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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 간 낚시터...

나베가 2008. 8. 26. 12:13

나이가 들어서일까...

왜 이렇게 자연이 좋은 지...

 

지난 주 기인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좀 지쳤을만도 한데, 나나 남편이나 참 대단한것 같기도 하고...

하긴 휴가 내내 남편은 낚시를 못했으니 어쩌면 낚시 갈 날만 기다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회사 낚시회에서 이번 주말에 낚시를 간다고 연락이 왔다.

 

나도...

따라갔다.

ㅋㅋ...

 

아주 오래전 부터 가끔 회사 낚시회에서 가는 낚시를 따라갔던 터라 그리 낯설거나 어렵진 않았다.

우리 차에 함께 타고 가는 직원이랑은 몇번이나 함께 낚시를 다녔던 ...제법 친분이 있기도 하고..

함께 좌대를 같이 탄 다른 직원도 이미 오래전에 같이 여행도 한 적이 있었고...

 

암튼...

일때문에 토요일 오후...제법 차가 막힐 시간에 출발을 했다.

그러나 충남 당진으로 가는 도로는 의외로 사정이 좋은 편이어서 스트레스없이 목적지에 도달을 했다. 

하긴, 아무리 도로가 막힌다 해도 우리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려있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것 같다.

한때는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은 섭섭했었는데, 이젠 그런 해맑은 그이의 모습을 보면 되려 나도 편안해 지니

이런 것이 오랫동안 함께 살아 온 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그이가 말했다.

 

"부부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나이가 들수록 자유로와져야 한다고..."

 

먼저 온 직원이 맡아놓은 저수지 깊숙한 안쪽의 좌대가 아주 흡족한 모양이다.

차에서 밤새며 음악듣고...

책 읽고...

그러다 졸리우면 졸고...

이런 나의 계획에는 큰 차질이 생겨버렸다.

주차해 놓은 차와 좌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고, 논두렁 길로 밤에 걸어 왔다 갔다 하기엔

거의 불가능해 보여서...ㅠㅠ

 

에잇~

이참에 나도 낚시에 입문이나 할까?? ㅍㅍ

나는

그냥 낚시터 좌대에 앉아 갈대(?)숲이 무성한....

그래서 너무나도 독특한 저수지의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풍경을 즐기며 브람스 전기를 읽었다.

내 의자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공주마마 의자(?)에 앉아서...ㅎㅎ

심심하면..셀카도 한번 해보고..ㅋㅋ

 

아직은 낚시가 안될 시간인 지...

벌써 소주에 런턴미트로 한잔....

크으~

신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커피에 갖가지 빵과 과자....

야금 야금 집어 먹는 재미가 또 보통이 아니다.

에그그...

 

 

 

낚시 밥도 뷔페로 만든다나??

다시 모두들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허걱^^

언뜻보니 싸운 사람들 같이 보인다.

그래서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 처럼...ㅋㅋ

 

 

"여기 좀 보셔요~"

찰칵!

적막을 깨뜨린 건 나다.ㅎㅎ

 

 

석양에 마치 들의 풍경이 가을 처럼 변해갔다.

순간...

벌써 가을이 오고있다고....외쳤었다.

울 남편도 정말이라고 응수를 하다가...

그게 단풍이 들은게 아니고 석양에 물들은 거라는 걸 후에 알았다.

바닷물이 붉게 변한건 보았어도 산의 색깔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으며 석양이 비췄더라면 그게 노을이라는 걸 쉽게 눈치챘을텐데..

이처럼 하늘은 파랗고, 나무만 붉게 물들었다니...

 

벌써 가을을 예약한다.

노오란 갈대 숲으로 뒤덮였을

가을에...

꼭 다시 오자고...

갑자기 찌가 쑤욱 올라왔다.

이번엔 제법 큰놈이 걸린것 같다.

붕어닷!!

낚시대회에선 잉어는 쳐주지 않고 붕어의 크기로 순위를 정한다.

주변에서 오랫만에 제대로 걸린 붕어에 박수로 환호해 주었다.

 

석양이 지니...

잔 물고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법 큰놈들이 찌를 건든다.

여기 저기 휘익 휘익 낚싯대를 잡아 끌어 올린다.

드디어 때가 온것 같다.

 

 

당진이면....

바다가 가까이 있을 터였다.

바다가 부른다고....

회가 먹고싶다고....

 

그래서 우린 또 8시 즈음에 잠시 낚시대를 걷어놓고 바다내음을 찾아 달렸다.

한 30여분을 달려 바닷가 방파제 횟집으로 갔다.

횟집앞에 가득한 차들은 다 뭘까...

식당안에는 한 사람도 없는데..

방파제 앞으로 배들이 촘촘이 떠 있는 것을 보고나서야 그들이 다 바다낚시를 온 낚시꾼들의 차라는걸 알았다.

 

평일엔 2만원 하는 식당 2층의 민박이 요즘같은 성수기 주말엔 9만원...

허걱!!

 

식당안에 들어갔을땐 올림픽 야구경기 9회말 공격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잠시 그대로 얼음땡 놀이를 하는 아이들 처럼 멈춰섰었지만...

 

"우리가 보면 꼬옥 지더라~"

 

이러면서 얼른 주문을 하고 우린 밖의 테이블로 나갔다.

아무리 그랬어도 두 남자의 눈은 유리를 통해서도 훤히 보이는 TV로 향해있다.

나는 정말이지 질까봐 더이상 볼수가 없었다.

아니...질 확률이 99%였다.

 

그런데 그때...

떠나갈 듯한 함성이...

 

아!!

이겼구나!!

 

곧바로 핸드폰이 울려댔다.

우리딸이다.

자다가 아파트가 울려서 깼다고...ㅍㅍ

 

안 그래도 밤바다를 보며 먹는 회 맛이 기가 막힐텐데....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마악 떠오른 달의 크기가 정말이지 여늬때 보는 달보다 4배는 커 보였다.

색깔도 노오란 것이 아니라 주홍빛이다.

와아~~

 

잠시 달빛에 젖어있다가 우린 다시 낚시터로 돌아왔다.

잠이 올것 같지는 않고...

옆에서 소근대도 안되고...ㅠㅠ

 

다행히 좌대의 방에는 전기불 시설이 되어 있었다.

밤에 불을 켜면 낚시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불을 켜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달빛에도 민감한 그들은 그정도 불빛은 괜찮다고들 해준다.

사실...

밖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단 이틀 사이에 그렇게 날씨가 추워질줄 생각 못하고 옷을 얇게 입고가서....

 

방에 들어가 브람스를 마저 읽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낚시터의 동이트는 새벽안개를 보는 일은 정말 장관이다.

그러나 그만 늦잠을 자버려서 4시만 되어도 훤히 동이 트는 낚시터의 어슴프레 동이 트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날이 환해진 가운데에서도 온통 안개에 휩쌓인 주변 풍경은 어제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멋진 모습이었다.

어느새 일어나 벌써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는 남편...

 

 

 

 

 

 

 

 

순식간에 해는 떠올라 강렬하게 내리 비쳤다.

나는 선그라스를 쓰고 곁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잠시후...

낚싯대를 걷으라는 소리가 들리고 총무는 좌대마다 다니면서 잡은 물고기들의 크기를 재갔다.

 

우리 남편의 성적은??

준우승!!

푸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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