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남편이 늦은 시각....낚시대를 거실에 늘어놓고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엉?? 내일 휴가 냈어?"
"아니~ 그냥 시간 있으니까 낚시대 손질하는거야~"
어저께 낚시갔다 왔으니 손질하나 보다....늘상 자주 그러니까 무심코 TV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손질하더니만 내게 말 건네기가 멋적었는 지, 딸아이를 부르면서 소리쳤다.
"우리 딱 2시간만 낚시하고 오자~"
신이 난 우리 딸아이 주섬 주섬 옷을 갈아입고는 거실로 튀어 나오더니 왜 엄만 준비를 안하냐고 재촉한다.
"아빠가 엄마한테는 가자고 안하는데??"
??
주섬 주섬 맥주도 2캔 챙기고,가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도 grande size 로 마호병에 채워넣고,
그렇게 우린 월요일날 밤 10시에 도깨비에 홀린 듯 낚시를 2시간만 하자고 나섰다.
늘상 듣던 클래식 음반대신 오늘은 언제 갈아 끼워넣었는 지 흘러간 pop이 차안을 가득 메워왔다.
오랫만에 듣는 pop의 구수함이 칠흙같이 까만밤에 너무나 매혹적으로 들렸다.
식구중 누구하나 이 도깨비같은 행위에 군말하나 없이 신나라 나서다니....모두 들개 귀신이 씌운게야~~
우린 킥킥대며 음악과 까만 밤이 만들어 낸 매혹적인 길을 뚫고 달렸다.
행선지는 집에서 딱 1시간 거리인 적성 백학지....
낚시터 어귀에 도착하니 낚시점 주인...마악 가게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딸아이와 함께 소리를 치며 달려나간 남편은 비닐봉지 가득 뭔가를 사가지고 왔다.
마실 음료수,물, 우리딸아이 먹을 주전부리...기타 등등
ㅎㅎ
차를 세우고 가장 먼저 내린 남편이 빨리 나와보라고 소리를 쳤다.
유난히 어둠이 짙다고 생각했더니...새까만 하늘에선 그야말로 별이 쏟아져 내렸다.
와아~~ 우리 가족은 그렇게 넋을 잃고 하늘에 홀려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주섬 주섬 낚시 도구를 챙겨들고 저수지 가로 내려갔다.
지난 며칠 내린 비로 저수지 물의 수위는 1미터는 족히 올라와 있는 듯 했다.
때문에 넓직했던 자리가 없어져 가까스로 언덕배기에 겨우 낚시대를 펼쳤다.
그사이 우리딸은 '인간등대'라며 후레쉬를 비취며 아빠가 낚시대를 펼치는걸 도와주며 여우를 떨고 있었다.
칠흙같이 까만 어둠...바람 한점 없는 고요...적막감이
쏟아지는 별만큼이나 아름답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차 안으로 들어온 딸과 난 그 적막을 깨뜨리고 싶지않아 음악도 끄고 차안의 불도 끈 채 어둠 속에 있었다.
따끈한 바닐라향 커피는 차안을 가득 메우고 혀끝을 감미롭게 휘감으며 더욱 로맨틱한 분위기로 몰아갔다.
의자를 화악 뒤로 재끼고 우리는 주저리 주저리 그동안 마치 한마디도 못하고 지냈던 사람들 처럼 수없이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 느낌이...뭐라고 해야할까...
어둠과 적막의 깊이만큼 깊은 대화였다고 할까?
딸과의 일상적 대화라기 보단 성숙함이 깊이 밴 .....
아주 흐믓하고 기특하고, 믿음직한...
신기하리 만치 딸아이는 어둠속에 우뚝 커 있었다.
밖으로 나와 남편 곁으로 갔다.
수많은 날들...단 한번도 낚시터에 사람이 없었던 적이 없었는데...
월요일이라 그런 지,우리외엔 낚시꾼이 단 한명도 없었다.
적막강산...
수없이 많은 날들...이곳으로 밤낚시를 따라왔었지만 매순간 올때마다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니...
늘 그자리에 있으되 한순간도 그대로 멈추지 않고 변화하고 숨쉬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할까....
불과 며칠전에도 왔었는데....
오늘은 가장 먼저 달빛이 다르니 하늘에선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그러니 물빛...주변의 색감이 또한 완전히 다르고...
온갖 생물들이 내는 소리 빛깔이 또 다르고...
어저께 온 비때문에 저수지에 가득찬 물의 기운이 다르고..
이순간 모든게 신비로움 그자체였다.
"자기야~ 정말 우리외엔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고요해~
이 깊은 시간...무서워야 할텐데....
신비롭게도 너무나 좋다~!!"
"뭐가 무서워~ 좋지!!"
저 만치 나무위에 걸쳐져 있는 조각배 모양이 한참을 바라본 뒤에 그것이 건물위 장식이 아니라 달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얼마나 나즈막히 떠있냐면 정말이지 낚시터 건너편 나무위에 커다랗게 걸쳐있는 것만 같았다.
그 달빛은 저수지 속에서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상하네~ 저수지에 담궈져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은 정지된 채로 그대로 있는데, 오직 달빛만은 미동도 없는 수면속에서 파르르 떨고 있네~"
남편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아지경으로 그냥 해탈한 사람모냥 있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냥 있지~" 한다.ㅎㅎ
오직 하늘과 물과 나....만이 있을 뿐이라던 남편...
나는 이 고요의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마구 튀어 올라오는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있는다는 울 남편은 '정말 해탈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퍼뜩들어 웃어버렸다.
물고기가 주변에서 퍼득거리기는 하는데 수면이 깊어서 인 지 한마리도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듯 새벽 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우린 주섬 주섬 낚시대를 접고 차를 집으로 돌렸다.
마치 우리를 따라오기라도 한것처럼 어느사이 달빛이 우리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와아~ 어느새 저렇게 높이 올라갔지?...."
가로등불과 오직 우리차 밖에 없는 돌아오는 길은 더욱 낭만적이었다.
피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할수 없는 낭만이... 차안 가득히 번진 음악속을 파고들며 행복하다는 느낌뿐이었다.
그야말로 남편이 제안한 깜짝 이벤트에 당첨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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