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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끝..가을맞이...소파 커버링(자작품)/2006.10.8

나베가 2006. 10. 9. 03:15

 

 

2006년 남편도 큰아이도 없는 ...이렇게 기인 열흘동안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여행을 떠나볼까...이런 저런 궁리도 해보았으나, 갑작스런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놓치기 아까운 <다니엘 하딩의 말러 체임버> 공연도 있었고...

 

에라~

이번 연휴는 아주 푸욱 쉬자...

명절 음식도 간단히 하지 뭐~

그런 다짐하에 정말 띵까 띵까~소파에 딩굴 딩굴 누워서 군것질 해가면서 TV 리모컨의 조작만으로

아니, 영화 한편 보러 나가고, 말러체임버&하딩 공연 보러 예당에 한번 나가고...

그렇게 5일 오후까지 지냈다.

 

드디어 추석 전날...그것도 아주 느즈막한 저녁에 장봐다가 명절 음식 시작...

아무리 양을 적게 한다고 해도 해야할건 다 해야 하는지라 생각보다 일이 많아져 그만 밤샘을 해버린..

비몽 사몽간에 아침 일찍 부랴 부랴 대청소 하고 아들 녀석이랑 단 둘이서 조촐한 차례를 지냈다.

그리곤 쓰러져 꿈나라....

가까스로 깨서 밥먹고는 또 잠속으로...

 

쉰게 아니라 무질서한 생활때문인지 지나친 TV시청때문인 지...되려 두통으로 약만 먹었다.

드디어 담날...약간은 허무함으로 뭔가를 하자...맘먹고 가을맞이 대청소 집단장을 선언하곤

오래전에 동대문 시장에서 떠다놓은 패브릭을 찾아 소파 커버링을 하기로 맘먹었다.

사실 패브릭이 너무 강해서 이것 저것 매치해보느라 진이 다 빠져버릴 즈음~

이왕 사다놓은 거니까 한번쯤은....

 

얼마만에 재봉질을 해 보는 건지...

불과 2년전만 해도 쌩동 쌩동했던 나의 눈은 어느새 돋보기를 걸쳐 쓰고 재봉질을 하고 있었다.

차암~

그런 모습을 보고 철없는 아들녀석...

'엄마, 그거 쓰고 계시니까 뭔가 있어 보여요~'

아니, 있어 보이긴 뭐가~ㅉㅉㅉ

한참을 바느질을 하다보니, 돋보기때문에 어질 어질~어지럼증이 왔다.

세상에~ 친정엄마는 어떻게 70이 다 되시도록 바느질을 하셨을까///

친정엄마를 생각하고 내 나이를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어쨋든 어제 하루 종일 고생을 한덕에 오늘...짜안~ 새로운 소파와 거실이 탄생되었다.

교체한 지난번 패브릭까지 드라이 세제로 다 손세탁을 하고나서 향이 좋은 바닐라 헤즐럿 커피를 한잔

내렸다.

가을에 어울릴 음반을 뒤적거리고....

리차드 용재오닐의 비올라 음반을 올렸다.

그리곤 새로 탄생된 소파에 깊이 파묻혔다.

 

으음....

이 기분...

 

비올라 선율만큼이나 부드러운 편안함이 온몸 구석 구석 파고들어 곧 잠속으로 빠져들것만 같은

노곤함이 따악 기분좋을 만큼이었다. 

혀끝을 타고 가슴 깊숙이 까지 타고 들어오는 뜨거움!

코끝을 쏴~하고 스치며 나로 하여금 작은 탄성을 짖게 만드는 헤즐럿 향~

 

역시

우리 몸은 열심히 일한 다음에 맞는 이 여유로움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것이야~

그런 여유를 느끼는 순간엔 언제나 커피가 있지!

그래~ 커피! 

 

 

 

 

 

그중에서도 앞으로 있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연주회를 앞두고 그의 기사가 크게 실렸는데....

그의 인터뷰에서 묻어난 삶과 음악에 깔린 철학이 나를 겸허하게 만들기까지....

마치 종교서적을 읽은듯...  그런 느낌을 주었다.

 

매번 하나의 산을 목표로 삼으면 그 산을 등정하는데 집중하며, 그 산을 넘고 나면 그 다음에 넘어야 할 산이 눈앞에 나타날 뿐이라고...

 

음악이라는 작업을 일생동안 해오고 있지만, 그것은 정복할 수 없는 산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올라도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지요. 즉,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와 있다는 것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인생의 어느 지점이라는 것을 말하기 어렵지요.

 

"명성? 그런 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네. 그렇다면 왜 작곡을 하냐고? 한 번도 명예 때

문에 음악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다만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야 할 뿐이야" 라며 어린 제자 체르니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한 베토벤의 음악관과 백건우의 그것은 , 실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몹시도 닯아 있다.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세계는 무한정한 것입니다.......

결국 거짓 없이 끝까지 성실하게 작업을 계속하다가 이 세상을 마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삶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현재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지요."[백건우]

 

이번호 <2006년 가을호>에 내가 올린 <피터 비스펠베이& 함신익> 공연후기가  실렸다.

 

 

 

베이지색 수실이 달린 자주색 큰 쿳션은 우리아이들 어릴적이니까 ...십년도 더된 내 스커트로 만든 쿠션이다. 42kg 나갈때 입던 스커트니 그저 농속에 있었던것. 문향이 이쁘고 질감이 좋아서 마냥 가지고 있었던 스커트다. 어울릴 배색지를 구해서  이렇게 쿳션을 만들으니 이 가을에 어울리는...

참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