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8년)

KBS교향악단 제623회 정기연주회 /2008.11.1.토/예술의전당

나베가 2008. 10. 24. 11:33

 

 

The 623thKBS교향악단 제623회 정기연주회 

Subscription Concert of the KBS Symphony Orchestra



드미트리 키타엔코,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
Dmitry Kitaenko, and Gustav Mahler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오랜 시간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한국 음악애호가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세계 정상급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엔코가 말러와 함께 다시 KBS교향악단과 함께 합니다.

다시 찾아온 드미트리 키타엔코,
말러의 삶에 대한 본능, 그의 주관적인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말러의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완전한 어두운 결말을 가진 유일한 교향곡. 말러의 가장 행복한 시절에 작곡된 교향곡 6번 <비극적>, 그리고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작곡가로 브라질의 토속 선율, 리듬을 바흐와 결합시킨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제7번을 KBS교향악단과 펼쳐냅니다.

깊어가는 가을, KBS교향악단 제623회 정기연주회에서 감동의 무대를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일시 및 장소
ㅇ 2008년 10월 31일(금) 저녁 8시 KBS홀
ㅇ 2008년 11월  1일(토)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자
ㅇ 지휘 : 드미트리 키타엔코 Dmitry Kitaenko

프로그램
ㅇ 빌라 - 로보스 / 브라질풍의 바흐 제7번
    H.Villa-Lobos / Bachianas brasileiras no.7
ㅇ 말러 / 교향곡 제6번 a단조 <비극적>
    G.Mahler / Symphony no.6 in a minor

출연자프로필


드미트리 키타옌코 / 지휘

- 1999 ~ 2004년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역임
- 1976년부터 14년간 모스크바 필하모닉 예술감독 및 수석지휘자 역임
-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 역임
- 베르겐 교향악단 음악감독 상임지휘자 위촉
- 29세, 모스크바 오페라단 상임지휘자 위촉
- 1969년 카라얀 국제콩쿠르 2위
- 글린카 음악원, 레닌그라드 음악원, 모스크바 음악원, 빈 음악원 수석졸업

 


1악장 (Allegroenergico, Ma Non Troppo)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Hartmut Haenchen


2악장 (Scherzo (Wuchtig))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Hartmut Haenchen


3악장 (Andante Moderato)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Hartmut Haenchen


4악장 (Finale Allegro Moderato)
Netherlands Philharmonic Orchestra, Hartmut Haenchen

작품 배경 & 개요

'비극적'이라고 알려진 곡의 제목은 작곡가 자신이 직접 붙인 것이다. 이 제목은 가장 간명하게 곡이 가지고 있는 것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곡이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얄궂은 것은, 철저할 정도로 독일 음악의 절대음악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완전히 주관적인 자기 감정을 담고 잇다는 것이다.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와 <가정 교향곡> 역시 교향곡의 형식을 빌린 자서전으로 흔히 이 곡과 비교되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러의 곡은 프로그램을 가진 이 곡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외형적인 면에서 절대음악이라는 사실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곡이 작곡된 두 해가 말러에게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시절이었던 점이다. 물론 말러의 의도를 필자보다, 독자보다 더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알마 말러였다. 하지만 알마는 이 음악이 그 어떤 곳도 아닌 말러의 가슴으로부터 흘러나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고, 말러가 곡은 완성한 후 그녀에게 들려주었을 때 부부는 함께 울었다고 그녀는 회상하고 있다. 알마가 진정 이해하지 못한 것은 같은 시기에 작곡된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말러의 심리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으로서 낮에는 아이랑 실컷 장난을 치고 들어와 책상에 앉아서는 죽은 아이를 위한 침통한 가곡을 작곡했다. 원시의 작가인 뤼케르트는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지만 말러는 새로 아이를 가진 행복만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결국 말러의 '비극'이란 실제로 어떤 사건들이 동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삶에 대한 그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울 베커가 지적하고 있듯이, 승리의 합으로 끝나거나(1번, 2번, 5번, 7번, 8번), 정화된 분위기의 결말을 가진(3번, 4번, 9번, 대지의 노래) 다른 교향곡과는 달리 6번은 완전히 어두운 결말을 가진 말러의 유일한 교향곡이다. 심지어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이 곡의 4악장에서 일부분(No. 165-166, schwer, 무겁게)을 레퀴엠으로 간주하고 있기도 하다.

