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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지휘 -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ㆍ 협연 - 줄리엣강(바이올린), 장중진(비올라)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1900년 창단 이후 한 세기 동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역사적인 해외 순회 공연을 포함하여 명성을 자랑하는 주요 공연들, 유례 없는 혁신적인 녹음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 음반 등을 통해 세계 일류 오케스트라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창단 이후 한 세기 동안 단지 6명의 음악감독을 거치면서도 단합된 하나의 통솔력 하에 유지되어 왔다. 이 같은 값진 전통은 2003년 9월부터 오케스트라의 7대 음악감독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크리 스토프 에셴바흐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서 역동적이었던 취임 시즌을 마치고, 명망 높은 오케스트라와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동맹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에셴바흐는 뛰어난 현장감, 재능, 음악적 이해력으로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 및 오페라 하우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객원 지휘자로서도 인기가 높아 정기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하고 있다. 창조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지휘자로서나 협력자로서 그리고, 젊은 음악인들을 위한 열렬한 후원자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의 역동적인 에너지는 그가 "우리 시대 최고의 음악인 중 하나"로 칭송 받게 하고 있다.
마에스트로 에셴바흐는 지휘자로 전향하기 전 이미 피아니스트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1세에 주요 콩쿠르에 입상하기 시작, 1965년에 이르러 전후 독일에서 나타난 으뜸가는 피아니스트로서 입지를 굳히며, 1969년 George Szell 지휘의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데뷔를 가졌다. 그의 뛰어난 피아노 솜씨에 대한 증거로 Philips가 "20세기 위대한 피아 니스트"에 선정한 100명의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에셴바흐를 택했다. 1972년 함부르크에서 가진 지휘 데뷔에 이어 1975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미국 지휘 데뷔 무대를 가졌고, 오페라 지휘에 있어서는 1978년 베르디의 춘희로 데뷔했다. 에셴바흐는 1981년 취리히 톤할레 오케 스트라의 객원 수석 지휘자로 임명된 후,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상임 지휘자로 활동했다. 그 외에도 휴스톤 심포니 음악감독(1988-1999), 함부르크 NDR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1998-2004), 라비니아 페스티발의 음악감독, 시카고 심포니 여름 시즌의 음악감독 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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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날...공연후기....
작년에 파리오케스트라와 내한해 라벨의 볼레로로 전율을 일으켰던 카리스마 넘치는<에센바흐>를 이렇듯 빠른시일에 다시 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것도 이틀간....
환상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티켓부스가 오픈하자 마자 나를 비롯한 우리 클럽 식구들은 모두 양 이틀간의 공연을 거머쥐었다.
더우기 즈음에 우리 클럽식구들 중 두명이 생일을 맞아 특별한 스케쥴까지 짜있는 상태였으니,공연을 보기도 전부터 어쩌면 우리는 이미 감동에 젖은 상태로 대화의 장을 마련할지도 모를일이었다.
그렇게 기대만땅 설레임으로 첫날 공연을 맞았다.
작년 예술의 전당 합창석에 앉아서 정면으로 그를 바라보았던...그런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꽂꽂한 자태의 뒷모습 만으로도 강한 그의 포스를 느낄 수 있었다.
여늬때 같으면 서곡 하나쯤 연주하고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이번엔 굵직한 교향곡 두곡이 연주되니, 그가 지휘대에 오르자 곧바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전원>은 연주되었다.
그 소리는 마치 바람결을 타고 무대를 떠나 내 귓가에까지 와 살랑이며 간지럽히는 듯 했다.
순간 내가 경험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좌악 펼쳐지면서 어느새 나도 그 풍경속의 일부가 되어 뛰놀고 있는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렇게도 전원 풍경을 잘 묘사해 냈을까.... 수없이 들은 곡이지만 매번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감히 완벽하다는 ...
순간 떠오른 생각이 어쩌면 베토벤은 귀가 먹었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슬픔과 비통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그에게 부여한 재능으로 어쩌면 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미 다 들을수 있고
그 내면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모든 느낌을 다 소리로 창조해 낼수 있었으므로....
특히 목관 악기들이 내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은 들을때 마다 가히 압권이다.
3악장의 시골 축제 분위기는 기쁨으로 가득하고 그저 즐겁기만 한듯하다.
4악장의 구름,비바람 천둥, 번개,폭풍우는 또 얼마나 장엄하고 또 박진감을 주는 지...
