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곳....
겨울이면 봄이 오길 목놓아 기다리고, 봄기운이 조금이라도 비치기 시작하면 달력의 빨간글씨 날은 마치 초등학생 소풍가기 전날 마냥
설레임으로 낚시대를 만지고 이곳으로 달려오는곳...
바로 백학지다.
아닌게 아니라 너무나도 고요하고 깨끗하고....
남편따라 이곳에 와 보고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낚시를 전혀 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한 여유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 나도 시간이 되면 <ㅋㅋ 공연이 없는 날...>언제나 남편과 함께 이곳엘 온다.
오는 동안 토속적인 맛있는 먹거리들도 먹기도 하고....
또 길가에 나와서 팔고 있는 과일이며, 호박이며....기타등등 농사지어 가지고 나와서 파는 것들 사가지고 오는 재미도 솔솔하다.
봄에는 봄나물도 뜯고....
하지만 내가 따라올때는 거의 밤낚시다.
물 한가운데...좌대를 타고 낚시터의 밤 풍경속에 빠져 있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얘기를 해도 모를 것이다.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걸.....
낮에는 도저히 들리지 않던 수많은 신비한 소리들과
갈 때마다 다른 달빛과 푸르스름한 어둠이
주변 모든 것들을 물속에 빠뜨려 잠재우고 전혀 새로운 세상을 탄생시켜 놓으니까....
그 신비로움이 때로는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다.
그 적막속에서 내 안에 숨어있던 깊은 울림들까지 송글 송글 맺혀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낚시터에 가면
오로지
"하늘과 물과 나뿐이라고...."
그 고요속에서 어느 순간에 물속에 잠겨있던 <찌>가 쑤~욱 위로 올라오는 그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란다.
잡은 물고기를 잡아 당기는 손맛은 차라리 덤이고.....
그래서 낚시터에 가는 것이라고...
나는 남편이 말한 그 느낌에 그만 반해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낚시가 아닌 그 <느낌>에 매혹되어 버린것 같다.
백학지는 엄청나게 크다.
오늘은 늘 가던 곳이 아닌 도로가 쪽 한가한 곳으로 왔다.
보통때는 좌대를 타지만 오늘은 그냥 내가 차에서 음악을 듣겠다고 해서 이곳 길가로 온것이다.
오늘밤은 그믐인 지...깜깜한 어둠속에서 총총 별이 쏟아져 내릴것만 같다.
이러한 풍경을 도심에서 만난다는 것은 좀체로 쉽지않은 일이다.
이처럼 오늘 같은 별세례는 낚시터에서 얻는 또다른 보너스다.
커피를 끓여서 주는 센스는 발휘해야지~ㅎㅎ
라면에 과일과 커피까지 마시고, 나는 차안으로 들어와서 한가방 싸들고 간 CD를 틀었다.
작은 공간에 울려 퍼지는 음악들이 나를 천사처럼 아름답게 해주고 있었다.
의자를 뒤로 벌렁 재끼고 쏟아지는 하늘의 별도 보다가, 책도 읽다가....
그렇게 밤을 지샜다.
밤이 깊어지자 저수지 수면 위로 밤 안개가 마치 쇼 무대에서 연기를 뿜어내듯이 그렇게 하얗게 피어올랐다.
불빛이 물속에 잠겨 반짝이던...
그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하얀 안개속에 덮여지고 오직 흰색과 어둠속에서도 느껴지는 초록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일교차가 워낙에 커서 그 피어오르는 광경이 장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안개가 새벽에 피어 오르는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었구나~'
잠깐 눈을 붙이고 깬 남편이 새벽 녘에 일어나 낚시를 시작하면서 이 광경을 보라고 소리쳤다.
이미 한참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ㅎㅎ
어느 순간에 어둠은 싸악 걷혀버렸다.
어제 밤에 보았던 그 세상도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또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새벽녘의 풍경도 너무나 상큼하다.
카메라를 들고 몇장 찍었다.
금새 또 해가 나니, 파라솔을 펼쳐 꽂았다.
자연과 어우러져서 빨강 파랑 노랑 ...파라솔이 구엽게 느껴진다.
오늘도 ....
요즘 논에 물을 대느라고 밤새 빼고 있어서 낚시는 꽝쳤다.
하지만 남편이나 함께갔던 직원이나 나...모두가 새 생명들이 움터서 어느새 초록이 되어버린...
그 속에서 밤새 있었던....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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