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마농MANON/국립오페라단/2018.4.8.일/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나베가 2018. 5. 6. 19:37








마스네, 마농



자신과 주위사람들의 삶을 해치는 '중독'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 도박중독이 주로 거론되지만, 자신의 경제력을 망각하고 쇼핑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쇼핑중독', 쾌락과 도취의 순간에 계속 빠져 있으려 하는 '향락중독'도 그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두 가지 중독증을 지닌 여주인공이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 본명 :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1697-1763)의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 이야기 - L'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1731년)에 등장합니다.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오페라로는 비제, 구노와 함께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쥘 마스네(Jules Massenet, 1842-1912)의 [마농]과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가 유명한데요, 마스네 이전인 1856년에 프랑스 작곡가 오베르가 작곡한 [마농 레스코]도 있죠. 20세기 작곡가 한스 베르너 헨체역시 이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귀족도 아닌 소박한 시골의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소녀시절부터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 소유하지 않고는 못 견뎠고 화려한 치장과 오페라극장을 사랑했던 마농은 딸의 사치와 향락욕에 겁을 먹은 부모의 강요로 수녀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수녀원 가는 길에 만난 신학생 데 그리외와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가면서 자신과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끌죠.


허영의 종말을 다룬 사회비판적 원작

1막의 이야기는 1721년 프랑스 아미앵(Amiens)의 여관에서 시작합니다. 마차 정류소인 아미앵의 한 여관에서 방탕한 귀족 기요는 친구 드 브레티니 및 세 여배우를 거느리고 저녁식사를 주문하려 합니다. 근위장교 레스코는 열일곱 살 사촌 여동생 마농을 수녀원에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아, 이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죠. 마침내 마차에서 내린 마농은 레스코를 보고 반가워합니다. 마농을 보고 한눈에 반한 기요는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이 부자임을 과시하며 ‘함께 가자’고 수작을 걸다가 레스코에게 퇴짜를 맞지요. 잠시 레스코가 자리를 비운 사이 신학 공부를 마친 대학생 데 그리외가 다가와 마농에게 말을 겁니다. 수녀원에 가야 한다는 마농의 말을 들은 데 그리외는 펄쩍 뛰며 파리로 가자고 합니다. 마침 기요의 마차가 도착하자 두 사람은 그 마차를 타고 ‘사랑의 도피처’ 파리로 도망갑니다.


 


  
 

사치와 향락을 동경했던 마농은 결국 그리외와의 소박한 삶을 뒤로하고 이별을 결심 한다.<출처:Corbis>

2막은 마농과 데 그리외가 살고 있느 파리 비비엔(Vivienne) 가()의 작고 조촐한 아파트입니다. 둘은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마농에게 반한 귀족 드 브레티니와 그에게 매수된 사촌오빠 레스코가 이곳을 찾아냅니다. 데 그리외가 ‘마농과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자기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레스코에게 보여주는 동안, 드 브레티니는 마농에게 ‘오늘밤 백작이 와서 아들 데 그리외를 데려갈 것’이라고 일러주며 마농에게 최고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약속합니다.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린 마농은 데 그리외와 헤어지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안녕, 우리의 작은 테이블이여). 마농의 변심을 꿈에도 모른 채 '눈을 감으면'이라는 노래로 마농과의 평온하고 영원한 행복을 꿈꾸던 데 그리외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가고, 마농도 그곳을 떠납니다.

3막 1장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입니다. 그 사이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귀족 드 브레티니의 애인으로 살고 있는 마농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축제가 한창인 센 강변 산책로 렌 거리에 나타나 '마농의 가보트'를 노래합니다. 이곳에 기요가 나타나, ‘오페라단을 불러서라도 마농의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호언하지요. 그러나 데 그리외의 아버지와 드 브레티니의 대화를 듣고 데 그리외가 생 쉴피스(St. Sulpice) 수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농은 새로운 열정이 솟아, 기요가 마련한 오페라발레를 보다 말고 수도원으로 달려갑니다.

3막 2장에서 수도원으로 아들을 찾아온 데 그리외 백작은 ‘결혼하라’고 아들을 설득해보다가 포기하고, 아내의 유산을 아들에게 후원금으로 주고 갑니다. 그때 마농이 나타나 데 그리외에게 용서를 구하며 열렬하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일생을 바치겠다던 데 그리외의 결심은 마농의 간곡한 호소에 무너지고, 두 사람은 데 그리외의 유산으로 살림을 차립니다.

4막은 트랑실바니(Transylvanie) 호텔 도박장입니다. 마농의 향락적인 생활로 두 사람은 파산에 이르렀죠. 마농은 도박으로 돈을 벌자며 데 그리외를 억지로 도박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데 그리외는 기요와 도박을 해 많은 돈을 따지만, 분노한 기요는 ‘속임수를 썼다’며 데 그리외와 마농을 경찰에 고발합니다. 두 사람은 감옥에 가게 되고, 이때 데 그리외 백작이 나타나 아들을 꾸짖습니다.


