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다가 얼마나 추운 지...
잠결에 깨서 히말라야 패딩을 꺼내 침낭위에 덥고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견딜 수 없어 결국 잠에서 깼다.
벌써 동이 텄다.
커튼을 재치니 타르초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아!! 오늘 날씨가 굉장히 추운가보네~"
그런데 머릿쪽 창가를 언뜻 보니,커튼이 날린다.
"헐!! 창틈으로 새어드는 바람이 이렇게도 샌가??"
커튼을 재쳐보니, 세상에....
슬쩍 잠겼던 작은 창문이 세찬 바람에 열려버린 것이었다.
아!! 세상에나~
밤새 창문이 열려있었던 게야~
그나저나 새벽 날씨가 심란하다.
어제저녁 잔뜩 몰려 들었던 하늘의 구름도 여전하다.
오늘은 아주 단단히 차려입고 나서야겠다 생각하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시작이구나!
오늘부터는 야영을 해야하는데, 아주 매섭게도 바람이 부네~
아주 히말의 진면목을 단단히 보여주려나봐~ ㅠㅠ
오늘부터는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기때문에 가볍게 입으려고 생각했던 맘을 바꾸어 내복바지에 가장 두꺼운 울 양말까지 단단히 챙겨 입었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 지, 벌써 왕다가 모닝 커피를 가지고 왔다.
커피 향이 이내 방안 가득 퍼진다.
"아!! 역시 아침엔 커피야~
향이 아주 좋은걸~"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8시에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어젯밤 가득했던 트래커들은 벌써 떠났는 지 한적하다.
어젯밤 구해온 상치를 아침엔 새콤 달콤하게 무쳐왔다.
상큼한게 맛있다.
북어국에 밥을 말아서 먹고,
매번 끌여준 물을 식혀서 가지고 갔었는데,
오늘은 생수도 한 병 샀다.
왠지 물에 석회가 끼어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타메는 물가가 저렴한 편이어서 로부제나 고락셉에 비하면 반값(200루피)이라서....
이곳에서라도 한 번 호사를 누려보려고...ㅎㅎ
******************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새벽 녘에 느꼈던 그 추위는
화창한 햇살에 이미 다 녹아 들었다.
에공~~
방에 다시 들어가 내복바지를 벗고,
배낭에 챙겨넣었던 우비와 배낭커버, 스패치도
카고백에 넣었다.
오늘은 대장님께서 야크 치즈를 한 덩이씩 싸 주셨다.
세상에~
그렇게도 먹고싶었던 야크 치즈...
어제 곰파에 올라가서 우리도 샀거늘...
대장님께서도 어제 남체바자르에 가셔서 사셨던 거다.
'내가 치즈 타령을 좀 했지~??
아마도..... ㅋㅋ'
출발하기 전,
한 귀퉁이를 잘라 맛을 보니, 역시 구수한것이 맛이 좋다.
오늘은 어제 산 비스켓도 있으니 치즈를 얹어 먹으면
정말 영양보충이 될것이야~ ㅋ~
어제 올랐던 높은 산 중턱...
곰파를 지나 걸었다.
시작점이 가파른 오르막....
아침 시작 발걸음은 항상 무겁고 힘들다.
어제 오후에 올랐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구름은 온전히 걷혔고...
파아란 하늘에 햇살이 뜨겁다.
벌써 더위가 느껴온다.
고어 쟈켓을 벗고 셔츠 바람으로 걸었다.
"와아~ 근사하다!"
사방을 메우고 있는 설산과
벌써 까마득 해진 타메 마을의 경치가
어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탄성이 터질 만큼
눈부시다.
*******************
한참을 오르니, 저 아래로 벌써 나와 먹이를 뜯고 있는 야크때가 보인다.
아니, 벌써 나온게 아니라 저곳에서 사나부다.
돌담이 저리도 낭만적으로 쌓여진 곳에서....
하얀 설산과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과 어우러져서 얼마나 환타스틱한 지....
그만 우리는 그 광경에 반해서 길을 이탈하고 말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실컷 카메라에 담고 오르는데,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발자국이 분명 있기는 한데....
우리 포터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것도 이상하고...
중간에 만나서 잠깐 인사를 나누었던 외국인도 보이지 않는다.
"헐~
아무래도 우리 길을 잘못 들은것 같아~
이렇게 주위에 아무도 없을 수가 없잖아~"
그제서야 사방을 둘러보니,
산 중턱에 길이 하나 있다.
우리 포터들도 보이고...
허어걱!!
저렇게 높은 곳에 길이 있었어??
아이구~
우리는 까마득한 계곡 밑...
할수없이 우린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리 험하지 않아 돌 사이를 밟으며,
야크들이 내어놓은 길을 따라 원길도 올랐다.
에공~
해발 4000m에서 우리 포터들이 흔드는 손사위에 답례하듯 가쁘게 올랐더니,
숨이 차서 절로 헐떡거려진다.
마치
트래킹 피크라도 오르는 기분이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원래의 길로 합류했다.
경치도 멋진데....
숨도 차니,
한바탕 쉬었다 갈까나....??
포터들을 데리고 한바탕 화보 촬영을 했다.
ㅋㅋ
어느새 트래킹 시작 20일째니
이제는 친숙해져서
카메라만 갖다 대면
멋진 포즈가 그냥 나온다.
모델 다 되었다.
ㅋㅋ
다시 걸음을 떼었다.
이젠 길섶에 눈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찬기운도 몸속으로 뚫고 들어온다.
쟈켓을 다시 꺼내입고 걸었다.
시야에 펼쳐지는 설산의 경치는 앞을 봐도....뒤를 봐도....
사방 어디를 봐도 절경이다..
추쿵까지 오면서 매일같이 구름에 휩쌓여 제대로 설산을 보지 못해 그리도 속상해 하고, 애를 태웠거늘....
이젠 먼 발치의 설산이 아니라, 온 세상이 하얗다.
야르주를 만나 며칠 동안 비와 눈이 집중으로 쏟아져 내린 때문이다.
사방에 깔린 가시나무가 빨갛게 단풍이 들어 하얀 설산과 어우러져 기막힌 풍광을 보여주었지만
찔리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안되었다.
가시나무를 피해서 걷느라 한참을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걸었다.
그러다 잠시 쉴겸 고개를 들었는데...
아놔~ 또 탄성...
"와아!!
저기 우리 아이들 올라가는 모습좀 봐~
기막힌 풍광이군!!"
여늬때와는 달리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도 그럴것이 이 작렬하는 태양아래....
아니, 위에서 쏟아져 내리고...
아래에서 다시 반사열 뿜어 올리고....
저 무거운 짐을 지고 해발고도 4,000m대에서 고도를 700m나 올려 걸어 오르고 있으니....
어찌 안 힘들겠는가~
암튼....
덕분에 카메라의 멋진 피사체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이들은 쉬고...
나는 멋진 풍광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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