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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05년 5월에....

나베가 2006. 4. 17. 10:19

어쩌면 벌거벗은 몸둥아리가

타고난 아름다움에 있어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벌거벗은 몸둥아리로 사는게 아니라

이것 저것으로 커버해서 나름대로 아름답게 꾸미고 살아간다는 것이 .....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고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 하루다.

 

우리 삶의 모습도 그러하기는 마찬가지 일테니까 말이다.

삶의 가치나 행복은 객관적인 조건의 그 우선순위대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선택한 그들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만들어 가는것이기 때문일것이다.

타고난 심성과 근성을 다르고,

타고난 달란트가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내게 어룰리는 것이 다르고...

 

이렇듯 다양한 삶의 모습속에서

온전히 내길을 잘 찾아 간다는 것이..

내 삶을 사랑하고 잘 가꾸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훈련이 필요한것인 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의 작은 일들....

-아름답고 예쁜것들을 찾아 보는것.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것들을 해 보는것.

-경험한 작은 행복들을 기록하는 것.

-내 주변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모습들만 찾는것 - 특히 가족에게서...부족하고 속상하고 섭섭하고...그런것들 한쪽 구퉁이로 몰아놓고, 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모습, 좋은 모습..만 기억장치에 넣어두는

.............

그러다 보면 나의 삶은 어느새 이만큼 행복으로 차있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지난 월요일, 

휑해진 눈을 가지고 합창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어쩌면 다 알고 당연한 일이라고 흘려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난 오늘까지....'왜 눈이 휑해졌는가' 이유를 설명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마다 우리집에서 기도하느라....새벽6시부터 뛰다시피 아침 해 먹이고, 치우고, 청소하고... 난리피지,

봄이라서 농정리에 패브릭 정리에...그 많은 세탁물에,

거실 커튼 바꾸고, 딸방, 아들방 패브릭 바꿔주느라...동대문 시장으로 ..바느질하느라 밤새고,

유리창 닦고,

친척이 상당해서 전라도 나주까지 갔다오고,

어버이 날이라 충청도 친정에 갔다오고,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 LG아트센타에 충무아트홀 페스티발, 고양시 덕양 어울림누리- 아는 사람이 있어 50%할인에 가끔은 초대권을 받기도- 까지 다니느라 연일 콘서트장에,

 

주말엔 서방님과 낚시도 가야지~

아들녀석 입시 설명회에도 가야지~

백화점에 쇼핑도 가야지~

옷과 빽에 레이스, 비즈 달고~

성당에도 가야지~

성서공부도 해야지~

산에도 가고, 호수공원에도 가고,엄마들하고 밥먹으러도 다녀야지~~

ㅋㅋㅋㅋ

....................

...................

이 말끝에 그 엄마 하는말이....

"나는 한가지도 안한거네~~"

하면서 깔깔댔다.   

 

집에 커튼이 없으니 바꿀것도 없지,

유리창 안닦았지,

친정엄마랑 살으니 갈일 없었지,

초상도 안났으니 아무데도 안갔고, 애들방 패브릭 솜씨없으니 바꿀생각도 안하지,

농정리 안하지, 콘서트 안갔지, 종교없으니 성당갈일 없지,

....................

 

배꼽이 빠져라 깔깔대었지만, 정말 내가 무엇을 원하며 사는가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음에 흠짓했다,

내겐 절대적으로 꼭 해내어야만 하는 그래서 때로는 밤을 새며 하는 이 일들이 그 엄마에겐 생각조차도 하지않은 일들인 것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사소한 일'일 수도 있는 일들에 얼마나 목숨을 걸며 살고 있는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가지고 얼마나 절망하며 살고 있는가!

내게 그렇게도 절대적이고 옳은일들이 너무나도 작은 나의 한순간의 생각일 수도 있다는거....

 

그걸 아는 이순간에도...

나는 그 어쩔수 없는 그것들땜에 힘들고 여유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것이 한순간일지라도 그것을 한번, 두번....그렇게 깨달아 가다보면 조금이나마 나를 다스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때문이다.

 

오늘 성서묵상에..

요한 묵시록 16장 15절에....

".......벌거벗고 다니는 부끄러운꼴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정신을 차리고 자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중에서도 특히 '자기옷을 입고' 란 이 말씀이 많은 묵상이 됐다.

 내게 어울리는 옷!

내게 허락된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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