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9년)

2009 서울국제음악제(SIMF)-살아있는 전설/2009.5.30.토/예당

나베가 2009. 4. 24. 23:08

 

2009 서울국제음악제(SIMF)-살아있는 전설

 



2009 서울국제음악제 (Seoul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SIMF)

 All Together in Music을 주제로 음악을 통한 국제적 화합의 축제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빛내고 있는 거장과 젊은 연주자의 음악 축제, 고전에서 현대까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서울국제음악제가 5월 22일 화려한 막을 올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주최로 8일간 LG아트센터, 금호아트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매 공연 다양한 스토리를 엮어 펼쳐질 서울국제음악제는 ‘음악을 통한 화합(All Together in Music)’ 이라는 주제로 중동과 유럽 및 동북아 출신의 음악가 출연, 스승과 제자의 만남, 세계적 거장과 젊은 음악가의 연주 등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풍성한 프로그램과 음악을 통해 평화와 화합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음악축제이다.
이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로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 (K. Penderecki)가 서울국제음악제의 명예 예술감독으로 위촉되었으며, 펜데레츠키를 사사하고 세계적으로 그 실력과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류재준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폐막공연 - Symphonic Concert

이 시대의 마지막 거장, 세기를 아우르는 최고의 작곡가
거장 그 이상의 작곡가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 탄생 75주년 기념 음악회

한국 폴란드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주한 폴란드 대사관이 선사하는 폴란드 음악의 날. 금세기 최고의 거장인 펜데레츠키가 이끄는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과 마쉐 투렉의 합창 지휘로 고양시립합창단, 부천시립합창단, 빛나는 미성의 소프라노 김인혜, 한국인 최초 벨리니 국제 콩쿨 1위에 빛나는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의 목소리 바리톤 한명원등 200여명의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웅장한 소리의 울림의 집합체인 펜데레츠키 교향곡 8번과 열정적인 테크닉을 소유한 환상의 아티스트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옥이 연주하는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감동의 무대를 선사한다.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 지휘
마쉐 투렉/ 합창 지휘
이상훈/ 합창 지휘
김동혁/ 합창 지휘
김소옥/ 바이올린
김인혜/ 소프라노
이아경/ 메조소프라노 
한명원/ 바리톤
고양시립합창단 & 부천필코러스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

Krzysztof Penderecki/ Conductor
Maciej Tworek/ Choir Master
Sang-Hoon Lee/ Choir Master
Dong-Hyuk Kim/ Choir Master
So-Ock Kim / Violin
Inhye Kim / Soprano
A-Kyeong Lee / M. Soprano
Myoungwon Han / Baritone
Goyang Civic Professional Choir & Bucheon Philharmonic Orchestra Chorus 
Polish Radio Symphony Orchestra, Warsaw

 
카롤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 Op.35 (1916)
Karol Szymanowski               Violin Concerto No.1, Op.35 (1916)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         교향곡 8번 (2007) “한국초연”
Krzysztof Pendereck               Symphony No.8 “Leider der Vergänglichkeit" (2007)
                                                                                       “Korea Premiere"

공연후기....

5월말...22일 LG아트에서 시작된 국제음악제는 30일까지 9일동안 펼쳐졌다.

그중에서 24일 아르헤리치 공연과 27일 서울 시향 공연을 빼고는 내내 국제음악제장을 찾아 다녔다.

드디어 오늘....이 뜻깊은 프로그램으로 폐막 공연을 갖는 것이다.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OP.35

멋진 몸매에 스팡클이 전체에 매달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자태가 마치 검은 인어처럼 아니,김소옥-그녀의 연주만큼이나 멋드러졌다.

목관악기,하프,피아노,트라이앵글,실로폰....까지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연주되는 바이올린 소리는 그래서 더욱 가녀리게 느껴졌고 섬세하기 그지없었다.

일정한 형식속에서 연주되지않고 모든 악기가 자유분망하게 연주되는 것만 같은 느낌......

그러다가도 바이올린이 멈춘 사이 오케스트라는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한바탕 휩쓸고 가면 또 바이올린이 자신의 소리를 맘껏 뽐내듯이 고혹적인 소리를 자아냈다.

마치 거대한 천둥번개 사이 사이를 뚫고 지나치는 것만 같았다.

저현부의 피치카토 위에서 플릇과 바이올린이 서로 대화하 듯 연주되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이올린이 낼수 있는 최고조까지 올라간 듯한 선율은  마치 험난하게 깍아지른 듯한 산을 오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카덴쨔 연주는 아찔함 마저 느끼게 했다.

