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감히 입밖으로 내 뱉기도 두려웠던 히말라야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단어로 바뀔 수 있다는 거....
어떻게 그런 맘으로 가득 했었을까....
아무리 히말라야에 한 번 발을 내 디뎠다고 해도 이번에 갈 곳은 지난 번 트래킹과는 다른 4130m 베이스 캠프까지 오르는 일정 이었는데 말야~
정말 히말라야의 정령이 나를 불러준 것일까....
아님, 대장님에 대한 완전한 신뢰...??
그래~
어쩌면 둘 다였을 지도 몰라~
히말라야의 정령이 한 밤중에 나를 깨워 수정같이 맑디 맑은 투명한 설산앞에 나를 1시간 동안이나 묶어 두었던 것 처럼....
빨리 오라고....
이번엔 제대로 올라 마차푸차레를 코앞에서 보고, 안나푸르나의 거대한 설산을 디뎌 보라고...
맞아~ 그랬던 거 같아.
오직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해서 그 외의 다른 어떤 두려움 조차 들어 찰 자리가 없었어.
더우기 이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히말라야에 갈거잖아~
에베레스트 롤왈링 쿰부 히말....
네팔 코사인 쿤드,랑탕 간자라,헬람부 패스....
마나슬루,틸리쵸,무스탕 하이패스....
칸첸충가 남,북 베이스캠프 하이패스..
네팔 줌라,Upper 돌포, 좀솜 하이패스...
마칼루,셸파니 골,암푸랍차 하이패스...
네팔 시미콧트, 힐사,서부 네팔 롱 트래킹....
지도와 커다란 종이를 펴놓고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곳을 그려가면서....
입에 담기 조차 두려운 '히말라야 대 종주'를 꿈꾸었어~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앞에둔 그 흥분됨을 뭐라고 말로 표현하겠어~
그러니 이번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의 도전은 그야말로 '동네 산책'이 되어 버린 거지.
햐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해.
감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가면서 '산책'을 떠 올리다니...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진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산책하고 돌아왔어.
보통 11박 12일인 여행사 상품보다 일정을 3일 늘려서 14박 15일....
그야말로 여유 자작...히말라야에 있는 아주 작은 것에도 머물며 맘껏 느끼고, 맘껏 사진 찍으며, 히말라야를 걸었지.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히말라야 깊은 속을 걸어 들어가며 오르는 것....
히말라야의 정령을 마음껏 들이 마시는 것.....
12일 동안 인간이 살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으로만 가지고, 나머지는 다 떨구워 내는 것....
삶은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였구나~
내 속도로 걷는 것....
내 속도를 오버하지 않으니 전혀 힘들 지 않고 아주 작은 미세한 것들까지 훨씬 더 많이 보고,느끼고 즐길 수가 있잖아.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지 누구나 자신의 목적지엔 다 도달할 수 있는 거야~
내 속도를 오버하면 힘들어서 주변의 아름다운 것들을 제대로 못 보고 느끼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자칫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잖아~
그래. 그랬지.
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대신 히말라야를 걸은 순례자 였어.
아!!
얼마나 매혹적이야~
히말라야의 순례자가 된다는 거....
삶의 무게를 다 떨궈내 버리고 한없이 가벼워진 몸으로
훨~ 훨~
그렇게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난 오른거야~
ㅎㅎ
우리의 대장님....
우리 팀의 가장 큰 언니-
그럼 이제부터 우리의 여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볼까??
사실, 이번 트래킹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을 받고 떠난 여정이었다.
단 세명이서 대장님과 한국 전문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쿡과
그 보조쿡, 그리고 우리의 짐을 지고 함께 트래킹 할 포터 3명.
여늬 여행자들 처럼 한 명의 포터겸 가이드를 데리고 떠난 트래킹이 아니라
장장 세 명이서 여섯명을 데리고 다닌 럭셔리한 여정 이었으니,
그야말로 대장님은 오너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떠난 여행자 였다고 말하는게 더 맞다.
아닌게 아니라 네팔과 인도에서 5년이나 살고, 평생을 히말라야에서 보내셨으니, 어쩌면 그곳이 더 고향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셋을 데리고 바람 쐐러 떠나신 거다. ㅎㅎ
대장님은 70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하시고 멋쟁이시다.
하긴 두말 할 필요가 없지~
한국 최초로 프랑스 국립 등산학교를 유학 하신 분으로 젊은 시절엔 히말라야 원정대 훈련조교이셨다. 그러니 뭘 두려워 하랴~ 이렇게 리더가 확실한데...
내가 겁이 싸악 없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ㅎ~~
다음 ....
우리 팀의 가장 언니인 박언니 ....
히말라야는 결코 두려운 곳이 아니라 인간의 오만함에서 오는 공포심이란 걸 여실히 증명해준, 일명 뒷동산 언니다.