도박장에서 체포되어 슬픈 노래를 부르며 탄식하는 마농<출처 : Corbis>




5막은 르 아브르(Le Havre) 가도()입니다. 백작인 아버지 덕택에 석방된 데 그리외는 다른 매춘부들과 함께 미국으로 유형을 떠나게 된 마농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레스코는 약속한 병사들을 모을 수 없었고 마농 구출계획은 수포로 돌아가죠. 호송지휘관을 매수해 마농과 데 그리외는 마지막으로 잠시 얼굴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쇠잔해진 마농은 절규하는 데 그리외에게 지난날을 사과하고, 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백 년 뒤에 올 낭만주의적 주인공 창조

베네딕트회 수사()였던 프레보는 20대에 수도원을 떠나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를 유랑하며 스스로의 체험을 기록해 8권짜리 대작 [어느 귀인()의 회상]을 펴냈습니다. [마농 레스코] 이야기는 그 7권에 들어 있습니다. 프레보의 소설에서는 데 그리외라는 남자주인공이 여주인공 마농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마스네와 푸치니 오페라의 진정한 주인공은 데 그리외가 아니라 여주인공 마농이죠. 이런 독특한 캐릭터의 여주인공은 당연히 관객의 인기를 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네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마농을 그려낸 반면, 푸치니는 이 여주인공을 자기 스타일에 맞춰 순수하고 감성적인 인물로 그렸습니다.

앙리 메이야크와 필립 질의 대본으로 1884년에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된 마스네의 [마농]은 원작의 흐름을 대체로 따르고 있지만, 마농의 수많은 교제와 부정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 대폭 줄었습니다. 또 마농이 매춘죄로 미국 뉴올리언즈에 유형 가서 죽는 장면을 빼고, 르 아브르 항구에서 출항 전에 죽는 것으로 결말을 바꿨답니다. 프랑스어의 어감을 효과적으로 살린 이 작품은 마농의 관능적 매력을 부각하며 로코코 시대 파리 사교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로서 바그너 음악극을 비롯한 독일 음악을 열심히 프랑스에 소개했던 마스네는 이 작품 [마농]에서도 바그너적인 유도동기(라이트모티프)들을 사용했고 불협화음과 반음계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마농은 성격이 독특한 여자였다. 사실 그녀만큼 돈에 무심한 여자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마농에게 꼭 필요한 것은 향락이고 유희였다. 만일 돈 없이도 향락을 누릴 수만 있다면 마농은 단 한 푼도 욕심 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100년 뒤에 올 낭만주의의 열정적 주인공을 창조했다'는 평을 듣는 작가 프레보는 마농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작가는 마농을 긍정적 인물로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사람들을 사치와 허영의 길로 유혹하는 당대의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네의 오페라에서는 이런 사회비판적인 요소가 실종되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만이 강조되었다는 점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출처/네이버 케스트-이용숙)





국립오페라단 <마농> 리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하게 해 관객을 황홀한 체험으로 이끄는 것이 오페라의 본령이라면,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 쥘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은 그 본령에 충실했다.

본래 '마농'은 워낙 작품 규모가 방대하고 무겁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국내 무대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았지만, 29년 만에 이 작품 전막을 올린 국립오페라단은 젊음과 속도에 방점을 찍었다.


화려한 삶을 동경한 시골 소녀 '마농'과 귀족 '데 그리외'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을 소프라노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하다. 고난도의 성악적 테크닉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소녀에서 관능적인 팜므파탈로 성장해가는 변화를 구현할 팔색조의 표현력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뱅상 부사르는 2막과 3막 사이에 놓인 3년의 세월을 지우고 모든 사건이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해 배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속도감을 높였다. 3막 축제장에 등장한 마농이 관객이 기대하는 관능적 카리스마 대신 여전히 10대 소녀의 발랄함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농 역을 노래한 루마니아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 놀라운 성악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무대 위에서 진짜 16세 마농처럼 연기하는 파사로이우는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르네 플레밍, 안나 네트렙코 등 원숙하고 농익은 마농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처럼 순수하게 빛나는 마농은 더없이 신선한 기쁨을 안겨줬다.

기사 데 그리외 역을 맡은 스페인 테너 이스마엘 요르디는 젊은 마농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상대역이었다. 주로 벨칸토 레퍼토리의 주역들을 노래해 온 테너답게 투명하고 명징한 발성과 음색을 지닌 요르디는 남자주인공의 젊은 열정과 고뇌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큰 공감을 얻었다. 두 주역가수 간의 케미스트리(호흡)는 무대 위의 사건을 현실로 믿게 만들 정도였다.

