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심는 일....
그리고 꽃을 가꾸는 일은 삶에 새로운 활기와 기쁨을 준다.
4월이 되면
마치 새해 첫날을 맞으며 새로운 다짐을 하듯...
파릇 파릇 움트는 생명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또다른 다짐을 하게된다.
겨울옷 세탁과 드라이 크리닝을 해 상자에 수납하고, 봄 여름옷을 꺼내며 다시는 옷을 사지 않겠다는 공허한 다짐....
겨울 내내 대충 지냈던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새로운 인테리어를 구상한다던가...
암튼...
나이가 들어가면서 봄이 되면 동대문 시장으로 제일 먼저 달려갔던것과는 달리
꽃을 가꾸고 싶다는 맘이 가장 설레임을 준다.
그 설레임은 나 혼자만의 기쁨을 떠나 내가 가르치는 꼬맹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할 터이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얼굴 가득 퍼지는 즐거움과 미소를 감출수가 없다.
미리 꿈꾸고 상상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어디있을까!! ㅎㅎ
화단 가득히 배달되어진 꽃들을 보고는 경비 아저씨와 관리사무소 아저씨까지 합세해 훈수를 두었다.ㅎㅎ
주변 나무들이 너무나 자라서 옛날에는 잔디밭 주위로 꽃을 심으면 잘 자랐던 꽃들이 이젠 일조량이 모자라서 잔디도 없고,
그나마 풀을 뽑아 버리면 흙들이 비만 오면 꽃을 뒤엎어 버려서 그냥 죽어버리니...
이것 저것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그래서 화분을 이용하고...
동산을 쌓아서 꽃을 심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이끼류 떼를 떠다 입혔다.
그리고 돌을 주어다 깔고...
수없이 조루에 가득담은 물을 낑낑 날라다 물주고 다지고.....
아침부터 꾸미기 시작한 화단은 어두워 질때까지 이어졌다
생전 운동도 하지않던 내가 하루종일 노동을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사실 일을 할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담날 아침에 온몸이 얻어 맞은것 처럼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그 일이 얼마나 힘들었었는 지 알아차렸지~~
암튼....
나뿐만이 아니라
꽃을 심은 경비 아저씨도, 그것에 훈수를 두었던 다른 경비 아저씨, 관리소 직원, 오고 가는 동네사람들, 내가 가르치는 꼬맹이들....
모두가 꽃에 온갖 관심을 쏟고 있다.
아침에 꽃에 물 줄 생각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벌떡 일어나 지고...
커튼을 묶다 보면 우리 화단의 꽃을 한없이 쳐다 보고 계신 동네 어른들때문에 미소짖게 되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르치는 꼬맹이들이 언제 이렇게 갑자기 꽃이 자랐나 의아한 눈을 똘망 똘망 쳐다보는 표정이 너무나 귀엽고 이쁘다.
"선생님...
밖에 나가서 그림 그리면 안돼요??"
"돼지~왜 안돼~
나가서 간식도 먹자!"
아이들, 동네 사람들,식구들....
모두 기뻐하지만, 가장 큰 기쁨은 역시 힘들게 가꾸고 그 이쁨을 보고 기뻐하는 표정들을 보는 나다. ㅎㅎ
이제....
쨍쨍 찌는 햇살에 무럭 무럭 자라 벽에는 제라늄꽃으로 만발하고, 이제 싹이 돋고 있는 머루 포도 덩굴이 올라오고,
덩굴장미의 꽃이 피면....화단은 훨씬 더 이쁘고 풍요로워 질것이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매일 들여다보며 진디물이 끼었나...
잎을 순식간에 다 뜯어먹는 민달팽이는 없는 지...
다른 해충이 생기지는 않았는 지...소독에 신경쓰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흙상태를 보면서 물주기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순간 갖는 가장 큰 다짐!!! ㅎㅎ
<2008.5.4. 일. 베가>
아침에 서재에서 컴터에 앉아 블로그를 정리하며 잠시 시선을 창가로 돌렸는데...
허억~ 들고양이가 슬글 슬금 화단을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순간 꽃을 다 밟고 뭉게고 다니는건 아닐까.....걱정되어 얼른 창가로 가봤더니,
놀랍게도 두마리의 고양이가 꽃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오옷~~
왜 몰랐을까....
꽃을 예쁘게 가꾸어 놓으면 생물들이 먼저 그 사실들을 안다는 것을.....
우리 사람들만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었어~
고양이가 그리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ㅎㅎ
<2008. 5.5.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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