곡의 구조는 지극히 정교하다. 말러는 악장의 독립된 분위기만으로 전체를 '비극'으로 채색하지는 않는다. 각 악장은 많은 부분에서 연결된다. 이를테면 3악장에서 호른은 1악장의 코랄 주제를 인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1악장, 2악장, 4악장을 걸쳐 계속 등장하는 한 리듬 동기가 있다. '장단조 리듬'이라고 불리는 이 리듬은 곡의 기본 리듬을 형성하는데, 이 동기를 악보로 보여드린다면 분명해지지만 잡지의 성격상 카라얀 음반의 1악장 1분 45초 - 1분 52초에 처음 등장한다고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는 점이 필자로서는 아쉽다. 말러가 이 동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기록은 없지만, 말러의 주위에 늘 등장하는 '꿈보다 좋으 해몽'을 만드는 평론가들, 즉 파울 베커나 리하르트 슈페흐트 등은 그 중요함을 일직부터 간파하여 '운명의 판결' 등으로 이 동기를 일컫고 있다.

이 곡에서 또 다른 중요한 존재는 알마 말러이다. 알마 말러를 만난 이후 말러의 곡에서 알마의 모습을 빠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말러 스스로 1악장의 제2주제와 느린 악장이 알마 말러를 그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대로 당신이 모습을 담았는지는 모르겠고 서투른 작곡 솜씨를 당신이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알마에게 말했다. 알마 말러의 주제는 이 소용돌이 속에서 유일하게 평화를 지닌 부분이다.

 

공연후기....
작년 한동안 말러에 미쳐서 공연장 다니기도 바쁜 와중에 풍월당까지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그의 저서도 사고, 말러 전집CD와 DVD까지 구입해 밤새며 듣고, 때마침 말러 연주회가 계속되던 터 발이 닳도록 예술의 전당과 세종을 뛰어다녔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오늘의 연주회 역시 첫곡 빌라-로보스 브라질풍의 바흐7번 보다는 그저 말러 6번을 연주한다니 정신없이 달려갔다.

10월들어서 어떤 주는 매일이다시피 한 공연장 나들이에 제대로 후기 쓸 여력도 예습할 여력도 없었지만, 그래도 막간을 이용해 두어번 예습도 하고....ㅎㅎ

 

실황의 즐거움중의 하나는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각 악기 소리를 하나 하나 다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음반에서는 사실상 악기소리 하나 하나를 다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실황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아주 아주 여린음부터 목관, 금관,온갖 타악기들의 보석처럼 빛나는 소리들을 다 느낄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또 지휘자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과 감동은 얼마나 큰가!

미세한 얼굴의 떨림부터 손가락 하나 하나의 움직임, 휘날리는 머릿결, 표효하듯 내뱉는 입동작, 발굴음까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그속에 휘말려 온 기가 내몸을 휘감아 그만 연주가 끝남과 동시에 일제히 표효하는 환호와 감동을 맛볼수 있다는건 정말 짜릿함 그자체이다.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7번의 연주를 보고있자니, 호른의 오묘한 소리와 마림바의 영롱함,거대함뒤에 애끓듯이 흐르는

바이올린 솔로와 피콜로의 화려함까지....돋보이며 갑자기 실황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특히 4악장... 첼로의 저음으로 시작된 선율은 이어서 비올라가 합류하고 다음으로 제2바이올린, 제1바이올린으로 순차적으로 합류하며 하나의 멜로디를 가지고 너무나 멋진 선율과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콘트라베이스의 웅장함에 플루트와 오보에의 아름답고 가녀린 선율로 이어지다가 트롬본의 저음이...그리고 현악기 전체가 합류하며 세기와 웅장함을 더해갔다.

 마지막엔 모든 악기가 합류. 거대 물결을 일으키듯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며 그렇게 엄청난 스케일로 끝냈다.

순간 내 가슴속엔 말할수 없는 뭔가가 차오르며 시려옴을 느낄수 있었다.

 

"와~~

너무나 멋진 4악장이다!!"

 

처음들어본 첫곡부터 대단한 짜릿함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속에 지휘자는 여늬때와는 달리 현악기 수석연주자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우며 박수를 보냈다.

인터미션이 없을거라고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인터미션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말러의 연주가 있을땐 연주자들이 무대에 나와서 연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함을 볼수있다.

그만큼 말러교향곡이 어렵다는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수 있다고 할까...

