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36.고쿄리(Gokyo Ri,5,360m)의 환타스틱한 풍광....1

나베가 2014. 2. 21. 10:30

 

 

 

 

낮엔 따가울 정도의 강렬한 햇살로 등이 뜨거울 정도였는데, 역시나 해가 지니 한 순간에 한기가 온 몸을 뒤덮는다.

역시 해발고도 4,790m의 기온은 장난이 아니었어~

왜 아닐까....

고줌바 빙하와 초오유의 설산에서 오는 추위가 어련할까.....

온 몸을 가장 따듯한 옷가지로 무장을 하고, 이불을 달라고 해서 침낭위에 덮었다.

 

오늘 이 롯지엔 우리 팀과 외국인 한 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심이 후해서 다이닝 룸의 난로에 불을 더 지펴준다.

모처럼 포터들을 포함 우리 식구들은 난로가에 둘러앉아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었다.

네팔어도 배우고,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자니 따듯함이 절로 감싸온다.

 

우리의 떠듦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외국인은 열심히 책을 보고 있다.

하긴, 알아듣지 못하면 시끄러워도 책읽는덴 전혀 지장을 받지않는건 사실이지만....그래도 간간히 눈인사도 하면서 책을 보고 있는

젊은 청년을 보고 있자니, 여간 아름답지 않다.

탁자위에 얹어있는 지도와 제법 두꺼운 2개의 수첩을 보니, 그의 기인 트래킹 일정이 상상이 된다.

 

낮에 화장실 가는 복도에서 만났을 때도 활짝 미소를 지으며 '라마스떼' 하고 인사를 건네던 청년...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 우리에게 또 환한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한다.

와아~

멋지고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젊고 잘생기고 거기다 미소까지 살인 미소군~ 

 

 

 

저녁때 추워서 완전 무장을 하고도 침낭위에 이불까지 덮고 잤더니, 그만 더워서 몇번이나 잠을 깼다.

그러는 사이 창으로 들어오는 동틈의 빛에 잠을 깼다.

커튼을 젖히니 잔잔한 호수 수면 위로 산군이 그대로 잠겨있는 모습이 보인다.

 

얼른 쟈켓을 입고 호수가를 따라 걸었다. 

 

 

 

벌써 전문가 인듯한 사람들이 나와서 삼각대에 대단해 보이는 카메라들를 세워놓고 삼매경에 빠져있다.

카메라도 몇대를 가져왔는 지, 사람 수보다 카메라 대수가 더 많다.

방해가 될까봐 멀찌감치 돌면서 나도 주변 풍광을 몇 컷 담았다.

생각만큼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기막히다.

전문가들이 잠도 안자고 꼭두새벽부터 나와 혼을 빼고 렌즈에 몰입하고 있을 만하다.

 

 

 

 

초오유위로 점 점 넓게 드리워 지고 있는 햇살이 눈이 부시다.

16mm 단렌즈만 가지고 나갔더니, 멀리 호숫가에 잠겨있는 롯지의 풍광을 잡기가 어렵다.

산책도 할겸 방으로 들어와 다시 50mm 렌즈를 들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바람이 생겨서 수면속에 잠겨있던 풍광들은 사라져 버렸다.ㅠㅠ

 

 

 

헐~

아직 새벽 푸르스름한 어둠도 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트래커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오늘 이들은 어디까지 가길래 이리도 서둘러 출발을 할까....

그렇군!

우리가 이틀을 걸려서 온 코스를 하루에 갈 작정이군.

저들은 오늘 탕낙까지 가는게 아니라, 촐라패스를 넘을 작정인게야~

그렇다면 아무리 키가 큰 외국인 청년일지라도 꼭두새벽에 출발하는게 맞지~ 

 

 

아침 식사를 하고 배낭을 꾸려 9시에 고쿄 리를 향해 출발을 했다.

해발고도 5,357m ....

고쿄가 4,790m니까 567m 되는 오르막이다.

빨리 걸으면 2시간...

천천히 걸으면 3시간 거리란다.

 

그렇다면 당연히 우린 후자다.

아니, 오늘은 아예 늦도록 그곳에 있을 작정으로 대장님 만류에도 불구하고 펨파와 포터를 제쳐두고 우리끼리 오르기로 했다.

 

 

호수 가장자리의 돌 다리를 건너 고쿄 리를 향해 걸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을 뚫고 오른 트래커들은 벌써 하산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서 멋진 일출을 보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우린 일출 볼 생각 조차 하지 않은거지??

여기서의 일출은 멋지지 않나??

그렇다면 저들은 ....구름이 올라오기 전 선명하고도 환타스틱한 풍광을 보기 위해 저리 서두른 걸까??

아님 짧은 일정으로 하산하자 마자 곧바로 다음 여정으로 출발??

 

그리생각하니,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 있어도 되는 우린 더없이 여유롭고 행복했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오름 길은 고도가 높아서 숨이 가프고 힘이 들어서 그렇지 비단 길이었다.