금관에 큰북까지 가세한 1악장 총주는 너무나 웅장했고, 고혹적 이기까지 한 바이올린 선율은 금지된 선을 넘어서 곡예를 하듯 위험천만으로 느껴졌다. 객석에선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

 

환호속에 펼쳐진 앵콜곡은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과 연속석상에 놓인것 같은,

 앵콜곡이라기 보다는 본 공연의 연속인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그녀의 실력을 맘껏 즐길 수 있었던 

길고도 멋진 연주였다.

 

쉬이 공연되지 않는 시마노프스키 바협....

 깍아지른 절벽을 오르듯 최고조의 바이올린 선율을 맛볼 수 있었음에 더없이 짜릿했고, 더불어 객석의 분위기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던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제 2부...

펜데레츠키 교향곡 8번.

레퀴엠을 연주했던 어제와는 달리 눈이 시원할 만큼 합창단의 의상이 화려했다.

복숭아색과 수박색.....ㅎㅎ

반짝이는 큐빅까지...

막연하나마 오늘 연주될 교향곡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작곡가인 70세를 훨씬 넘긴 노장, 펜데레츠키가 직접 지휘대에 섰다.

 

내려진 스크린엔 <덧없음의 노래>라는 글귀가 떠 있었다.

첫곡...밤의 선율이 피콜로의 선율을 타고 알토의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그리곤 이내 합창단원 합류....

세상에....교향곡에 왠 솔리스트들과 합창단??하고 기대를 잔뜩 품긴했지만 첫 시작부터 이렇게 성악과 합창으로 시작되리란 생각은 못했었다.

둘째곡...불타는 나무에선 합창단원들이 부는 휘슬- 마치 바람소리 같은 ...그 위에서 연주되는 플룻독주의 오묘한 분위기가 정말 불타는 듯한 느낌을 주며 압도해왔다.

소프라노의 음성과 함께 생전 처음보는-태엽을 감듯 돌려서 내는 악기, 실로폰,트라이앵글, 마림바,징...등의 타악기와 하프, 피아노가 내는 마치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져 튀어오르는 듯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정말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불꽃이 쏘아올리는 표현일까??

소프라노,메조, 합창단이 극렬하게 치닫다가 다시 처음분위기로....

황량한 바람소리 위로 플릇독주와 공허한 타악기 소리가 정말 가슴에 압박을 느낄만큼 근사했다.

 

보리수 옆에서

라일락

봄밤

사랑하는 나무들아 내가 말해주랴?

..............

표제싯귀들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녹아들 지경이고, 그 선율들의 근사함은 끝모를 놀라움과 감동으로 이어졌다.

 

"신기하여라. 안개속을 헤매노라면

수풀과 돌들 그대로 있는데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네"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아무도 다른 이를 알지 못하고

모든 사람 제각기 홀로 있다네"

 

"오 인생의 푸른 나무여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십시요

내가 헛되이 도망가지 않도록 해 주십시요"

 

"하느님의 품 속으로 영혼이 깃듭니다.

참으로 끝이 없는 길입니다."

..................

 

합창단과 어우러져 힘차게 뿜어내 거대함을 느끼게 했던 호른...

3층 box석에서 연주해 그 울림이 더욱 가슴 시렸던 트롬본...

마치 타악기을 연주하듯 연주해 가슴을 더욱 애틋하게 했던 하프의 이별의 선율....

옥구슬 떨어지듯 쏟아져 내렸던 실로폰...

격앙된 소프라노...

기도하는 바리톤...

메조와 바리톤 그리고 합창이 격정적으로 최고조에 오르다 서서히 스러져 버리며 끝을 맺는....

그야말로 전율이 온 몸을 싸고 도는 피날레였다....

 

 감동의 끝자락에서 난 순간 떠 올렸다.

아!! 그 옛날...그 유명한 음악가들의 초연을 듣는 청중들의 느낌이 이랬을까....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했다.

하나, 둘,...일어서기 시작한 객석은 모두 기립....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펜데레츠키....

도대체 이 분의 다른 교향곡은 어떨까....

오늘 연주된 곡이 8번인데....

 

감동을 넘어 차라리 놀라움이었다고 기억될... 오랫동안  가슴속에 살아 꿈틀 댈것만 같은 잊지못할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