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28.로부제(4,910m)에서 종라(4,830m)로 가는 꿈같이 아름다운 길...

나베가 2014. 2. 8. 15:21

 

 

 

 

 

 

 

 

밤새 또 고산증 환자가 생겼나 부다.

헬기 소리가 요란하게 롯지촌을 새벽부터 흔들었다.

생각컨데,

날씨가 아주 나빠도 생기지만

어제처럼 날씨가 너무나 좋아도 방심해서

샤워등을 해서 더 많이 생기는것 같기도 하다.

 

고도 4,130m 밖에 안되는 안나푸르나에 갔을때도

매일같이 헬기가 떴었다.

그러니 이곳 해발 4~5,000m 의 쿰부는 더하겠지~

 

고산증은 본인이 알 정도로 이미 조짐이 보이는데...

그때 그곳에 멈추거나 조금 더 밑으로만 하산해도 괜찮은데,

헬기가 뜰 정도로 위급한건

순전히 방심과 과욕에서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날씨가 나쁠때나 밤에는 헬기가 뜰 수 없고,

고산증은 밤에 자다가 심해지므로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증상으로 고통스럽기만 한게 아니라 심하면 하산해서도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

남 말할 때가 아니야~

나도 어제 머리 감았잖아~ㅠㅠ

 

헬기를 보니, 간담이 서늘해져 온다.

 

 

 

 

 

 

 

 

오늘도

날씨는 최상이다.

파아란 하늘에 하얀 설산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같다.

정말이지 구름 한 점이 없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니, 롯지촌에는 사방에 형형색색의 이불이 널려있다.

작렬하는 햇살에 살균은 물론 포송 포송 살아날 것을 생각하니,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로부제에서 종라로 가는 길은

두크라를 거쳐서 종라로 가는 코스도 있지만,

우리는 그냥 바로 종라로 가기로 했다.

고도도 큰 변화없이 거의 평지 길일 뿐만아니라

그나마 고도도 더 낮다.

아마 일정중 가장 편안하고도 아름다운 코스를 걷는 날이 아닐까....

그러니 오늘은 소풍가는 기분으로 출발이다.

 

 

 

 

어제는 날씨가 너무나 좋아 저녁때까지도 추운 줄 몰랐는데,

밤이 되니 얼마나 추운 지,

침낭위에 밍크 이불까지 덥고 잤음에도 추워서 잠을 깰 정도였다.

 

하긴 대장님께서 주무시는 옆방으로부터 한밤중에도 불구하고

합판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자서 일 수도 있지만...ㅠㅠ

 

암튼...

얼마나 추웠으면 늘 침낭속에 넣고 자던 카메라를

깜박하고 배낭속 카메라 가방에 넣어둔 채 잤더니,

렌즈에 낀 성애가 다 얼어 붙어 있었다는...ㅠㅠ

 

늘 여유로운 출발이지만,오늘은 특히 더 일정이 짧아  따사로운 햇살이 기분좋은 다이닝룸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한 켠에서 역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여인이 심상찮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고산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거였다.

그녀의 일행들은 새벽같이 고락셉으로 떠났는데, 아무래도 자긴 너무 고통스러워 여기서도 하산을 해야할것 같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보니, 그들의 오늘 일정은 고락셉으로 가서 EBC갔다가 곧바로 다시 로부제로 하산하는 일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빠듯하게 내몰아 쳤으니, 당근 고산증에 시달리는 일행들이 속속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녀와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10시쯤 출발을 했다.

이틀 전, 로부제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였을때와는 너무도 다른 풍광이 펼쳐 보여졌다.

 

 

 

내려오는 길에 한국인을 또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내려오니, 이풀이 '차암 이상하다고...왜 자기한테는 말을 안걸고 너한테만 말을 거냐고...' 한다.

 

아차!!

순간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그분이 로체 원정대원의 일원이었다는걸....

 

"아~ 바보다.바보야~

 얼굴이 아주 새까맣게 탄걸 보고도 ...그리고 마치 나를 아는 사람처럼 대했던 것을 왜 눈치 못챘을까...

처음 보는 사람처럼 질문을 하고 대꾸를 한 내가 더 이상 민망할 수가 없는거다.

밥도 같이 먹어놓고는....ㅠㅠ

8명의 대원의 얼굴을 일일이 다 새겨두는 건데...ㅠㅠ

아악!! '고산치매'라는게 온다는데, 나... '고산 치매' 온거 아냐??

 

 

 

두크라에서 올라오면 종라와 로부제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들어섰다.

우리야 추쿵으로 가서 콩마라를 넘어 로부제 도착해서 EBC를 갔다가 하산하며 종라로 다시 넘어가는 코스이지만, 암튼 여기 이렇게

거대한 바윗돌도 있으니 왠지 인증 사진을 찍어야 될것 같아서....ㅋㅋ

 

 

 

 

 

 

 

 

 

 

 

 

 

 

 

 

 

 

황량하고 거친 쿰부빙하를 지나 종라로 가는 길에 들어섰다.

깍아지른 듯한 고개 중턱으로 실처럼 나 있는 길이 주변의 거대한 산군 사이로 기막힌 풍경을 자아낸다.

그냥 마냥 서서 그 길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종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천상의 길이었다.

 

들판엔 야생화 천국이고,

곡예길 처럼 꼬불 꼬불 가파르게 나 있는 길도 예술이다.

 

외계 형상 모양으로 깊이 패어있는 계곡을 두고 앞으로도 뒤로도 끝이 없는 병풍처럼 쳐 있는 히말의 전경은 눈을 사로잡을 만큼 절경이다.

 

쉬이 걸어갈 수 없는 길...

그래~

햇살이 부서져 내리던 날...

종라로 가는 길은 그랬어.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가던 길을 멈추고 길 언덕 바위춤에 앉아서 무아지경으로 있었지~

 

 

 

 

 

 

 

 

 

 

 

 

 

 

Michael Dulin - Timeless



(Chopin)   Waltz Waltz №. 7 C# mi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