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걸었을까....
히말라야 속을 걸어 오르고 있다는 벅참과 함께
꽃들이 만발하고 돌담과 하얀 벽돌이 아기 자기한 롯지들과
끊임없이 펼쳐진 돌 계단과 주변 풍광에 사로잡혀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보니,
시간의 흐름도 못 느낀 채 여기까지 걸은 것 같다.
우리들 짐이 밖에 놓여있는 걸 보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 좀 지난것 같긴 하다.
아침을 워낙에 푸짐하게 두번이나 먹고, 포카라에서 출발하면서 간단한 간식을 먹은 지라 그리 배고픈 줄 몰랐는데.....
점심은 따로 해서 먹는건 아니고 간단하게 주문해서 먹기로 했다.
일단 따듯한 레몬 티를 시켜서 마시면서 주문한 도너츠를 기다리기로 했다.
열려있는 부엌 문을 통해서 보니, 그제사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
헐!
이제서 밀가루 반죽을 해??
언제 해서 만들어서 튀겨내 온다는 거지??
하긴 뭐 그리 급할거 있나~
배도 안고픈데....
즉석에서 만들어서 튀겨내 오니까 훨씬 더 맛있겠지??
신발도 벗고, 편한 자세로 열린 부엌 문을 통해 주인장이 도너츠 만드는걸 구경했다.
조그만 그릇에 마치 소꿉장난을 하듯 밀가루를 조밀 조밀 반죽하더니, 이내 밀대로 밀고는 금새 달구워진 기름에 튀겨낸다.
우리가 상상했던 동그란 구멍이 뚫린 도너츠가 아니라 짜파티라고 하는게 더 낳은
넓직하게 밀어서 튀겨낸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즉석에서 반죽해서 만들어 튀겨내온 거라 바삭 바삭하고 고소한게 어찌나 맛있던 지...
이곳 네팔에서 나는 유명한 천연벌
꿀을 듬뿍 뿌려서 먹으니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한 판씩을 다 먹고 우린 더 주문을 해서 먹었다.
커피까지 한 잔씩 마시고...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집집마다 널려있는 하얀 집앞의 컬러풀한 색감의 빨래는 정겹기도 하고, 마치 설치 작품같기도 하여 카메라를 들이밀게 한다.
그때 저만치서 짚 차 한 대가 지나간다.도대체 저 작은 짚 차 한 대에 몇명의 사람이 탔는 지, 감이 잡히지 않을 만큼
사람이 다닥 다닥 붙어있다.
보통은 포터들은 자동차 지붕에 다 타고 가는데,저 차에는 열개도 넘은 직한 커다란 짐가방들이 그 자리를 다 차지하고, 그 위에는 겨우 서너명... 남은 사람들은 자동차 밖에 대롱 대롱 메달려서 가고 있다.
밖에 메달리고 지붕에 탄 사람만도 열명은 됨직하니, 아마 저 차에는 지금 20여명 정도가 타고 있지 않을까...생각든다.
대단한 힘이야~그래도 저 차가 움직여서 가고 있다는게 신기에 가까울 지경이다.
이곳 히말라야는 모든게 그저 신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히말라야의 정기가 넘 쎄서 그런게 아닐까....ㅎㅎ
그러고 보니, 이곳을 우리처럼 걷지 않고
짚 차로 타고 가는 트래커들이 많나부다.
아마 앞으로는 이보다도 훨씬 더 높은 곳까지 차량이 들어가 안나푸르나 정상에 까지 훨씬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든다.
하지만,,,더 이상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간절한 맘으로 또 빌어본다.
가능한 한 현대 문명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말기를....
이곳만이라도 가장 아날로그 적인 삶 그대로 살 수 있기를...
그 속도감에 지치고 각박해진 우리들이 이곳에 와서 걸으면서 치유받기를....
넓직하면서도 온갖 꽃들을 키워 가꾼 롯지를 지나쳤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의 색깔에 얼마나 롯지가 화려한 지, 고개를 쭈욱 빼고 안까지 들여다 보게한다.
그 앞으로는 또 한 바탕 축구 경기라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넓직한 잔디 구장도 있고...
전망 좋은 오픈 식당도 있고....
잘 생긴 검은 소들도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제법 좋은 롯지같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아직 한 참을 더 가야하니까, 우리가 묵을 롯지가 아닌건 확실하다.
우리의 행선지는 티르케둥가까지 이다.
깊은 계곡을 끼고 걷는 우리의 시야에는 수도없이 많은 길다란 흔들 다리가 보인다.
아직은 기인 건기의 끝이므로 깊고 넓은 계곡에는 물이 그다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제 5월 부터 슬슬 시작되는 우기가 되면 9월 중순까지 하염없이 쏟아지는 거센 빗줄기에 이 깊은 계곡엔 무섭게 물이 흘러갈 것이다.