5악장은 비온뒤의 더없이 아름다운 깨끗한 정경이 펼쳐지는듯 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동들의 피리소리는 (대부분 무대밖에서 연주한다)대지의 광할함을 느끼게 했다. 부제로 붙은 <목동의 노래-폭풍뒤의 기쁨과 감사의 노래>에서 처럼 대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이 그저 행복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제 2부다.
특히 올해는 마치 무슨 경연대회라도 하듯이 차이콥스키 <비창>이 지정곡인것만 같다.
에센바흐와 필라델피아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과연 어떤 소리일까....
바순의 독주로 시작되는 1악장의 적막감은 비단 4악장까지 가지않더라도 처절하리 만치 큰 슬픔이 압도적으로 느껴져 왔다. 그렇게 시작된 1악장은 비애,비통함,운명에 대한 체념, 죽음의 공포까지 .... 삶의 변화 무쌍한 모습을 느끼게 했다.
현의 피치카토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2악장의 멜로디는 마치 이런 슬픔을 승화라도 하듯 처연하게 들리기도 했고,
슬픔의 극단으로 치달아 마치 투쟁이라도 벌이는듯, 3악장은 지휘자나 연주자들 모두 롤러코스트를 탄 사람들 처럼 질주를 하는듯 했다. 특히 클라이막스로 내딛는 행진곡... 그 멈출수 없음에 그만 객석도 빨려 들어가고 말아 그만 박수갈채를 보내고 마는 우를 범하는....
오늘도 여지없이 3악장의 질주에 넘어가 박수갈채를 보냈다는...ㅠㅠ
그러나 에센바흐는 곧바로 그 에너지를 이어서 4악장을 연주해 흐름을 이어갔다.
이곡의 백미인 4악장.....
가슴이 시리도록....아픈 통증을 유발케 하는...
나는 이곡을 들을때마다 생전 가보지도 않은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 벌판을 떠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땅...그 크기 만큼이나 차가운 시련과 고통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뒤덮어 버려 그만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버리고 마는....
그러나 이렇듯 아픔속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니,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생각하게도 한다.
최악의 상태에서 인간은 살기위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되는....
작곡가 자신도 이곡을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까지 했다는 이 대작을 실황으로 들을 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우리에겐 가슴 벅찬 일인 지도 모른다.
차이코프스키는 이런 대작을 만들어내고 초연 9일만에 세상을 떴다니,
그도 모짜르트 처럼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일까??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가 죽음의 끝에서 장엄미사곡을 작곡하던 모습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도 선연하여 그 곡이 연주될때면 나는 목젖의 통증을 느끼다가 그만 눈물을 철철 흘리고 마는것이다.
그리고 이곡 ...
역시 4악장까지 가면 결국엔 참을수 없는 복받침으로 목이 아프다.
그렇게 꺼억 꺼억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숨까지 멈출수 밖에 없는....
지휘자의 팔이 멈춤상태에서 드디어 아래로 떨어질때까지....
그야말로 이곡의 백미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은 그 어떤 화려한 피날레 보다도 진한 감동과 희열까지 느낄수 있는 짜릿함 그 자체다.
오늘의 연주는....3악장에서의 잠깐 박수는 있었지마는 이 백미를 그야말로 100% 느낄수 있었던 피날레였다.
앵콜곡으로는 시벨리우스의 <슬픈왈츠>를 연주했는데, 이곡 역시 비창의 감동을 깨지 않고 그대로 이어준 탁월한 선곡이었다.
생상스의 죽음의 춤과 같은 맥락의 시벨리우스의 죽음의 춤이라 할수 있다.
시벨리우스는 그의 부인의 형제인 극작가 아르운트 야르네펠트의 죽음이라는 작품에 음악을 붙인곡이다.
현의 깊은 울림이 무대에서 부터 객석 밑바닥까지 좌악 깔리는 듯 했던 너무나 멋진 연주였다.
사실 세종은 공연장이 너무 커서 1층이나 2층 로얄석이나 적어도 S석에 앉지 못하는 대부분의 매니아들은 기피하는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귀에 닿은 소리들은 그 어떤 공연장에서보다도 장엄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들려왔다. 어쩌면 카리스마 넘치는 에센바흐에게 이미 압도되어 소리가 채 내 귀에 닿지않은 순간에 이미 나는 그소리를 듣고 있었는 지도 모를일 이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추스리느라 언니와 난 스타벅스에서 문을 닫을 때까지 앉아있었다...
진한 커피 한잔으로 감동을 누그러 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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