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2016.3.23.수/LG아트센터

나베가 2016. 3. 23. 12:41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La Belle et la Bete(Beauty and the Beast)` music by Philip Glass, film by Jean Cocteau










[LG아트센터 CoMPAS16] 박찬욱감독이 말하는 필립 글래스




어디까지 알고 있니?- 필립 글래스 편







Einstein on the Beach - Kinotrailer (해변의 아인슈타인)


필립 글래스와 데이빗 보위와의 작업


Philip Glass - Symphony No. 4 'Heroes' - 01 Heroes

필립글래스 교향곡 4번  01 Heroes



<공연리뷰> 필립 글래스의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창작의 본질 탐구한 두 천재의 환상적 조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야수가 자신의 본 모습인 아름다운 인간으로 돌아와 여주인공 벨을 안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일부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23일 LG아트센터를 가득 채운 관객들은 공연시간 100분 동안 무대 위 연주자들의 음악에 몰입하는 동시에 스크린의 마법에 빠져드는 새로운 체험을 하며 작품의 감동과 유머에 울고 웃었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79)는 프랑스의 천재적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의 1946년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대사와 음악을 빼고 자신이 작곡한 새로운 음악을 붙였다. 

 


[LG아트센터 제공]


영화 속 배역을 맡은 성악가들의 노래와 기악 앙상블이 함께 하는 '라이브 오페라 필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다.

글래스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를 초 단위로 체크하고, 영화 속 배우들의 입술 모양과 움직임에 가수들이 완벽하게 맞춰 노래할 수 있도록 음들을 잘라붙였다.

녹음해서 영화에 음악을 붙일 때는 완벽한 싱크(sync)가 가능하겠지만, 템포가 매번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그런 의구심을 이번 공연은 말끔히 씻어주었다.

지난해에 한국 초연한 글래스의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글래스 작품의 실연 및 녹음 작업을 함께해온 지휘자 마이클 리스만의 사인만으로 충분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성악가들은 그의 '큐' 사인에 따라 필름 속의 배우와 같은 인물이 되었고 기악 연주자들 역시 빈틈없는 조화를 이뤘다.

관객은 무대 위 스크린에 상영되는 콕토의 영화를 보며 그 아래서 연주하는 키보드 연주자 세 사람과 목관앙상블 주자 세 명, 그리고 여러 배역을 겹쳐 맡은 네 명의 성악가를 보게 된다. 앙상블 주자들이 연주하는 피콜로, 베이스클라리넷, 소프라노색소폰, 알토색소폰 등의 음색뿐 아니라 키보드를 통해 트라이앵글, 심벌즈, 차임 등 다채로운 악기의 음향도 들을 수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여주인공 벨의 음역은 영화에서 이 배역을 연기한 조세트 데이의 외모와 벨의 성격에 어울리는 메조소프라노로 설정돼 있다. 바로크와 현대음악의 다양한 작품들을 노래하는 메조소프라노 친하이팅이 매혹적인 가창을 들려줬다. 바리톤 그레고리 펀하겐의 차분하면서도 서글픔이 깃든 음색은 야수의 분노와 슬픔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펀하겐은 아브낭 역도 동시에 소화했다. 벨의 아버지와 뤼도비크 역을 맡은 바리톤 피터 스튜어트의 정감 있는 음색도 인상적이었고, 신데렐라 자매들을 연상시키는 두 언니 역의 소프라노 마리 마스카리는 배역의 히스테릭한 면모를 재치있게 표현했다.

글래스의 '미녀와 야수'가 1994년 이탈리아 초연 뒤 뉴욕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엄청난 찬사가 쏟아졌지만, 비판적인 시각들도 존재했다. 콕토의 원작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조르주 오리크의 음악이 워낙 탁월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6인조의 한 사람인 오리크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섬세한 환상과 마법의 세계로 최면을 걸듯 끌어들였다. 때문에 그 음악을 지우고 자신의 음악을 입힌 글래스의 행위를 '경솔하고 무분별하다'고 묘사하는 비평가들도 있었다. 음악과 영화 내용의 부조화도 종종 지적됐다.

그러나 '라이브 오페라 필름'이란 글래스의 신선한 발상은 21세기 청중에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도록 했다. 동시에 장 콕토의 영화가 지닌 마법 같은 아름다움과 힘을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