㅠㅠ
그도 그럴것이 수직을 넘어서 안쪽으로 파여 첫발을 디딜 바위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먼저 세르파가 시범을 보여주고, 다시 대장님이 올라오셔서 더 쉬운 방법으로 시범을 보여주시며 레슨을 했다.
"그려~ 까짓껏 다치겠어? 세르파에게 단단히 묶여있잖아~ 해보능겨~~ 파이팅!!"
그래도 등산학교 출신인 이풀이 먼저 시도를 했다.
초반 내려설때 두려움 때문인 지 뒤로 화악 재껴졌던 몸을 이내 추스리며 멋진 폼으로 해내었다.
이런 훈련 모습이 흥미로왔는 지, 포터들도 모두 나와서 핸폰에 담으며 구경하느라 난리법석이다.
그중에 젤 압권은 역시 용감무쌍인 왕다....
우리의 이 훈련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추위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이풀의 카메라를 들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바위위에서 끙끙대며 난리다.아니, 자기가 마치 다큐멘터리 작가라도 된 듯 신바람이 나 의기양양이다.
이젠 내 차례다.
이풀이 잘 해내고 난 뒤라서 두려움은 덜했으나 오른손 쪽 밧줄을 너무 길게 잡아 몸이 뒤로 너무 재껴지고 다리가 쫘악 펴지지 않았지만, 외치는 소리들을 듣고, 이내 바로잡고 잘 내려왔다.
연습을 더 많이 해보고 싶었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하신다.
타시랍차 패스는 높이는 15m대로 훨씬 더 높지만, 이처럼 수직 바위가 아니고, 경사가 있는 설벽이라서 더 쉽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다.
한바탕 야단법석을 피며 시끌법적한 클라이밍 연습을 끝내고 모두 부엌 화덕앞에 모여앉아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이 모습을 보고, 후덕한 인심의 아주머니가 다이닝룸의 난로를 따듯하게 피워준다.
모두 옹기 종기 모여 커피와 레몬 티를 마셨다.
말이 통하지도 않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뭔말인 지 다 알아듣고 웃고 난리다. ㅋㅋ
마치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있는 듯한 행복감이 밀려든다.
갑자기 노래하는 '푸리'가 '래썸 필리리' 노래를 시작했다.
서로 돌아가며 붙이는 후렴구에 뭔 말들을 붙였는 지, 웃고 난리다.
세르파 총바에게 오늘 우리의 훈련 연습 점수를 메기라고 부추겼더니....
이풀은 34점, 나는 27점 이란다.
아니, 이런...
태어나서 이런 낙제점 점수는 처음 받아본다는....ㅠㅠ
그러나 저러나 내일 다시 정찰을 내 보내고 하루를 이곳 텡보에서 보내면서, 일본인 아마다블람 원정대가 빙하 캠프장에서 출발을 해서 오면
우리도 모래는 여기서 출발을 하고, 만약 그들이 안전할때까지 기다리며 타시랍차를 건너지 않으면....
결국은 우리가 로왈링을 포기하고 모레는 여기를 떠나야 한다.
벌써 예정일 보다 타메에서 하루, 이곳 텡보에서 이틀을 더 묵게되어 3일이나 초과되었다.
아마도 로왈링을 포기하게 되면 '지리'로 하산을 하게 될것이다.
일정을 일주일 연장했어도 남은 여유가 나흘밖에 없기때문에 매우 강행군을 해야 한단다.
히말의 오지중에서도 오지...
로왈링...
해발고도 5,755m 타시랍차 패스....
이 엄청난 여정이 왠지 우리에게 쉽게 허락할 리가 없을것 같다.
콩마라패스, 촐라패스, 렌조라 패스도 아직까지 닫친 채 있어서 타메와 남체바자르엔 기다리는 트래커들로 매우 복잡하단다.
그나마 일정과 경비가 여유로운 트래커들에겐 다행이다.
차라리 기다리며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행복감을 가질 수 있으니까...
로왈링 야영을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는데....세르파 총바와의 인연은 어쩌면 오늘 짧은 훈련으로 끝나는게 아닌가...허탈한 맘도 든다.
여기 해발 4200m도 하얀 눈밭이고, 골레까지는 총바의 허리춤까지 눈이 쌓였는데, 해발 5700m의 타시랍차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눈이 쌓여있을 것인가! ㅠㅠ
한가닥 가졌던 희망도 점점 포기쪽으로 기운다.
저녁시간까지 한 숨 잘까보다.
7시반까지 기다리려니 배가 더 고파지는것 같다.
저녁메뉴는 뭘까??
아침처럼 김치하나에 찌개하나?? ㅠㅠ
아~~
그래도 전기 불도 없는 방에서의 침낭속 포근함이 더없이 좋다~
2013.10.18....텡보에서의 밤...
낮 동안의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듣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허어억!!
의외로 반찬이 많다.
대장님은 왕다하고 '뚱바 (네팔 막걸리로 뜨거운 물을 부어 3번정도 우려서 마시는데 2번째가 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도 한 잔 하시고....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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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기약은 없지만 떠날 채비로 짐을 꾸리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밖이 소란스러운게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이것 저것 추측을 해보았지만 증폭되어가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예상대로 외국인들과 수많은 포터들이 왁자지껄 난리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헐!!
뭐지??
일본 원정대팀이 넘어온거야??
근데 저 서양사람은 ??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우왕좌왕 하고 있는 우리 포터들에게 물어보니, 두 팀이 타시랍차 패스를 지금 넘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팀과 미국팀....장장 40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들이 러셀을 하고 왔기때문에 우린 내일 로왈링을 향해 떠날 수 있다고 우리 아이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밖의 소란스러움은 밤 12시가 훨씬 넘을때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안 사실이지만 새벽 2시까지 넘어왔단다.
40명이 한 줄로 러셀된 험하고 좁디 좁은 길을 따라 오자니 시간 차가 그리 나는 것이다.
그 험한 여정에서 뭘 먹었겠는가~
그제서 음식을 해먹느라 부엌의 소란스럼움은 극에 달했다.
뭐가 그리도 급해서 히말라야 이 오지에서 이들을 새벽 2시라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까지 내몰며 강행군을 하게 했을까.....
기쁨과 함께 의구심이 가득한 채로 잠이 들었다.
'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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