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연습에 가다가...
비온뒤의 그 해맑음이란....
모든 자연의 개체에 파아란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 같다.
언제부터인가...
제일 먼저 목련나무에 움이 터오르는것을 발견하곤 그 몽우리가 점점 꽃을 피워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화단이라고 말하기보단 차라리 풀밭인 우리집 화단에 쏙쏙 움이 터옴을 신비롭게 바라보게 되고, 마치 차례가 있는듯 순서대로 움을 튀어내고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의 모습이...
그렇게 피워낸 자연의 모든 봄의 색감들이 어우러졌을때
나는 그 아름다움에 겨워 탄성을 지르게 된다.
가슴속 깊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삶의 움이 마구 앞다퉈 틔고..
그 순간 나는 나이를 잊은 채 열정으로 휘둘린다.
예전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이런 작은 신비로움들이
가슴 가득 기쁨과 삶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것이 아닌...평범한 일상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분의 뜻을 헤아려보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도 한다.
걱정과 욕심으로 칙칙해진 내 모습이 마치 봄빛깔처럼 여리고 투명한 빛깔로 변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평화로움이 나를 감싼다.
유난히도 봄의 햇살은 강렬하고 따스하다고....
차라리 뜨거운 여름햇살보다도 더 따갑고 강렬해서 모든 생명력을 틔워내고 꽃잎에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찬란하기까지 하다고....
여기에 어저께의 키신공연의 감동까지 싣고 있으니....
더이상의 세상것에 대한 아무런 욕심도 생기지 않는것 같다.
이렇게 감상에 젖어 인터넷을 열고 음반시장을 헤엄치며 키신의 음반을 주문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지나버려 허둥 지둥되었지만
합창연습에 늦고 말았다.
전철에서 '박연신'에세이 '홀로 사막을 걷다' 를 읽고 있노라니
그의 아름다운 삶과 자연의 표현에 '역시 시인의 감성과 눈높이가 다름에 압도됨을 느낀다.
지하철계단을 막 올라섰는데, 시야에 들어온 석양에 물든 도시가 그렇게 싱그러워 보일수가 없다.
'이곳엔 쥐똥나무가 벌써 꽃을 피웠나?'
약간의 놀라움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쥐똥나무는 아니었는데
마악 피워낸 하얀 작은 꽃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쭉쭉 뻗어버린 목련나무의 하얀색들과 어느새 활짝 피워낸 벗꽃의 살구색이 어우러져 마치 눈꽃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만 같이 아름다웠다.
마악 피워내고 있는 연두빛 움들이 서로 뒤엉켜서 있는 모습도 여리디 여린...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신비로운 아기 탄생마냥 가슴 설레임을 안겨 주었다.
나는 잠시 서서 다음주만 되도 전혀 달라져 느낄수 없을 이 시간을 느꼈다.
노을에 젖은 저녁 하늘빛과 아파트, 나무와 꽃들의 어울림이 마치
LCD TV의 화면처럼 깨끗하고 투명했다.
잠깐동안이었지만 합창연습에 왔다는 것도 잊고,
이곳이 서울의 도심이라는 것도 잊게 만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