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쿡-채링은 높은 곳을 좋아하나 보다.ㅎㅎ
이번엔 대장님께서 우리가 묵을 숙소를 채링에게 다 맡기셨다는데, 매번 가장 마지막 집....가장 전망이 좋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롯지를
우리의 숙소로 잡았다.
그래서 안나푸르나 연봉이 훤하고,아랫마을 롯지들까지 들어간 풍광이 더욱 멋지다!!
아!!
그런데 그 흥분도 잠깐...
오늘은 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꼭 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거늘, 이곳 역시 일주일 동안 내린 비때문에 발전을 할 수 없어 배터리 충전은 고사하고 아예 전등도 들어오지 않아 헤드랜턴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아악!!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없다는 건 거의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이젠 카메라 2대의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
트래킹중 사진을 거의 찍지 않은 다른 일행들은 이제사 이 비경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지만,나는 조금은 우울한 맘으로 내일을 위해 참아야만 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는 난로 가에 앉아서 비에 젖어 눅눅한 옷과 우산, 등산화,배낭등을 말리며 몸을 녹였다.
이렇게 몸을 녹이고 방으로 들어가야 그나마 한기를 잊고 잠을 잘 잘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포터들이 잠을 자야 한다며 모두들 방으로 들어가 자라고 올려 보낸다.
하긴...우리도 내일을 위해서 빨리 올라가 씻고, 짐 챙겨놓고 자야했다.
따듯한 물이 나올리 없다.
핫 샤워는 꿈도 꾸지 못하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겨우 얼굴과 이빨만 닦기도 힘겨웠다.
따듯한 물병을 가슴에 앉고 잠을 청했다.
방안의 등불 마저 안 들어오니, 그야말로 밖은 칠흙처럼 깜깜했다.
문득 작년에 포타나 롯지에서의 풍광이 떠 올랐다.
한 밤중에 마치도 히말라야 정령이 깨워서 나간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저 하얀 설산이 까만 밤하늘에 너무도 선명하여 마치 투명한 수정 산 같았던....
그 감동에 휘말리어 그 추운 밤에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얼음 땡이 되어 서 있었던 기억...
그렇게 이틀 내내 쏟아지던 비는 드디어 이곳 타다파니에서 멈췄다.
어쩌면 오늘 밤에도 그런 풍광을 볼 수 있을 지 몰라~
아!! 어떡하지?
그냥 이대로 푸욱 잠들어 버리면....
그 추억에 휘둘리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깜박 잠이 들었었나~~
어느 순간 잠이 깼다.
창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하얀 설산이 깜깜한 밤하늘에 선명하다.
아!! 드디어 나타났어!
나는 살금 살금 기어나가 복도 끝으로 가 창문의 커튼을 열어재꼈다.
저녁때만 해도 구름에 가려 마차푸차레가 보이지 않았거늘, 안나푸르나의 가장 아름다운 연봉 마차푸차레가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이는것이었다.
전혀 기대치 못했던 이 느닷없는 풍광에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탄성을 가슴으로 삭이며 한 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옆으로 포터들이 복도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그곳에 계속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제서야 편안한 맘으로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기압때문일까...
신기하게도 밤에는 모든 구름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지,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설산만이
우뚝 솟아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전히 들어난 안나푸르나 연봉에 대장님 이하 모두들 흥분하여 카메라 세례를 퍼 붓느라 난리다.
그러나 나는 한 두컷만 찍고는 참아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안타까움보다 오늘 촘롱까지 가면서 내 앞에 펼쳐질 비경을 그냥 지나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참을 수 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랫만에 보는 화창한 날씨에 일행 모두들 컨디션이 최고로 보인다.
꼭대기에 있었던 우리 숙소에서 한 참을 내려 아랫마을 롯지를 통과했다.
그곳에서의 마차푸차레의 모습도 너무나 장관이었다.
하지만 벌써 숨어 있던 구름들이 피어올라 마차푸차레의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래도 마차푸차레의 모습을 카메라에 잡고 싶었지만 역광이라 제대로 잡을 수도 없었다.
그곳 롯지에 묵은 사람들은 이 비경을 더 즐기고 싶은 지 아직 많은 트래커들이 출발하지 않고 그곳에 앉아 하염없이 마차푸차레에 빠져들어 있는 것 처럼 보여졌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쳐 다시 밀림속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여전히 밀림속을 걷는걸까....??
이제까지와는 달리
밀림 속은 찬란하게 반짝였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햇살은 바닥의 수풀들을 그야말로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어떻게 초록이 저토록 이쁘게 빛을 발하지??
오랫만에 맞는 햇살에 찬란히 빛나는 초록들을 예찬하며 대장님과 나는 흥분을 했다.
반짝이는 초록에 흠뻑 젖다보니...
금새 밀림을 뚫고 나온듯한 기분이 든다.
타악 트인 전망이 또다른 흥분으로 몰아넣으며 우리를 기다렸다.
한 바탕 축구 경기라도 펼치고 가도 될 만큼 넓다란 잔디 밭을 가진 롯지....
타악 트인 전망과 하얀 설산....
거기다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트래커까지 보인다.
정말 기막힌 롯지가 아닐 수 없다. ㅋㅋ
배낭을 짚어 던지고, 배터리를 아끼느라 2장의 사진만 찍고는 따듯한 레몬 티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벌써 시간이 오후를 향해 달려가고 있나??
한 낮 내리쬐는 햇살은 그동안 너무도 그리웠던 일인데,
이젠 덥다고 윗옷을 다 벗어버리고 반팔 차림으로도 더위를 느낀다.
배터리 때문에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시선이 간다.
또 기념품 샵이다.
