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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나베가 2006. 4. 26. 15:41

토요일이라서 모처럼 반찬을 했다.

갈치 무우조림, 멸치 꽈리고추 볶음, 호박 새우젖 볶음, 참치 김치 볶음, 얼가리 배추국, ....

여기에 참치 야채쌈을, 브로콜리 데친것(초장 찍어 먹는것을 아들이 아주 좋아한다), 해초무침, 깻잎...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와 이 차려진 점심 정찬을 보고는  놀랬다.

"와~~얼마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 거야!"

"우리 둘이만 먹기엔 너무 진수성찬이다. 그치?  근데 맛없니?"

"제가 아까 맛있다고 했는데요."

후후후...

 

아들이랑 가요를 들으며 딩굴고 있는데...

어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기끝에 오늘 프로방스에 가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탁 트인 자유로를 달리노라면 언제나 그렇듯  멀리 여행을 떠나는거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자유로를 빠져 골목에 접어들었는데...우리 바로 앞차도, 그 앞차도 ...모두 프로방스주차장으로 차를 꺽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주말이라서 인지 주차장엔  차들이 가득했다.

친구는 벌써부터 '예쁘다'고 난리를 쳐댔다.

2층으로 올라가서 마악 일어나는 테라스의 빈자리로 ..치울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서 앉았다.

 

아니~ 어저께 왔다갔는데... 그 사이 커튼이 또 바뀌어 있었다.

창가쪽 커튼만 주황색 노방에 주황색 코사지로 장식되었던 것을 파란색 노방에 파란색 코사지로 묶어서 잠자리 날개처럼  창을 장식해 놓았다.

 

2층 테라스에 앉으니, 프로방스 옆에 있는 별관이 테라스가에 가득한 꽃들과 어울려서 정말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멀리 자유로와 임진강, 시원한 바람까지~~ 밤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다른 환상이 느껴졌다.

친구는 아주 이뻐서 죽을 것처럼  좋아라 했다.

" 야! 우리 사진찍자. 정말 너무 이쁘다!! 내가 카메라 가져왔거든~"

 

나는 점심을 푸짐하게 먹어서 사실 또 밥을 먹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친구는 5시가 되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라 금방이라도 고꾸라 질듯  서둘러댔다.

 

해물피자를 시켰다.

커피를 3잔이나 리필을 해서 마시면서..얘기하고..탁자위에 놓인 시집도 읽었다.

 

친구가 자리를 비운사이 낚시터에 가 있는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재밌어? 좋지? 나는  프로방스에~ 당신이 행복해서 다행이야!"

금방 메시지가 떴다.

"안 행복해! 고기는 안잡히지~ 바람은 엄청 불지~ 집에 가고 싶어."

친구와 같이 보면서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다.

 

별관으로 가서 아로마향 가득한 꽃밭 (조화)속에 머물러 실컷 행복함을 맛보면서 ..

허공에 뜬 말들도 해본다.

"야~ 좋은 사람이랑 저쪽에서 맛있는것 먹고, 여기와서 이 예쁜꽃 한다발 선물받아 가는거야. 히히히..

2층에 페브릭가게도 ... 장미 벤치에도... 이곳 저곳 도취되서 필름 한통을 다 찍었다. 

사진은 우리만 찍는 것은 아니었다.  

 

건물이 좋은 것도~ 그렇다고 가구가 좋은 것도 아닌....

그저 예쁘게 패브릭으로.. 꽃으로.. 향기로... 조명으로...이렇게 예쁘게 동화속 나라처럼 꾸며놓을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에 빠지게 만드는 요술램프처럼...

 

우리네 삶도 이렇듯 예쁘게 가꾸고 꾸미면 아름다워질수 있을텐데...

 

***************

 

밤에 중국에서 전화가 왔다.

자기 딸을 너무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식집에서 점심 먹은것, 호수공원을 거닐면서 얘기한것, 팥빙수 먹은것, Take Out에서 비틀즈를 들으며 카푸치노 마신것, 밤에 자유로 달린것, 그 동화속 나라에 갔다온것, 유럽에 갔다온 사진보며 얘기한것...

어느것 하나 빠짐없이 아빠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고....

엄마 아빠도 그렇게 하루종일 한번도 함께 해주지 못했는데~~자기 딸이 너무 행복해했다고....

그리고..............." 자기는 여전히 이쁘다고 하더군!!!"  킬킬킬.....

 

아!!!~~

두사람에게 행복을 전염시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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