마농의 사촌오빠 레스코 역을 맡아 명료한 가창과 유머러스한 연기를 펼친 바리톤 공병우 등 조역 가수들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빛내며 극에 활력을 더했다.

조명과 영상이 효과적으로 사용됐으며, 무대의 공간 분할도 의미심장하게 이뤄졌다. 우연히도 첫 공연일에 봄비가 내린 가운데 빗방울이 가득 맺힌 넓은 창을 보여주는 1막의 압도적인 영상이 묘한 실감을 자아냈다. 1막 아미앵 역과 3막 1장의 센 강변 축제장, 4막 호텔 카지노 등 마농이 사랑하는 화려한 공간을 대형 무대로 설정한 반면, 2막 파리의 작은 아파트와 3막 2장 수도원 장면에서는 무대 공간을 최소화해 마농의 갑갑한 심경을 대변했다.

이 작품의 원작인 프랑스 소설 '마농 레스코'의 시대 배경인 18세기와 오페라가 초연된 19세기 말, 그리고 현대적 분위기를 독특하게 조합한 화려한 의상들도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레이어드 된 마농의 다양한 드레스 안의 붉은 빛깔은 관능과 유혹의 상징으로 보였다.


다만 부사르 연출은 2017~2018 시즌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도 '마농'을 선보였는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선보인 콘셉트와 아이디어 상당 부분이 서울 공연으로 옮겨진 부분은 아쉽다.

전체적인 무대 구조부터 블라인드커튼, 장미꽃, 전구, 쇼핑백 등 장치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재질은 달라졌지만 연출 아이디어 자체는 동일한 부분이 많았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과 작년 '리골레토'에서도 같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연출가에게 서울 공연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한편, 공연은 8일까지 이어진다. 손지혜-국윤종 팀이 파사로이우-요르디 팀과 번갈아 무대에 선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4월8일/ 국윤종,손지혜 공연 실황

PerformArts Reload 2] Ep.16 - Manon (Part 1) _ Full Episode

[PerformArts Reload 2] Ep.17 - Manon (Part 2) _ Full Episode



공연 간단 후기....


 오페라 '마농'에 거는 기대감은 컸다.

5막 전막이 공연되기는 29년만이라 하니 그도 그럴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즈음에 꽉찬 공연 일정으로 1군 배역진 공연을 볼 수가 없고, 2군 배역진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1군 배역진의 연주에 대한 기대치와 미련으로 안타까움이 크겠지만 이번 연주는 꼭 그렇지마는 않다.

국내 성악가 '국윤종'과 '손지혜' 라는 굵직한 성악가를 알게되고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 대단한 성악가들에 대해 몰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1군 배역진에 대한 미련은 말끔히 씻어 버려졌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무대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갔다고 할까....

기인 연주시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 수록 두 연기자는 지치는것이 아니라 배역에 완전히 몰입되어 무대를 장악했다.

두 성악가가 똑같이 기인 3시간 동안 내내

성량도 엄청났고....

맑고 선명한 음색에 고난이도의 테크닉인 고음도 흔들림 하나 없이 완벽하게 해내었다.

연기도 점점 더 무르익어 객석 조차도 완전히 빨아들여 일체가 되게 만들었다고 할까...

연주도 훌륭했고, 근래에 보기 드물게 훌륭한 무대와 의상...

볼거리 마저 풍성한 ....모든게 감동의 물결인 '마농'이었다.

이미 공연 중 예상했지만, 공연이 끝난 뒤의 커튼 콜은 대단했다.


연일 공연장에 다니느라 스토리외엔 예습도 제대로 못하고 간 터라 돌아오면서 전철에서 이 대단한 두 성악가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오페라 무대에서 상당히 정평이 나 있는 성악가들이었다.

모든게 훌륭했던 오페라 '마농'에 대한 감동도 감동이었지만 두 국내 성악가를 알게 되고 그들의 무대를 보았다는 감동이 더 컸다고나 할까....


데 그리외 역의 국윤종은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오페라는 언어 특성상 끊어 읽기가 가능해 대사나 노래의 발음이 각이 지고 선명한 데 비해 프랑스어 오페라는 이어지는 소리가 나는 언어적 특성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며 “성악가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어서 <마농> 연습 한 달 전부터 프랑스어 발음과 표현 등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역시 감동은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지고 이미 성공한 성악가가 되어서도  배역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한 댓가로 얻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이 두 성악가의 무대는 무조건 찜이 될 터다.

이용숙 기자의 리뷰를 보니, 1군 배역진의 무대가 궁금해지기도 하다만 이쯤되면 차라리 그 공연을 놓친게 얼마나 다행인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