칼라파타르와 마찬가지로 보기엔 민둥산 처럼 보여도 상당히 가파라서 조금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촐라체와 타보체와 함께 환타스틱한 고줌바 빙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우와~

역시....해발고도 5,357m의 험준한 또 하나의 횡성이군~

칼라파타르와 마찬가지로 위로 올라오니,완전 너덜 바위길이야~

 

후훗~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은 바윗돌들이 다 반듯 반듯 서 있네~

분명 누군가가 세워 놓은 것인데말야~ 누구지??

당근 트래커들이겠지??

아냐~ 고도 5,400m 나 되는 이 곳에서 저 무거운 바윗 돌을 들어 세워놓을 여력이 있었을까....??

그럼 포터들?? 아님 가이드??

에잇~ 몰라~

암튼 아주 독특한 풍광이야~ ㅎㅎ

 

 

 

오를 수록 뒤돌아 내려보면 더욱 기막힌 풍광이 펼쳐져 보였다.

잠시 멈춰서서 카메라를 바꾸어 코쿄를 담았다.

환상적인 에메랄드 빛 고쿄 호수뿐만 아니라 어제 그렇게도 열광했던 촐라체와 타보체가 고줌바 빙하 뒤로 기막히게 서 있다.

 

어제 종일 저 고줌바 빙하를 건넜건만....

이곳 5,300m의 고도에서 바라보니, 이제서야 온통 움푹 움푹 패인 빙하의 크레바스들이 한 눈에 좌악 보이며 빙하라는게 실감이 난다.

 

 

 

 

 

 

 

어디 그뿐인가!

시야에 들어오는 호수의 갯수도 하나씩 하나씩 늘어난다.

2개...아니, 3개나 한 눈에 보인다.

그야말로 이 판타스틱한 풍광에 탄성을 아니 내지를 수가 없다.

 

 

 

한 개만 보이던 설산도 그 뒤로 굽이 굽이 줄을 잇는다.

거대하고 광활한 히말의 진면목이 눈앞에 여실히 펼쳐졌다.

 

 

 

위를 바라보니, 고지가 바로 코앞인것 같다.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쵸도 보이고, 정성껏 쌓아올린 돌제단들도 수없이 많이 보인다.

 

 

드디어 고쿄 리(Gokyo Ri, 5,357m) 정상에 올랐다.

헐!!

그런데 이들 뭐얏~

햇살이 기막히고, 고쿄 호수를 비롯 고줌바 빙하의 그림같은 풍광이 펼쳐지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자들....

아니, 경치 삼매경에 빠져있는게 아니고, 눈을 감고 있네 그려~

거대한 히말 고쿄 리에 올라 온통 바위 산인 이곳의 정기를 온 몸으로 받고 있는 거야~

햇살까지 한 몫 해주잖아~

기막히군!!

 

저 사람들 언제 내려 갈려나~

설마 우리 처럼 종일 있으려고 작정하고 올라온건 아니겠지?

저 자리 우리가 사수하는 거야~

 

 

세상에~

롯지가 정말이지 성냥갑 처럼 보이는군~

 

 

 

 

 

 

 

배낭을 벗어 던지고, 이곳 저곳을 누비며 경치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수없이 셔터 눌러대고...

걸음을 뗄때마다 다른 풍광이 잡히는 카메라 렌즈를 들이보며 어찌 열광하지 않을까....

 

 

 

 

 

 

 

 

아~ 이 사람....

고쿄 리에 오르자 마자 내 눈을 사로잡았던 남자야~ㅋㅋ

잘 생겨서가 아니라 너무나 독특한 모자를 쓰고 있어서....ㅋㅋ

정말이지 너무 웃겨서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아놔~그 모습이 너무 놀라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어~ㅠㅠ

이젠 이 사람도 자리를 펴고 누웠네~

지금 이 순간 저들은 천국에 가 있겠지??

내가 보기에도 천국이 따로 없어~

 

 

 

 

 

눈을 뗄 수 없었던 고쿄 호수의 풍광을 뒤로 하고 뒷편으로 넘어가니, 여긴 또 전혀 다른 횡성....

험준한 바위로 쌓아진 고쿄 리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헐!!

어마 어마한 깊은 계곡의 장관에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순간 멈칫할 정도로 드는 아찔한 생각...

낼 ...아무래도 저 험준한 산을 넘어가야 할것만 같은데.....ㅠㅠ

 

내일 일정이 뭐였지??

맞아~ 해발고도 5,360m의 렌조라 패스야~

와우~장난이 아닌데~ ㅠㅠ

 

 

 

 

 

어느새 이곳에 왔는 지, 저만치 이풀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후훗~ 나 찍는겨??

아놔~ 또 팔을 치켜 들었어.

이제 제발 그만해!!

 

 

 

 

Richard Strauss (1864-1949)
Vier letzte Lieder AV150 (Op.posth)
(Four Last Songs) 
IV. Im Abendrot
저녁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