그땐 저 다리를 건널라 치면 다리가 후둘거리겠지??
호옷~ 초가집이다.
붉은 흙벽에 얹혀진 우리네 초가집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초가 지붕을 보니, 정말 아주 옛날 시골집에 온 것만 같다.
외양간엔 우리네 누우런 한 우 대신 검은 소가 있고, 황토 대신 이곳에서 나는 히말라야 돌집이지만....ㅎㅎ
이곳 마을엔 집집마다 다 소를 키우는것 같다.
옛날 우리네 시골마을 풍광처럼 집집 마다 외양간에 있는 누우런 소가 직접 밭을 갈아 농사를 짓고, 우유를 짜 먹고, 새끼를 낳아 재산을 불렸던.....
이곳에서도 저 검은 소는 집안의 큰 재산임엔 확실할 터다.
한 참 위에서 내려다 보니,휙 휙 구부러진 오르막 길이 예술이다.
맞은 편 산 꼭대기까지 경작되어진 계단식 다랑이 밭을 보면 해발 8000 미터의 거대한 히말라야의 설산이 아니더라도 장엄함 마저 느껴진다.
인간의 노고와 함께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꿈을 꾸듯 아름다운 알프스를 걷는것과는 너무도 다른 히말라야를 걷는 매력이기도 하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결정체...
롯지가 또 나타났다.
이제 우리의 숙소도 슬슬 나타날 지점인데....
우리들의 짐가방과 포터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이곳도 아닌가 보다.
그러고 보니, 저기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가방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다름아닌 가방에 쓰여있는 여행사 이름을 보니, 우리나라에서 온 가방들이기 때문이다.
허어걱!!
32명이나 된다고....????
혹시 아까 우리 앞을 지나쳤던 짚차에 실려있던 가방들이 아닐까??
암튼, 이곳 히말라야에 까지 와서 우리 나라 사람들끼리 북적거리는 가운데 있고 싶지 않았는데....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이곳이 우리의 숙소가 아니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많은 롯지들 가운데 우리 숙소도 있지 않을까...생각했는데, 한참을 올라서야 반가운 우리 식구들 얼굴이 보인다.
아!!
여기구나~
올라오는 내내 돌담 사이로 핀 예쁜 꽃들에 열광하면서 올랐는데...
이렇게 전망 좋은곳에 우리의 숙소가 있었어.
그저 모든게 좋아 함박만한 웃음을 얼굴 가득 피우며 올라서는 우리를...
그게 보기좋아서 또 ...
환하게 웃으며 맞고 있는
쿡 채링과 막내동이 포터가....
나는 또 그게 너무 이뻐서......
카메라에 한 컷 담았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의 환한 표정을 보며
이뻐하고,,,
기뻐하고,,,
서로 흐믓해했다.
우리 방은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올라서 보니 시야가 앞으로 타악~ 트인게 얼마나 판타스틱한 지....
'너무 좋다~'고 탄성 몇번 질러준 다음 재빨리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열악한 시설에 한 사람이라도 빨리 씻어주는게 뒷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핫 샤워를 할 수 있단다.
날씨가 좋아서인 지 태양열로 데워진 물은 샤워하기 좋을 만큼 따듯했다.
혹시라도 뒷사람들이 씻을 물이 모자랄까...될 수 있는 한 물을 아껴쓰며 얼른 씻고 나왔다.
그 사이...
우리의 쿡은 열심히 저녁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우린 사방이 유리창으로 트여진 전망좋은 식당으로 내려가 담소를 즐기며 저녁을 기다렸다.
우왕~~
드디어 우리앞에 차려진 저녁상....
코끝을 자극하는 감자 북어국 냄새에 우린 탄성을 자아냈다.
어쩌면 이 보다 훨씬 더 가지수도 많고 화려한 저녁상을 늘상 먹었을 지도 모르는데...
이 흥분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찾아
벌써부터 내 온몸을 감싸고 있는 오지생활에 대한 대비.....ㅎㅎ
계란까지 풀어서 끓인 감자 북어국은 정말 나도 이렇게 끓여보지 못한 구수하고도 환상적인 맛을 냈다.
거기에 밥도둑인 오징어와 조개젖갈...
계란푸라이, 바삭바삭하게 구운 김, 늙은 오이무침...
그리고 카레볶음 스테이크까지....
하루종일 히말라야를 걸은 우리에게 이처럼 화려한 식탁이 또 있을까...
럼주에 콜라를 섞은 럼콕까지 곁들이니,,,,
이 행복감을 뭐라 말로 표현할까....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우리의 행복감은 주체할 수 없이 밖으로 쏟아졌다. 그 끝은 망고와 청포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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