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끝으로 가 가까스로 내려다 보니,작은 호수가 수없이 많다.
아니, 호수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아무래도 눈이 녹아서 고인 일종의 빙하물이 아닐까??
빛깔도 에메랄드 빛이고...
더이상 벼랑끝으로 다가가는건 매우 위험해 보였다.
많은 눈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있고, 잔설이 아직도 계속 흘러내리고 있기때문에 자잘한 자갈밭이 되어있는 절벽이 자칫 같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어 보였다.
안나푸르나 정령에게 바치는 제단 같은 곳이 보인다.
형형색색의 파르초가 수없이 많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이들의 신앙심과 존경심이 잘 나타난 그대로의 작품이다.
사방을 온전하게 하얀 설산이 둘러싸고 있는 이곳에선 어디서 바라보든 그대로 셔터만 누르면 된다.
채링은 아주 신이 났다.
안나푸르나의 여신의 정령의 기를 오늘 제대로 받았나 보다.
기분이 최고로 좋아보인다.
그럼 또 우리 이거 남겨줘야지~
ㅋㅋ
아이구~~
나 또 위험한 짓 했네~
자칫 눈과 흘러내린 벼랑끝 흙이 함께 무너져 내리면 어쩌려고 저길 걸터앉아....ㅠㅠ
박영석 대장이 묻혀있는 설산의 깊이가 당겨서 보니, 대단해 보인다.
하긴 얼마나 깊으면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하겠어.
가까이 가서 보면 그만 압도당해 질식할지도 몰라~
고 박영석 대장의 추모비앞에 섰다.
젊디 젊은 박영석, 강기석, 신동민....그들의 모습과 어린 자녀들의 사진을 보니, 그저 잔잔하기만 했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이 일은 듯 아프다.
왜 이들은 이렇듯 험준하고 처절하도록 외롭고 힘든 삶을 선택한 것일까....
이들의 남은 가족은 어찌 이 아픔을 감당해 낼수 있을까...
무심했던 텅 빈 마음에 비수가 꽂힌 듯 아파왔다.
묵상을 하고 이들의 얼굴과 그곳에 쓰여있는 모든 것들에 주목했다.
".....이곳에서 산이 되다..."
아~
아프지만 문득 감동이 인다.
어쩌면 이들은 이곳에 발을 들이밀기 시작할때 부터 이곳에 묻히기를 작정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정말 저들은 이 곳에서 그대로 산이 된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그리 아프지 않고 그대로 장엄한 히말라야의 산이 되어 있는건 아닐까....
우리는 다시 베이스캠프로 내려왔다.
안나푸르나BC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자축하며 한바탕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햇살은 강렬하여 따듯하고....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어찌 춤이 절로 추어지지 않을까...
한 바탕 춤사위를 벌리고 우린 롯지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우리 식구외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우린 벌렁 누워 창으로 들어오는 안나푸르나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자고 낼 내려갈까....하는 우리의 계획은 아직 유효했다.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안나푸르나의 매혹적인 하얀 자태가 벌렁 누워서 보니, 또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브런치를 먹었더니, 이내 또 배가 슬금 슬금 허전해 진다.
감자전과 이곳 만두를 시켜서 또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곤 우리가 내려가고 싶을때까지 완전히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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