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절벽을 올라 등반피크인 파르차모가 눈앞에 훤히 보이는 곳에서 펼쳐지는 풍광은 그야말로 판타스틱 그 자체였다.
거기다가 해냈다는 충만감과 흥분까지 겹쳐서 그 감동의 크기는 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절로 두 팔이 번쩍 들어진다.
언제 에너지가 고갈되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는 지....
그저 감동 또 감동일 뿐이다.
프랑스팀 대원들은 꽤 되었다.
일부가 먼저 하강 준비를 하고 있고, 나머지 대원들이 무사히 올라온 우리를 반가히 맞아주었다.
햐아~~
그렇다면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이것도 인연인데....
기념 사진 한 컷 찍어야지~
ㅋㅋ
에이~
나도 폼나게 하네스 입고, 캬라비너 줄줄 달고,
헬멧까지 썼어야 하는건데...ㅠㅠ
흥분속에서 한바탕 사진을 찍고는 다시 오늘의 목적지인 타시랍차 패디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시 험준한 코스로 이어졌다.
총바의 도움을 받으며 험준한 절벽끝의 길을 조심 조심 한 참을 걸었다.
아~
그런데 아까부터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더니, 손가락에 쥐가 난다.
긴장한 탓에 아무래도 스틱에 너무 힘을 주고 걸어서 그런 가....??
아스피린 2알을 먹었어도 쉽사리 가라앉질 않는다.
거기다가 나의 가장 아킬레스 건인 두통까지 슬슬 조여오기 시작하더니만
식은 땀까지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오늘 아침에 고산약인 다이아막스도 안먹었잖아~
콩마라 패스도 그렇고, 칼라파타르도 그렇고...
해발고도가 5,500m 가 넘는곳을 이미 경험했다고....
그렇지만 여긴 지금 5,600m가 넘잖아~
일단 고산약인 '비아그라'를 한 알 먹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두통약까지 또 먹었다.
그러나....
체력고갈에서 온 건지, 아님 약 먹을 시간을 놓쳐버린 건 지....두통은 점 점 더 심해져만 갔다.
아~~혹시 고산증이 온걸까??
아니, 체력고갈에서 온 두통이 맞을거야~
평소에도 체력이 완전 다운되면 견딜 수 없는 두통이 오곤 했잖아~
아~ 저게 뭐야??
저기가 오늘의 목적지인 타시랍차 패디인거야??
저 거대한 절벽 난간이??
맞았다.
거대한 절벽에 가까스로 있는 공간이 우리의 오늘 캠프사이트였다.
아이들은 뜨거운 물을 끓여 짬밥(뜨거운 물에 미숫가루 같이 생긴것을 타서 저어서 먹는것)을 해 먹었다.
얼마나 지치고 배가 고팠으면 비벼지지도 않을 만큼 가루를 한 대접 퍼와서 계속 물을 부어가면서 먹고 있었다.
그나마도 이 힘겨운 여정에 우리 점심은 없나보다.
하긴 난 두통때문에 밥은 커녕 물도 마시기 힘들지만....
다와파상이 타온 커피를 한 잔 마시고,절벽 끝의 공간에 가까스로 쳐놓은 우리의 텐트에 들어가 매트도 불지 못하고 편 채로 그 위에 쓰러졌다.
몸이 이내 차진다.
안돼지~ 몸을 따듯하게 해야해.
가까스로 기운을 내서 겨우 일어나 매트를 불어 깔고 침낭을 펴고, 두꺼운 히말라야 패딩에 목도리까지 하고는 다시 누웠다.
이렇게 힘든 여정에 딱히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선 지 점심도 굶었는데.....
두통이 너무 심해서 저녁 조차도 입에 대지 못했다.
가까스로 끓여온 숭늉 국물만을 겨우 넘기고는 다시 두통약을 또 먹었다.
그리곤 이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니, 잠이 들었다기 보다는 거의 실신했다고나 할까.....
그나마 토하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 이었다.
사실, 아침도 대충 먹고 종일 먹은게 없으니 토할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된 구토는 노오란 위액을 다 토해내며 온 몸을 마비시키기도 하니까...
아~~
정말 다행이었다~
그대로...마치 죽은 시체처럼...한번도 깨지않고
아침까지 잘 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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