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오페라 청교도(Puritani-벨리니)/글로리아오페라단 /6.24.금.예당 오페라극장

나베가 2011. 6. 25. 16:39

오페라 청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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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6.24.금

엘비라(Sop.F.Lanza) 아르투로(Ten.G.L.Pasolini) 리카르도(Bar. C.Morini) 조르조( Bass 김남수) 엔리게타(M.Sop 손현희)

발톤(Bass 남궁민영) 브루노(Ten.조윤진)

 

 

공연후기....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오는 날은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거나 집에서 역시 음악들으며 커피를 마시는게 젤 좋은데....

예술의 전당까지 가려니 쬐끔 구찮다는 생각이...ㅎㅎ

그러나 오늘 공연이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청교도'이니 그 생각도 잠깐...

후다닥 준비...청바지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감기 기운이 있는 지 이상하게 피곤하고 목이 따끔거리는게 컨디션이 좋지않다.

그래서 그런지 오페라가 시작되고서도 좀체로 집중이 되지 않고 흐트러졌다.

무대도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게 느껴지고....

오케스트라 연주도 그렇고...

심지어 잠깐 졸기까지...헐~~

 

그러나 시간이 흘러 주인공 아르투로와 엘비라가 나오면서는 분위기가 화악 바뀌었다.

일단 아르투로 배역의 G.L.Pasolini 의 목소리가 너무나 미성이고 초고음의 배역을  잘 소화해내 귀가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

엘비라역의 소프라노F.Lanza 도 고음이 너무나 좋고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지....

사실, 벨칸토 오페라에서 두 주인공이 노래를 잘하면 모든게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특히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는 주옥같은 아리아들이 줄줄이 이어지니 그야말로 넋놓고 음악에만 취했다가 가도 되니까....ㅎㅎ

 

사실 그랬다.

망원경으로 들여다 보다가 나중엔 아예 망원경도 내려놓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오페라의 내용이야 사실 얼마나 단순한가~

때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결혼식날 왕비를 구하겠다고 그렇게도 간절히 원했던 사랑하는 신부를 놔두고 목숨을 걸고 왕비랑 탈출을 하지 않나~

그랬다고 금새 신부는 미쳐버리고....

나중에 다시 아르투로가 나타났다고 금방 정신이 돌아오고....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 빠져듦은 마음을 파고드는 절절한 가수의 노래와 연기때문이다.

특히 청교도는 극적인 트라마틱 장면에 초절정 고음의 테너와 소프라노 역시 비통함속에서도 너무나도 어려운 콜로라투라를 구사해내야 하기때문에 듣는 이도 아찔할 정도이다.

결혼식날 느닷없이 떠나버린 신랑때문에 미쳐버린 엘비라의 애절함과 애틋함이

그저 노래를 듣고있다 보니 저절로 주인공의 감정에 함께 휘말려 가슴이 아려오고 통증이 느껴왔다는....

 

음악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잠시 생각했다.

사람의 감정을 일순간에 이렇듯 뒤흔들어 버리니.....

엘비라의 감정이 너무 애절하여 오페라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오페라를 보면서 오늘 처럼 망원경을 집어들지 않고 그저 노래에 휩쓸리고 분위기에 젖어들어

꼼짝할 수도 없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저 감정을 모르겠지....생각했다.

그래~ 사랑에 빠졌을때 처럼 행복하고 사랑을 잃었을때 처럼 절망적인것은 없겠지??

그 아픔과 절망과 상실감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어~

상실감에 빠진 여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예술가들은 어떻게 사람의 감성을 그렇게 잘 읽어낼까.....

잠시동안 앉아서도 그것을 다 느끼게 하잖아~

눈물도 흘리게 만들고....

 

다른 주옥같은 오페라들과는 다르게  결과는 해피앤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래도 오페라를 보는 내내  

슬픔과 아픔속에 젖어들었던 시간이 좋았었다고 할까....

왜 슬픔과 아픔은 또 그렇게도 아름다운 지...

 

그래~

아름다움은 슬픔과 아픔...고통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일거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본능같은 거...

