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파와 파상이 짐을 중간쯤에 내려놓고 우리들을 위해서 다시 촐라패스로 올라왔다.
"눈이 많이 와서 하산 길이 매우 위험해
내려가기가 힘들것이라고..."
안색이 창백하기까지 하다.
아~
어떡하나~
이미 내 눈으로 봐도 험준한 너덜길에 가위가 눌릴 지경인데....
펨파가 그렇게 말하니, 걱정이 더욱 더 태산같아 진다.
눈이 없어도 다리가 후들거릴 판인데...
아이젠도 없이 저 경사 45도의 너덜 바윗 길을 내려가야 한다니....ㅠㅠ
파상과 펨파는 아직 올라오지 못한 대장님과 이풀을 도우러 이내 촐라패스 아래로 내려갔다.
그 사이 난 초콜릿과 따끈한 tea로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새벽 6시에 라면 한개도 아니고, 둘로 나누어 한 공기만를 먹고 6시반에 출발해서 벌써 12시를 훌쩍 넘겼으니....ㅠㅠ
잠시 뒤에 모두들 올라왔다.
파상은 대장님 배낭을 매고 내려갔고, 펨파가 우리 둘의 배낭을 앞뒤로 맨다는 거다.
헐!!
이 가파른 눈쌓인 너덜길을 내려가는데, 앞에 배낭을 맨다는건 시야를 가려서 절대 위험해서 안될 일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배낭의 무게의 힘듦보다는 안전을 위해서도 배낭을 매는게 훨씬 낫기에 내가 매고 내려가기로 했다.
북한산 내리막에서 한 번 사고를 당한 나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겁이 나고 힘이 드는 지....
온 몸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꽁마라 이후 다시 만난 커다란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꽁마라 패스 내리막 보다 더 가파르고,눈이 훨씬 더 많이 쌓여 너덜길의 미끄러움이 심해 정말 위험 천만이었다.
아!!
드디어 위험 천만의 촐라패스를 무사히 넘었다.
저만치 아래로 거대한 바위곁에 바람을 피할만한 명당 자리에 우리 포터들이 모여있다.
다름아닌 늦은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거다.
이런 곳에 물이 있다는게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일이지만, 주위에 물도 있어서 소위 캠프지란다.
오늘 점심은 이름만 들어도 찬란하기만 한 '떡국'이란다.
돌로 밥을 지어주어도 먹을 판인데, 떡국이라니....
맛이 기막히지 않았다면 그것이 거짓말....ㅎㅎ
정말 꿀맛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게다.
포터들의 점심은 삶은 감자....
그들 먹기에도 부족할텐데, 어떻게 우리가 먹고싶어 하는걸 눈치 챘는 지...우리에게도 먹어보라고 가져다 주는거다.
그 이름도 역시 찬란한...세상에서 제일 맛이 좋다는 '딩부제 감자' 다.
그런데 진짜...배고파서가 아니고 정말 기막히게 맛있다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감자는 '히말라야 딩부제 감자' 라는거...인증.
점심을 먹고나서 한 동안 그곳에서 쉬었다.
바람도 없고....
경치는 판타스틱하고...
세상 부러울게 없다.
등산화 벗어 던지고, 넓직한 바위 위에 올라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웠다.
그때 지나가던 트래커가 우리의 이 모습을 담고 싶었는 지, 눈치를 보면서 슬쩍 카메라에 담는것 같다.
우리도 늘 그랬었기에...
반가히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험준한 촐라 패스 앞에서 모델이 되어 주었다.
까마득한 내리막은 다시 시작되었다.
위에서 보기엔 비단 길 같아 보였건만, 남은 길도 상당한 너덜길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눈쌓인 가파른 촐라패스의 내리막에 비하면 비단길이 맞긴 맞다.
빠른 걸음으로 내달리듯 걸었다.
1시간쯤 그리 내 달렸을까....
저 만치 롯지가 보인다.
"와아~이거 뭐얏~
유채꽃 아니야??
세상에~ 언제 우리 험준한 눈길을 걸은거야~"
활짝 핀 노오란 유채꽃이 우리를 반긴 '탕낙'은 아주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날씨도 얼마나 좋은 지...벌써 도착한 포터와 키친보이들은 깨끗이 씻고 빨래까지 해서 돌담 위를 장식해 놓고 있었다.
우리도 오랫만에 핫샤워를 했다.(500루피=5500원)
38도의 가스샤워....
그러나 화려한 수식어와는 달리 수압이 약해서 겨우 씻고 속옷만 빨 정도였다.
아무리 날씨가 좋다고 해도 이곳 탕낙도 해발고도4,700m...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씻자마자 샤워실에서 완벽하게 옷을 갖춰입고 나오는건 물론 털모자까지 쓰고 나와야 한다.
침낭속에 들어가 찬 몸을 녹이고 있자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 지....
온 몸이 노곤 노곤 녹아든다.
저녁으로는 감자조림과 된장국...그리고 밑반찬이 나왔다.
감자가 맛있어서인 지... 5,300m대에서 4,700m로 내려와서 인 지, 입맛이 아주 좋다.
그러나 70세인 대장님에겐 오늘의 이 코스가 무척 힘이 드셨는 지, 저녁 조차 드시지 못하고 겨우 숭늉만 드시고 만다.
아닌게 아니라 기분좋은 피곤이 온 몸을 덮친다.
아!!
이럴땐 걍 자는거야~
이 또한 천국이잖아~
Isaac Albeniz
Suite espanola, Op.47
Julian Bream,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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