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탄츠테아터의 새로운 미래
사샤 발츠 무용단 <게차이텐>
2007년 독일 평론가들이 꼽은 ‘올해의 안무가’로 선정되며 피나 바우쉬 이후 탄츠테아터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안무가 사샤 발츠. 2004년 <Körper(육체)>를 통해 인간 육체의 심연과 그 끝없는 신비를 대담하게 그려내며 진지한 교감을 불러 일으켰던 그녀가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5년에 발표된 <게차이텐>은 위기와 재난의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그려낸 작품.
세월과 재난의 흔적들이 폐허처럼 남아있는 어느 건물의 방, 그 곳에 하나 둘씩 사람들이 들어온다. 평범했던 일상을 강타한 참혹한 재난을 피해 모여든 무기력한 모습의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맞대고 의지한다. 그러나 닥쳐올 위기는 변화와 생존 아래 모든 것을 종속시키고, 흩어졌다 모이며 군무 대형을 이룬 이들은 서열과 규칙 속에 각자의 모습을 감춘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다툼과 충돌, 위기와 혼란. 그 속에서 약자와 병자들은 돌연변이처럼 도태되고, 남은 사람들도 결국 나둥그라지고 만다.
첨단 문명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들. 화재, 지진, 해일, 폭풍, 테러, 질병, 사고 등 인간의 실존을 위태롭고 불안하게 만드는 여러 재난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게차이텐>은, 파괴와 재건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남기고 지켜가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신체적이고도 형이상학적인 탐색을 담고 있다. 태초의 혼돈과도 같은 암흑과 침묵이 인류 최고의 유산으로 손꼽히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교차하며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공포의 파노라마에는, 사샤 발츠가 이전 작품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역동성과 추상성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독일 공연예술의 자존심 ‘샤우뷔네’ 재 부흥의 주인공, 사샤 발츠(Sasha Waltz)
사샤 발츠는 1999년 서른 여섯살의 나이로 독일 실험극의 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베를린의 ‘샤우뷔네’에 입성했다. 1962년에 창설된 샤우뷔네는 독일 연극의 거장 피터 슈타인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무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 유수의 극장이다. 사샤 발츠는 현재 이 극장의 무용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이는 사샤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샤우뷔네로서도 크나큰 행운이었다. 샤우뷔네는 무용 디렉터로서 사샤 발츠와 더불어 신세대 연출가 토마스 오스트마이어(1968년생)를 연극 디렉터로 영입함으로써, 침체된 독일 예술계에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샤 발츠와 오스트마이어는 샤우뷔네 입성후, 차례로 내놓은 작품들을 통해 탄츠 테아터와 언어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연극 언어”를 선보이며, 일각의 우려를 단숨에 잠재웠다.
“사샤 발츠 처럼 철저하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인간의 육체를 치열하게 파헤친 안무가도 없다.” – 영국 가디언지
사샤 발츠는 1963년 독일 칼스루헤(Karlsruhe) 태생으로, 유럽 무용의 효시로 칭송받는 마리 뷔그만(Mary Wigman)의 제자인 발트라우트 콘하스(Waltraud Kornhaas)에게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3년간 암스테르담에서 수학한 후, 1년간 장학금을 받고 뉴욕으로 건너가 86년~87년까지 1년간 활동했다. 이후 Tristan Honsinger, Frans Perlstra, Mark Tompkins, David Zamrano 등 안무가, 실용 아티스트,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예술적인 안목을 키워나갔다. 1993년 사샤 발츠는 지금의 남편이자 사샤 뱔츠 무용단의 예술감독, 드라마투르그인 요헨 잔디히(Jochen Sandig)를 만나 ‘사샤 발츠와 친구들(Sasha Waltz & Guests)’ 이라는 댄스 앙상블을 조직하고 첫번째 프로젝트인 ‘여행 3부작(Travelogue-Trilogie)’으로 세계 25개국 순회공연을 했다.
사샤 발츠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은 ‘코스모나우텐 거리’(Allee der Kosmonauten/1996)’이다. 97년 서울 국제연극제에 참가하기도 한 이 작품으로 그녀는 일약 세계 무용계의 떠오르는 별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베를린을 벗어나 세계 유명 페스티발에 연이어 초청되었다. 이 후 ‘Zweiland(1997)’, ‘Na Zemlje(1998)‘ 그리고 ‘Dialoge-Prpjekte(1999)’를 연이어 발표했는데, 특히 ‘다이알로그 프로젝트’는 인간의 몸과 건축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룬 작품으로 ‘Dialoge 1/99’는 Sophiensale의 빈 무도장 에서 Dialoge 2/99’는 베를린의 유태인 박물관에서 공연했다.
1999년 9월, 베를린의 유서깊은 극장 샤우뷔네(Schaubuhne am Lehniner Platz)의 안무가로 입성한 사샤 발츠는 13명의 다국적 무용수들과 함께 2000년에 <육체>를 선보이며 사샤 발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이 작품은 그 해 베를린 연극제(Theater Treffen) 참가를 시작으로, BITEF Festival(베오그라드 국제연극제)에서 최고작품상(Grand Prix)을 수상했고, 이 후 파리, 런던 등 유수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샤우뷔네의 명성을 다시금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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