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35.리얼 혹성-환상의 고줌바 빙하 2....그리고 고쿄(4,790m)

나베가 2014. 2. 20. 00:30

 

 

 


 


오늘 일정이 짧다하여 한없이 멈춰서서 고줌바 빙하와 그 뒤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초오유 산군에 빠져 있었다.

황량하고 거친 고줌바 빙하를 끝까지 건너가면 그곳엔 하얀 세상...신천지가 있을것 같은...

파상라무, 낭파이고숨,초오유, 고중바 캉, 갸충캉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있다.

 

언젠가 저 곳에도 가까이 가 볼 수 있을까....

초오유 베이스 캠프 까지...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가 보지 않으면 언제 이곳에 다시 와서 저곳 초오유BC까지 다시 가겠어~ㅠㅠ

욕심을 다 내자면 일정이 한없이 길어져야 되겠군~

 

그려~

욕심내지 말자.

여기와서 배운게 뭐야~

욕심내지 말자는거였잖아~

신이 허락하는 만큼만....

 


 


가던 걸음을 멈추고 또 뒤돌아 본다.

아!!

또 그림같은 풍광이....

저 까마득히 멀리 촐라체와 타보체가 그림처럼 있고...

황량한 모레인 언덕으로 걸어 오는 저 들....

대장님과 왕다가 정말 판타스틱하군!!

 


 


 


초오유 산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거친 빙하위에 작정을 하고 배낭을 풀고 쉬었다.

어제 저녁 빨아 덜 마른 속옷가지들을 강렬한 햇빛에 뽀송 뽀송 마르도록 잘 펼쳐 놓고, 초콜릿과 따끈한 티도 한 잔 마셨다.

 

아!!

정말 좋군!!

두 눈으로 보면서도 이곳이 지구의 한 곳이란게 믿겨지지 않아~

그런데 분명 현실 맞잖아~

나... 지금 따근한 차를 마시고 있는 거...느껴지잖아~

 

누군가가 말했듯이, 잠을 자면서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니라 두 눈을 뜨고 꿈을 꾸고 있어.

 


 


 


 


대장님하고 왕다...

또 서 있네~ㅎㅎ

저토록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야 언제쯤 오실려나~

그려~ 순례를 하고 있는 거지~

순례자가 어찌 이 곳을 쉬이 빠른 걸음으로 내 달리겠어~

어쩌면 평생 다시는 걸을 수도 없는 이 곳을....

어쩌면 저 수많은 돌들과도 일일이 다 아는 척하며 그리 천천히 오고 싶을지도 몰라~

 


 


참으로 앙증맞게도 생긴 쬐끄만 웅덩이네~

그렇지?? 아무리 주변이 거대해도 호수라고 하기엔 좀 안어울려.ㅋㅋ

이 거친 황량함에도 깜찍하도록 이쁜 물 웅덩이도 있어~

처음엔 컸었는데, 주변 모레인이 파고 들어 다 덮어버린 걸까??

색깔좀 봐~

기막힌 에메랄드 빛이야~ ㅎㅎ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도 트래커들이 없는거지??

느림보 거북이인 우릴 초월해서 건너간 이도 하나도 없고....

우리와 반대의 여정인 고쿄에서 넘어가던 이들도 단 한 무리만을 보았을 뿐이잖아~

 

뭐지??

아직 트래킹 하기엔 이른 시기인 거야?

아님 또 나쁜 일기로 루크라에 비행기가 며칠을 착륙을 못했다던가...그런 건가??

아님, 원래 이 길이 험준해서 많은 트래커들이 없는 거??

아님, 사람이 많게 느껴지기엔 너무나 땅덩이가 거대한 거??


 

 


 

헐~

문득 이런 궁금증에 휘둘려 있는데,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멋진 트래커....

정신없이 또 카메라 들이민다.

아니, 달려가서 사진 한 컷 찍어도 되겠냐고 묻고는 대답 들을것도 없이 셔터소리 찰칵 난다.ㅋㅋ

 

  

 


아놔~

외국 트래커들은 왜케 멋진 거야~

찍으면 걍 다 모델이야~

 

암튼 난 인물사진을 좋아하는데....당췌 사람 구경을 못하니....ㅠㅠ

사람만 나타나면 카메라 들이밀밖에....ㅎㅎ

 


 


 


 


아니, 이럴 수가....

반한것도 아니구...

이들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며 셔터 눌렀잖아~

아놔~ 나, 정말 사람이 그리웠던 게야~

에공~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어~

환상의 히말의 봉우리들을 찾아서가 아니라 인적을 찾아서....ㅋㅋ 

 


 


주변 풍광을 보니, 저 언덕만 넘으면 고쿄일것 같다.

예상적중!!

그림같은 에메랄드 빛 호수와 초오유를 배경으로 고쿄 마을 풍광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한 판 사진을 찍고는 쉴 작정하고 배낭 벗고, 자켓을 덧 입었다.