그래서 슬픔과 고통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살아내는 거지~

ㅎㅎ

 

 

 

 

 

 

벨리니 - 청교도 중에서

엘비라의 아리아, Qui la voce sua soave 이 곳에서 나를 부르던 그이의 달콤한 목소리는

 

        

 

 


 

 

소프라노 조수미

지휘 리처드 보닝어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

1996년 11월 14일 미국 카네기홀 실황

 

 

 

낭만주의 예술의 핵심어는 광기와 천재성입니다. 천재성을 타고난 예술가들은 세속적인 방식으로 세상과 타협하거나 소통하지 못해 광기로 치닫게 되고, 그런 중에 불멸의 예술작품을 탄생시킨다고 동시대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그 때문에 19세기 전반의 벨칸토 오페라에도 실성한 주인공들이 넘쳐납니다. 젊고 순수한 주인공들이 부당하고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력이 없어 미쳐버리는 것이라고 기꺼이 이해하며 관객은 그들의 가혹한 운명에 눈물을 흘리지요.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벨리니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프랑수아 앙슬로(Francois Ancelot)의 <공화파와 왕당파>를 토대로 한 카를로 페폴리(Carlo Pepoli)의 대본으로,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벨칸토 걸작 <청교도>를 1835년 1월 24일, 파리 이탈리앙 극장(Theatre-Italien, Paris) 무대에 올립니다. 이 오페라에도 역시 도니체티의 여주인공 루치아와 비교할 만한 실성한 여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공연시간은 세 시간이나 걸리지만 선율의 아름다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연인이 사라질 때마다 실성하는 여주인공

1막

오페라가 시작되는 1막의 장소는 영국 플리머스 근처 청교도군의 요새로, 성벽을 지키는 파수꾼들이 아침 교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곧 아침 전례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성 안에서는 발톤 경의 딸 엘비라(소프라노)의 혼례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바리톤 주인공 리카르도는 사랑하는 엘비라와 결혼을 못하게 되어 상심하고 있지요. 원래 성주 발톤 경은 엘비라를 리카르도와 맺어주기로 약속했지만 엘비라가 왕당파인 아르투로(테너)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동생 조르조(베이스)에게서 듣고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결혼식 신랑이 리카르도가 아니라 아르투로라는 사실을 조르조가 엘비라에게 알려주자, 절망에 빠져 있던 엘비라는 뛸 듯이 기뻐합니다.


이제 신랑 아르투로가 도착해 엘비라에게 아리아 ‘사랑하는 이여, 그대에게’(A te, o cara, amor talora)로 간절한 사랑을 확인시킵니다. 스튜어트 가의 중요한 여죄수를 런던의회로 호송하는 책임 때문에 발톤 경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데, 신랑 아르투로는 여죄수의 신분에 관심을 갖고 접근해, 그녀가 크롬웰에게 처형당한 스튜어트 왕조 찰스 1세의 왕비 엔리케타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엘비라가 나타나 결혼식을 앞두고 잔뜩 들뜬 표정으로 명랑한 아리아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런 처녀’(Son vergin vezzosa in vesti di sposa)를 부른 뒤 준비를 하러 들어가자, 아르투로는 결혼식 전에 왕비를 구출하기로 작정하고 그녀를 말에 태워 요새를 빠져나갑니다.

 

           A te, o cara, amor talora   Juan Diego Flórez & Nino Machaidze

 

           Son vergin vezzosa

 

리카르도가 길을 막지만, 이 기회에 엘비라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아르투로와 왕비에게 도망갈 길을 열어줍니다. 하객들 앞에서 아르투로가 다른 여인과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된 엘비라는 실성해버립니다. 착란 상태에서 엘비라는 자신이 아르투로와 함께 교회 제단 앞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객들은 그녀를 동정합니다.


2막

2막 배경은 성 안의 홀입니다. 조르조가 나타나 미쳐버린 엘비라의 상태를 성안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리카르도는 의회가 아르투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엘비라가 나타나 실성한 채로 ‘그대의 부드러운 음성이 나를 부르고’(Qui la voce sua soave)를 노래합니다. 그녀는 삼촌 조르조도 리카르도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 가여운 모습을 본 리카르도도 마음이 움직이고, 조르조는 그런 리카르도에게 ‘자네가 연적을 살려야 하네(Il rival salvar tu dei)’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아르투로가 돌아와야만 엘비라가 살 수 있다는 것이지요.

