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악계를 이끌 영재들이 포진되어 있는 한국 종합예술학교 오케스트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설익은 크누아(KNUA)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부푼맘(?)맘으로 예당으로 간 이유는 오늘 협연자가 우리 클럽식구인 현경씨가 키워낸 제자 -김준희-이기때문이다.
전석 초대권으로 이루어지는 이 공연은 어쩌면 다른 여타 공연보다 오히려 더 가기힘든 공연이기도하다. 초대받지 못하면 볼수 없으니까....ㅎㅎ
암튼 현경씨 덕분에 우리 클럽식구들이 대거 티켓을 포획(?)해 주변의 많은 식구들이 이 횡재를 누리러 속속 예당으로 발걸음을 옮겨왔다.
오늘은 우리 클럽식구들 모두와 베네딕다 언니네는 물론 루시아 언니네도 함께했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오늘은 공연을 보러왔다는 느낌보다는 보고싶은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것만 같은.....ㅎㅎ
남편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로 오니 마침 일요일이라 도로에 차도 없고해서 예상보다 한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을 해 아르코 정보관에서 영상물을 빌리려고 발길을 옮겼다. 처음으로 가 본 아르코 정보관....기대만큼 많은 자료가 있진 않았지만 흥분된 맘으로 오페라 영상물을 4개 빌리고 루시아 언니 전화를 받고나서야 콘서트 홀로 갔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ㅎㅎ
얼마 전에 백건우와 함께 한 연주에서도 보았고, 국제 음악제에서도 동료들과 연주한것을 보았지만 오늘따라 더 멋지고 대견스러워 보이는 건 순전히 오늘은 준희를 보러 온 공연이기에...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내는 라흐마니노프 피협의 소리는 어떻게 다가올 지,,,
이미 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터.....
어쩌면 무조건적 일수도 있을....ㅎㅎ
처음엔 A블럭 구석에서 들었어서 그럴 확률이 높지만 소리가 좀 약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후반부로 들어서면서부터 그 어려운 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에 푸욱 빠져들어 지휘자만큼이나 그의 연주가 대견해 보였던 연주였다.
얼마나 이쁘고 대견할까!!
수줍고 멋적게 웃음짓는 연주자!!
지휘자는 그의 등을 툭툭 두두려주며 데리고 들어간다.
준희팬들이 한바탕 빠져나가 2부엔 자리가 많이 비었다.
우리도 B블럭으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그리고 아직은 배움에 있는 예종 학생들이 이 어려운 부르크너를 어떻게 연주해낼 지
한편 걱정이 되었다.
바이올린의 들릴듯 말듯 여린 선율을 타고 첼로와 베이스의 깊은 울림으로 연주는 시작되었다.한없는 섬세함으로....뭔가 모를 그 무엇이 한없이 인간 내면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것만 같은...
도입부부터 가슴 절절함이....배어나오는 부르크너 7번 교향곡이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격정이 휘몰아쳐 오고 또 이내 잦아들기도 하면서
나는 점점 그들 연주속으로...아니, 부르크너에 몰입되어갔다.
어느듯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의 느린 연주....
깊은 심연에서 무중력 상태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한...
말러의 5번교향곡 4악장 아다지오에서 느꼈던 그 내면세계의 신비로움 같은...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느껴졌던 그 절대적 미의 극치를 맛보았던...이유도 없이 밤을 새며 그 곡에서 헤어나지 못해 잠 못이루게 했던 그 느낌이...싸..하니 어느 순간에 한바탕 휩쓸고 지났다.
순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다.
옛날보다 훨씬 편안하고 훨씬 더 많은것을 누리고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사는것 같은데, 왜 이다지도 모두들 외롭고 힘겨웁게 느껴질까....
한없이 힘들고...
한없이 외롭고....
자신을 누구에게도 내 비치지도 못한 채 그저 이방인이 되어 둥둥 떠다니는....
더 깊이 한없이 들어가면 절대적인 미, 절대적인 위로자를 만날 수 있을까....
절대적인 선율의 아름다움에 끌려 몽환속으로 끝도없이 빠져들었던 순간
금관의 화려한 날개짓이 나를 깨워 깊은 심연으로부터 비상한다.
그러나 그곳도 꿈결같은 몽환의 연속....
호른의 소리는 정말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데 마력같은 기운이 있는 것만 같다.
길고 긴....여정 2악장이 끝을 내고
금관의 힘찬 팡파레가 울려퍼졌다.
이렇게도 멋진 팡파레가 있을까!!!
마치 금관의축제장 같다.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 지....길고도 지리하게 느꼈던 내 뒷자리에 앉아 '미칠것만 같다'고 호소했던 관객을 비롯 내 앞자리에 앉아 몸태질을 했던 초등학생들을 비롯 많은 관객들에게 이 보다 더 활기차게 기분좋은... 잠에서 깬것만 같은 상쾌함을 느꼈을 수가 없을것만 같아 미소가 번졌다.
이제 4악장이다.
마지막 악장답게 총주가 한없이 힘차고 웅장하다.
이렇게 길고도 힘든 부르크너를 연주해낸 예종 학생들의 집중력이 범상치 않은 그들의 얼굴에 가득하다.
한없이 빠져들었던....이들이 연주가 얼마나 잘했는 지 어땠는 지...그저 난 부르크너 7번 교향곡에 완전 몰입되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 지도 조차 모른 채 부르크너의 세계에 빠져들었었다. 어떤이들에겐 길고도 기인 험한 여정이 끝이 난것처럼 느껴졌겠지만....나는 그저 이 학생들이 대견해 보이기만 했다.
사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연주회였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준희 연주만 보고 나간것처럼 나 역시 준희의 라흐마니노프만 들으러 온것이었는데... 뜻밖의 감동을 맛본 부르크너의 연주였다.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이들 모두가 세계무대로 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제1악장 Moderato c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모데라토 c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먼저 독주 피아노의 거센 연주로 시작하고 이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주요한 테마를 유도한다.
제 2테마는 독주 피아노의 연주로 전개되는 장중한 선율이다.
이에 오케스트라가 독주자에 의해 모방적으로 취급되어 코다로 들어간다.
이것이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쳐 여러 갈래로 진전되다가 행진곡풍으로 바뀌어지면서 급속한 템포이며 광휘에 찬 악장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