그때 그리도 대장님 비서를 하느라 왕느림보 였던 왕다가 우리 곁을 쏜살같이 지나친다.

아마 우리들 점심 준비를 하기 위해서일게다.

아~ 정말 왕다는 얼마나 빠른 지, 순간 나타났다가 귀신같이 사라졌다.

 


 


내리쬐는 햇살에 고쿄호수가 보석 처럼 반짝거렸다.

얼마나 이쁜 지....그만 홀려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얼마 동안 그러고 삼매경에 빠져 있었을까....

그리도 발걸음을 못떼고 수없이 멈춰 계시던 대장님께서 올라 오셨다.

 

차를 마시며 잠시 더 쉬며 오랫만에 이풀과 함께한 사진을 찍었다.  

 


 


 


이젠 배도 슬슬 고파오고....

내일 오를 고교 리 (Gokyo Ri , 5,360m) 를 보면서 우리의 롯지로 찾아 내려갔다.

고락셉에서 바라다 보이던 해발고도 5,550m의 칼라파타르와 크기와 높이...

'에게~' 했던 느낌까지 사뭇 흡사하다.ㅎㅎ

 


 


우리의 롯지는  가장 호수와 가까운데 있었다.

뒤로는 새로 지은 롯지들과 지금도 짓고있는 롯지들이 즐비했다.

우리가 묵을 롯지가 좀 오래되긴 했어도 호수와 가장 가까이 있으니 더없이 좋다.

 

방에 짐을 풀어놓고는 다이닝 룸으로 갔다.

창으로 반짝이는 햇살과 함께 호수가 가득 들어왔다.

와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창가에 앉아있으니, 햇살이 얼마나 뜨거운 지, 등이 다 뜨거울 정도다.

해발고도 4,790m의 고도에서 이 호사스런 햇살쬐기라니....ㅋㅋ

 

점심으로 라면에다 밥까지 말아서 먹고는 방에 들어와 카메라 배터리를 챙겨 충전을 맡겼다.

오늘은 배터리도 새로 산 새 배터리일뿐만 아니라 왠지 햇살이 좋아 풀챠지가 아니라 1시간만 해도 충전이 빵빵하게 될것 같아

1시간만 충전을 맡겼다.

이곳도 역시 1시간에 350루피(4000원)다.

며칠만 버티고 타메로 내려가면 그곳은 매우 값이 저렴하다 하니, 사진 찍기도 좀 자제하고 있는 배터리를 다 쓰기로 했다.

 

4월에 갔었던 안나푸르나 물가만 생각하고 환전을 해왔는데, 이곳 쿰부가 그곳보다 무려 10배가 비싸서 그야말로 생애 최 극빈 생활을 하고 있다는....ㅠㅠ

미네랄 워터가 500ml 한 병에 400루피(4500원), 콜라 500ml  한 병에 500루피(5500원) 핫샤워 500루피(5500원)...

암튼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물도 쿡이 끓여준 물에 tea백을 넣어서 마시고, 콜라 마실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생전 먹지도 않는 쿠키와 비스킷은 또 얼마나 먹고 싶던 지...

짐 무게때문에 최소한 준비해간 비상식으로 겨우 트래킹 중 한 두개 먹는게 다였으니....

그 먹고싶음과 배고픔이....5살 어린아이와 별 다를 바 없었다는....ㅠㅠ

ㅋㅋ

 

 

 

 

매일  누우면 '먹고싶은 거 나열하기...'를 게임하듯이 읊어댔다.

여행 시작 19일째....

나와 이풀이 해간 똑같은 밑반찬에 한 두가지 반찬과 국, 찌개가 다 인 식사에 이젠 현지식 먹고 싶다는 호사스런 투정도 해보고....

그나마도 우리가 사 먹고 싶어도 대장님이 컨디션이 좋지를 않아 전혀 못드시고 계신데, 우리끼리 막 사먹기도 그렇고....

단 두명을 데리고 떠난 대장님의 경비 부족함 마저 느껴지는 상황에서 빠듯한 우리의 경비 마저 헤프게 쓸 상황도 아니었다.

 

암튼...나름 이제까지의 삶에서 이처럼 최극빈 생활을 한 적이 있었을까....

때로는 짜증도 내보기도 하고...

그러다 이내 우리의 짓거리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삶속에서 뭔가 복잡한 실타레가 풀어지는것 같기도 했다는 거다.

절약과 절제, 정리...

이런 생소한 단어들이 머릿속을 메우며 하나 하나 단순함으로 바뀌어 지더라는 것....

 

가장 단순한 삶을 배워나가다.

어쩌면 그게 참인것 같다는...

 

허영, 화려함,욕심,무절제, 경거망동......

모든것을 내려놓고....아니,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차오르는 것들

정돈, 본모습, 본질, 참 삶....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어느 예술가의 생애"

Symphonie Fantastique in C major, Op.14

I - II - III - IV - V 전악장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