하루 3시간 걸은게 다 인...서울에 살면서 북한산도 한 번 오르지 않은.....
거기다 무릎까지 썩 좋지 않은 상태...
사실 예비 모임에서 이런 히말라야 등반에 대해서는 백지 상태인 언니를 보고는
걱정이 되어 그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언니가 아는건 대장님 말씀만 믿고 따르면 된다는 것.
어쩌면 그래서 언니는 맘이 편했고, 산을 좀 탄다는 나는 걱정이 되어 잠을 못 이뤘는 지도 모른다. ㅎ~
나의 여행 파트너- 이풀
친구 이풀을 처음 만난건 차마고도 야영 짚투어때 텐트 메이트로 만났다.
야영을 준비하며 생전 처음 쳐보는 텐트를 치면서 신나라 좋아했을때 부터 ..
그리고 남들 다 잘때 꼭두새벽에 일어나 깜깜한 어둠을 뚫고 리장 고성을 나가 아침을 굶기로 작정하고
사진을 찍으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을때 부터 이미 우린 영원한 여행 파트너로 점지어졌는 지도 모르겠다.
그 후 우린 45일간의 기인 남미 배낭여행을 함께 했고,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TMB) 16일과 이번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함께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하반기 여행계획도 이미 함께 해 놓은 상태이다.
정말 " 인연중에 최고의 인연은 여행 파트너" 라는데....이풀과 난 엄청난 인연임에는 분명하다.
열정적이고, 이지적이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똑 뿌러지는 정말 멋진 친구이다.
히말라야 정령에 휩쌓인 나....ㅋㅋ
나는...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인 지 모른다.
꿈을 꾸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만 같은...
느닷없이 내게 귀인들이 나타나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준다.
두말할 것도 없이 여기 모인 모두가 내겐 더없는 귀인들이다.
대장님을 만난건 천운이고, 여행 친구-이풀을 만난거 또한 그렇다.
우리의 영양을 책임지어 준 한국 요리 쿡-채링
나이가 40인데도 너무나 순수해서 한 참 나이 어린 젊은이 처럼 보여서 실수하게 되는 요리사 채링...
우리보다 한국 요리를 더 맛있게 한다.
김치도 잘 담그고, 나물도 잘 무치며, 12일 내내 다른 국을 맛있게 끓여낸 대장님 수하 12년 경력 한국 요리사다.
네팔에서 쿡은 쉐르파 다음으로 지위(?)가 높다한다.
월급도 타 직종보다 많고, 절대 짐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식재료도 보조 쿡이 지고 다닌다.
보조 쿡...
지금의 쿡 밑에서 일을 배우며 식재료 씻고 써는 보조역할을 한다.
언젠가 기인 수양을 거치면 이도 쿡이 될 것이다.
포터다.
거의 내 짐을 들어주었는데, 아침에 가방을 내 놓을때 마다 어찌나 미안한 맘이 드는 지....
무거운 짐을 매기엔 나이가 좀 들었지만, 히말라야를 오르내리면서 단련된 다리 근육이 장난이 아니다.
암튼 일정을 다 마치고 나서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움을 모든 팀원이 함께 더해서 전해 주었다.
이 분들때문에 내가 히말라야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유일한 여자 포터다.
여자가 포터를 한다는게 ...상상할 수 없었다.
1인당 30kg을 매는데...ㅠㅠ
오며 가며 여자 포터도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다.
포터...
우리 팀원들 중에선 가장 나이가 어렸다.
우리만 보면 무거운 짐에도 아랑곳 않고 방긋 방긋 웃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천진 난만한 지....
네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상당히 높다고 하는데, 이렇듯 힘겹게 살아가는거 같아도 정말 그들의 표정에선 그 힘듦고 고단함을 느낄 수 없었다.
하긴, 우리 포터들은 다른 여행사에서 온 사람들의 짐을 나르는 사람보다는 훨씬 수월할 터 였다.
하루 걷는 시간이 그들보다 훨씬 더 적으니까...그리고 먹는 것도 우리가 먹는 거와 똑 같이 먹는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카메라를 들이미니까 포즈를 살짝 잡아주는 센스가...ㅎㅎ
하긴 나이 많은 포터와 여자 포터는 카메라만 들이밀면 차려 자세를 해서.....
웃겨가면서 찍었다는...ㅎㅎ
우린 이렇게 세 명이서 6명의 스텝들을 데리고 히말라야를 걸었다.
롯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우리의 이러한 럭셔리한 여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조금씩 건네주는 한국 반찬들에 지친 홀로 배낭족들은 감개 무량해 했다.
늘 식탁에 오르는 것들...
김치와 김, 젖갈류,국,누룽지탕이 이곳 히말라야에선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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