꼭 가지고 싶다고 말한 산악회 동생들도 생각이 나고,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여 나는 그 짧은 시간에 또 쇼핑을 했다.
털모자와 털 양말 한 켤레씩....ㅋㅋ
좀 깍아줄까...기대하고 볼팬과 머리 고무줄을 잔뜩 주었더니, 안깍아 준다.ㅠㅠ
에고~~
여기까지 와서 뭘깍아~
깍을걸 깍아야지~
잠깐 휴식을 취하고 걷기 시작한 길은 이제와는 전혀 다른 길....
밀림을 완전히 벗어나 우리 시야를 완전히 메운 것은 환상적인 다랑이 밭이었다.
오늘 일정은 타다빠니(2630m)에서 2140m 의 촘롱까지 간다.
계속 올라야 할 것 같은 히말라야의 여정에서 3180m의 반단티, 2630m의 타다파니, 그리고 2140m의 촘롱까지.....연일 내려간다.
그래서 오늘도 계속 밀림속을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듯 환상적인 설산과 다랑이 밭의 향연이라니....
더우기 걱정했던 언니가 몸을 회복하고 또 고소에 적응할 기회가 늘어나니까 더욱 맘이 놓이기도 한다.
지금이 이곳에선 보리 수확철인 지, 땡글 땡글 영글은 잘 자란 보리가 눈을 사로잡는다.
멀리서 보기엔 겨우 사람 한 명 들어설것 같은 좁은 다랑이 밭인데, 다가서 보니 그래도 상당히 넓은 밭이다.
헐 이건 또 뭐지??
넓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조금은 특별한 포터를 발견했다.
저 윗동네에서 기른 양들의 털을 깍아낸 것을 시장으로 내다 팔러가는 중이라고 한다.
헐!!
히말라야에서 양을 키운다고??
도대체 어디에서 양을 키우고 있다는거야~
잘하면 오늘 어쩌면 수백마리의 양을 볼 수도 있다는 거잖아???
나는 또 새로운 풍광에 맞닥뜨릴 것을 예견하며 흥분했다.
한적하게 쉬고 있는 이들에게 끼어들었다.ㅋㅋ
그리고 이 특별한 짐을 맨 포터들과 한 컷....
같이 사진 한 컷 찍자는데 이렇듯 무거운 짐을 지고도 헤맑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순박한 사람들이 있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한번 밖에 보지 못한 양털을 진 포터들이었다.
이번엔 보리 추수를 한 것을 손으로 타작을 하시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다.
이 신기한 풍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시선 한 번 안주고 묵묵히 일하고 계시는 할머니....
그러나 저러나 저렇게 약한 작대기 하나로 저 많은 보리를 언제 타작을 다 하나~~
전망 좋은 롯지에 익숙한 가방이 눈에 띄었다.
바로 우리들의 짐....
훗~ 이곳에서 쉬고 가는구나~
아니 벌써 점심 시간이잖아~
점심을 먹고 나서 내가 트래킹 중에 만나는 애들에게 주려고 가지고 간 선물꾸러미를 대장님께 드렸다.
우리 애들 먼저 챙기라고 하시는 말씀이 생각이 나서....
사실, 작년에 왔을때와는 달리 코스가 달라서 인 지 아이들이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 쿡과 포터들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 식구들에게 주라는 말씀도 맞는 말이다.
식구들을 하나씩 불러서 똑같이 나눈 선물을 주었다.
대장님께서 내가 주는 거라고 말씀을 덧붙이시면서.....ㅋㅋ
그들의 표정이 이 작은 선물에 어린아이 마냥 환하게 빛이 났다.
날씨도 좋겠다~ 작은 선물도 주었겠다~
산행도 내리막 길이 많아서 수월하겠다~
그야말로 오늘 산행은 띵까 띵까 콧노래가 나올 참이다.
좋은 운에는 항상 더 좋은 운이 따른다고 했던가??
트래킹중 정말 보기 힘든 네팔 구릉족 전통 복장을 한 현지 인을 만난것이다.
대장님께서 다가가셔서 담배 한 대 권하면서 말씀을 나누셨다.
우와~~~이런 대박!!
오늘은 배터리가 없어서 그 유혹을 물리치고자 아예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걸었는데.....
정신없이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마치 다큐멘터리 작가인 양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연속 셔터.....
와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저씨 눈하나 깜짝않고 전혀 어색해 하시지도 않고 초연히 계셔~~
초인인가??
그려~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고 사시는 초인이 맞는 거 같여~~
ㅋ~~
이왕 사진 찍는 거 나도 아저씨랑 한 컷 찍을테야~
담배를 다 태우시고....
대장님과 무슨 말씀을 그리 많이 나누셨는 지....
일어나 가시던 길로 향하면서 다시 뒤돌아 보시던 이 표정....
헤어짐이 아쉬운 듯한 이 눈동자....
이 순간의 만남에 무슨 인연이 있을까~
아!!
이 구릉족 아저씨와의 만남...
이 사진들....
정말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될 만큼 흥분되고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랄랄 룰루 신나게 걸어가는데,,,,
헐~ 보기에도 위압적인 검은 황소들이 길을 완전히 가로 막고 있었다.
어쩌지??
아무리 무서워도 한 컷 찍고....ㅠㅠ
가까스로 위로 올라가서 간신히 위기를 탈출했다.
헐~
계속 소들이....
그래도 일단 풍광은 기가 막힌 걸~ ㅋㅋ
와우~
여긴 또 말?? 아니 당나귀인가??
다랑이 밭 앞으로 유유자적하고 있는 당나귀까지 들어가니 낙원같다,
정말 풍광이 그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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