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내 거의 미사를 가지 못했다.
이일 저일 하느라고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사실 일이라고 할수도 없다.
거의 음악회 다니고....모임.. 회합..애들 학교일...전람회..
무엇보다 잠을 못자서 ....
아니~ 잠시라도 음악듣고...커피마시고...창밖도 내다보고...햇살도 쬐고..신문도 보고...
그러고 싶어서...
그래야만 해서...
어짜피 성당에 거의 가면서도 미사참례를 안했다.
정말 입으로만, 습관으로만 주님을 찬미하는 가장 경계대상인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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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각이 나서 카푸치노를 만들어 왔다.
냉장고를 열으니 쨈만 가득하다.
얼마전에 만든 딸기쨈...작년에 만들어 놓은 오렌지 마말레이드,포도쨈, 천도 복숭아쨈, 키위쨈,
사과쨈, 아주 예전에 만들어 놓은 매실쨈까지....
먹어야 된다는 의무감(?)이 어디서 부턴지 순간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카푸치노 하고는 어울리지 않지만, 바케트빵 3쪽에 딸기, 포도,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발라왔다.
에이~~
아메리칸이나 에스프레소하고 어울리는데....
쨈 장사 하냐고?
빵 만들때도 쓰고, 요구르트 만들어 먹을때도 쓰고, 와플 만들어 먹을때도 쓰고....
각종 음식 만들때도 소스에도 쓰고(일반 설탕대신..)...쉐이크 만들때... 슬러쉬 만들때....
이젠 집에서 밥 먹는 사람이 없으니까...손님 초대도 거의 안하고...
정말이지 냉장고에 반찬은 거의 없고, 병들만 가득하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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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의도행 버스가 20분마다 있다는 생각을 미쳐 못하고 너무 늦게 출발을 했다.
잠시 당황을 하다가 집앞에서 영등포행 버스를 타고가서 택시를 탔다.
다시 비가 부슬 부슬 내렸다.
"KBS홀이 따로 있나요? KBS홀엔 왜 가세요?"
"연주회가 있어요.... 음악회 보러 가는 거예요."
"연주하러 가는게 아니라, 연주회 보러 가는 겁니까?"
"후후후...."
"근데 왜 혼자서 갑니까? 혼자가면 재미없잖아요?"
"음악회를 재미로 가나요? 좋아서 가는 거예요. 주변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요. 더구나 이렇게 비가 오는날에~~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님 신경만 쓰이죠."
"그런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긴다'는것에 익숙하지 않은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빨리 왔다.
KBS신관 커피숍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풍경은 ....
이어폰을 통해서 들리는 음악과 함께 나를 아주 여유롭게 했다.
배부름은 아직도 진행중이어서 그냥 커피만 마시고 티켓을 받은뒤 홀로 향했다.
건물 외벽에 내 모습이 비춰졌다.
순간 아까 택시 기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음악 하러 가는게 아니라....
"내 옷차림이 너무 눈에 띄었나?"
자리를 찾아 들어가 보니, 내자리는 그분의 말따나 지휘자와 일직선상에 있는 가장 좋은 자리였다.
항상 발코니석에만 찾아다니던 나와 최근의 R,S석만 찾아 앉는 내가 서로 교차되면서 이 업그레이드된 고급스러워짐에 ....순간 그런 내가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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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곡-롯시니의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서곡은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유려한 맛을 느끼게 하는 편안하고 상쾌한 곡이었다. 시작이 아주 좋았다.
두번째곡-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 3번은 아주 익숙하고 잘 알려진 곡이었다.
어제 CD로 들어볼려고 찾다가 없어서 의아해 했는데...아마 LP판으로 있었든거 같다.
암튼 '바딤 글루즈만'의 건장한 체구에서 연주되어 나오는 선율은 그의 힘과 모짜르트 음악 그 특유의 경쾌함이 더해져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앙콜 연주를 한곡 더 들은뒤 바딤 글루즈만은 무대를 떠나고,,,,
2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 8번 c단조 Op.65 연주가 시작되었다.
쇼스타코비치는 '말러' 이후 현대최고의 음악가로 지칭되고 있는 음악가이다.
현대 음악가인 만큼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치 않은 곡들이고, 또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음악이 난해하다. 지난번 말러 대장정에 갔을때도 느꼈지만, 무려 연주 시간이 한시간도 넘는 5악장의 방대한 규모였다.
엄청난 울림으로 집에서 듣기엔 좀 부담스럽겠지만, 연주회장에서 듣기엔 큰 규모만큼 감동을 주는 곡이었고, 또 기막힌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곡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너무 난해하고 시끄럽다고 느껴지기까지 한 '말러'나 '쇼스타코비치'나 그들의 음악을 (특히 교향곡을 ...)직접 연주회장에서 접하니, 마치도 현대 미술을 접하는 내 맘과 똑같아 지는 느낌이었다.
처음 대학에 들어갔을 때, 난해하기 짝이 없는 현대 미술을 보고 혐오감 마저 들었던 기억이 ...
물론 지금도 그런 느낌이 드는 미술작품들이 있지만....현대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음을 보면...많은 음악 매니아들이 '말러'에 매료되어 열광하고 있음이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딸하고 같이 갔던 '임헌정'의 '말러 대장정'에 꽉찬 청중에~ 열광하는 환호(20여분이 넘도록 친 박수...)에~ 인터넷에 뜬 말러 동호회하며~~
************..
음악회에 매료되는 이유는...
오로지 음악에만 온 신경이 미치게하고 그외 다른것엔 신경을 마비시켜 버리는 -
마치 숨소리도 내면 안될것 같은- 그 마력때문이고
둘째는 음악 그 자체에 스스로 매료되어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를 함께 느낄 수 있음이고,
셋째는 그들이 저자리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그 고통이 느껴져서...
열열히 박수를 쳐주기 위함이고....
그 아름다움에, 그 열정에, 그 행복감이 내게도 전이되어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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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오는데... 한강 야경이 음악과 함께 그렇게 여유롭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집에 오니~ 아들녀석은 아직 안왔고...
현관앞에 짐이 쌓여 있다.
오늘 회사에서 떠나는 부서 전체 캔미팅...그리고 이어서 낼 새벽 떠나는 낚시.....
새로 장만한 낚시대를 가지고....
그이에게서 마치 초등학생 소풍 떠나는 그런 설레임이 느껴졌다.
2004. 6. 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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