 

           Qui la voce sua soave

          

           Il rival salvar tu dei   Viviani & D'Arcangelo

 

3막

3막은 성 부근에서 펼쳐집니다. 아르투로는 도피 중에 한 번이라도 엘비라를 다시 만나고 싶어 요새 쪽으로 몰래 다가와서, 옛날 엘비라와 함께 부르던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때 요새 안에서 엘비라의 노래가 들려오고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되는데요, 아르투로를 보자 엘비라는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두 사람이 만나지 못한 시간은 석 달이었지만 엘비라는 ‘당신을 3백 년 동안 기다렸어요’라고 말합니다. 아르투로가 왕비를 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자 엘비라는 이를 납득하고 재회의 기쁨을 노래합니다(‘그대를 품에 안으리(Vieni fra queste braccia)

 

           Vieni fra queste braccia

 

그때 리카르도가 나타나 아르투로를 체포하자 엘비라는 다시 실성 상태에 빠집니다. 형장으로 끌려가는 아르투로를 바라보며 고통받는 엘비라와 아르투로, 리카르도, 조르조가 함께 4중창 ‘버림받은 줄 알고 있는 가여운 그대여(Credeasi misera)’를 노래합니다. 그러나 사형이 집행되려는 순간 크롬웰의 전령이 달려와 사면 소식을 알립니다. 다시 정신이 돌아온 엘비라와 아르투로는 뜨겁게 포옹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연인을 축복하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Credeasi misera


고음에 시달리는 고난도의 벨칸토 테너 배역

시칠리아 지방에서 태어난 벨리니는 나폴리 음악원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페르골레시의 음악을 배우며 작곡가로 성장했습니다. 1824년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보고 결정적으로 오페라에 헌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활동 초기부터 관객과 제작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뛰어난 실력으로 벨리니는 젊은 나이에 이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작품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곱상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사교계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늘 병약했던 벨리니는 오페라 <해적>을 작곡할 때 만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와 함께 <몽유병 여인> <노르마> 등의 히트작들을 발표했으나, 파리로 이주한 뒤 마지막 오페라 <청교도>를 발표하고 34세로 병사했습니다.

 

아르투로 역은 ‘하이 F’의 고음까지 불러야 하는(실제로 이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는 테너는 거의 없습니다) 엄청난 고난도의 레제로 테너 배역입니다. 엘비라는 여러 번의 실성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연기하며 유연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구사해야 하니 역시 어렵습니다. 리카르도와 조르조 같은 저음 가수들까지도 콜로라투라 기교를 소화하는 동시에 깊이를 갖춘 드라마틱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무대에 올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지요.


벨칸토 창법은 강약의 폭이 좁아 가수는 대단히 큰 음량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성량을 치밀하게 조절하는 것, 그리고 발음을 분명하게 해 빠른 패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음계를 아무리 빠른 템포로 오르내리더라도 그 음들 사이를 분명하고 매끄럽게 연결하는 레가토(legato)가 벨칸토 창법의 관건이지요. <청교도>는 베르디 오페라들에 비해 오케스트레이션은 덜 극적이지만, 성악의 선율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벨칸토 오페라 최고의 보석입니다.


 

오페라 <청교도>의 이탈리아어 원제는 ‘이 푸리타니(I Puritani)’인데요, ‘이(I)’는 복수형 정관사입니다. 1645년 영국 내전 중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 1599-1658)이 이끄는 청교도 공화파 군(軍)은 왕당파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승리한 크롬웰은 스튜어트 왕조의 국왕 찰스 1세를 처형하고 실권을 장악했지요. 크롬웰을 비롯한 이 혁명세력은 영어로 ‘퓨리턴’이라고 부르는 ‘청교도(淸敎徒)’로, 원죄설을 특별히 신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간이 원죄를 저질러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으므로, 세상에서 사는 동안 이 원죄를 끊임없이 속죄하여 구원에 이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청교도 혁명군을 이끌고 왕당파에 승리를 거둔 올리버 크롬웰

 

이처럼 청교도의 삶은 구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인간은 욕망으로 타락할 수 있는 원초적 죄인임을 기억하며 구원받기 위해 항상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도덕적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안식일에는 오로지 하느님을 찬미해야 한다는 성경 구절을 문자 그대로 지켰기 때문에, 청교도들이 정착한 미국 뉴잉글랜드에서는 일요일에 청소나 목욕을 해도 처벌받았고 불을 지펴 요리를 하는 것도 엄금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토요일에 미리 음식을 해놓았다가 일요일에는 그 찬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인명은 엘비라-아르투로-리카르도-조르조 역을 맡은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롤란도 파네라이, 니콜라 로시 레메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3년 녹음, EMI


[음반] 존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피에로 카푸칠리,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처드 보닝 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및 로열 오페라하우스 합창단, 1974년 녹음, Decca


[DVD] 안나 네트렙코, 에릭 커틀러, 프랑코 바살로, 존 렐리아 등. 패트릭 서머스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산드로 세퀴 연출, 2007년 메트로폴리탄 실황, DG(한글 자막)


[DVD] 니노 마카이제,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가브리엘레 비비아니,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등. 미켈레 마리오티 지휘, 피에르알리 연출,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2009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 Decca(한글자막)

 

원글/이용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