이제 2부가 시작되었다.

몇군데 비어있던 자리도 연주자들로 꽉차 그야말로 무대는 더이상 연주자가 오를수 없을 만큼 꽉찼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만도 10명, 호른을 비롯 금관, 목관 연주자도 평소보다 많은것같고, 팀파니 연주자도 2명, 마림바도 셋,그리고

소 목에 매다는 방울을 비롯 온갖 타악기....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했다고 할까...

 

드디어 말러 6번 <비극적>이 연주되었다.

웅장하리만치 일제히 시작되는 현과 타닥 타닥 작은북의 울려퍼짐이 오디오로 듣던 느낌과 너무나 달라 일순간 가슴에 파도가 한번 치고 나간 느낌이 들었다.

거대함뒤의 첼로의 피치카토, 플룻의 가녀린 선율, 트라이앵글의 영롱함이...얼마나 또 아름다운 지...

6구의 팀파니와 심벌즈,큰북이 울려대다가, 바이올린 솔로, 소방울의 흔들거림, 첼로,비올라, 클라리넷, 플릇,호른독주...

늘 느끼는 거지만 거대함뒤의 스러져가는 느낌의 고요와 적막감은 정말 말러에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마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1악장에서의 행진곡풍의 일사불란한 현의 연주는 정말 압권이었다.

 

힘찬 팀파니와 현의 울림으로 2악장이 시작되었다.

여늬 교향곡이 대체적으로 2악장에서 여리고 느린 아다지오로 연주되는것과는 상당히 다른구조이다.

계속 이어지는 피콜로의 찌르는 듯한 고음은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여늬때와는 상당히 다른 클라리넷을 꽂꽂이 세우고 힘차게 불어재끼는 선율, 3대의 각기 다른 선율의 마림바소리  또한 독특했다.

그런가하면 밝고 귀여운 멜로디가 한동안 마음을 나긋 나긋하게 녹이기도 하고, 바이올린의 독주와 클라리넷, 오보에, 플릇의 앙증스러움이 사랑스럽기도 했다. 목관의 저음부 독주로 아주 고요하고 적막하게 끝을 맺음이 심금을 울린다.

 

3악장은 소나타형식의 아름다운 현의선율에 목관의 선율이 얹어져 아름답고 더없이 평화롭게 시작되었다. 

이어진 호른독주와 하프선율.....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적막하게 흐르는 3악장은 쓸쓸함과 아련한 슬픔까지 불러일으키며 이 가을 더없는 감동으로 젖어들게 만들었다.

 

4악장...

하프의 선율이 강렬하다. 그리곤 이내 튜바, 호른, 클라리넷이 어두움과 슬픔을 몰고오고 현의 움직임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불러오고있다.

영롱하기만 했던 하프의 선율은 공허하고, 장송곡같은 관의 멜로디와 울림은 슬픔과 비극으로 이끌어 가는듯 하다.

그런가하면 튜바의 거대함은 하프와 소방울 소리와 호른, 이름모를 건반악기의 영롱하고도 가련한 아름다움 조차 쓸쓸함과 슬픔으로 몰아갔다. 오묘하게도 플릇과 오보에는 절규하는듯 했고, 9대의 호른은 슬픔과 공허함을 주도하는듯 했다.

참으로 같은악기로 이렇듯 다른 느낌의 소리를 낸다는 것에 감탄을 하고있는 

어느순간....

어마 어마한 도끼자루같은 햄머로 북을 내리치는 장면은 끝나지않을것 같은 선율에 아찔함과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세상에..악기에 저런게 있었다니...참으로 말러 실황을 듣고 보는 재미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드디어 현의 거대물결이 일으켜지기 시작한다. 목, 금관이 합류하고 타악기, 거대한 금관,하프, 타악기, 베이스, 트롬본...

음의 크기는 점점 거세어지기 시작...끝으로 몰고가는듯 했다.

그러나 어느새 어둠은 다시 더욱 짙게 드리워지기를 계속....그러다가 마지막 일제히 한순간에 휘날레를 연주할때는 커다란 해일을 맞은 듯 극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와아~역시 말러교향곡은 실황으로 들어야 해!"

 

우뢰와 같은 환호가 홀을 가득 메웠다.

지휘자 드미트리는 오보에, 플릇,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 트롬본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자를 차례로 일으켜 세우며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