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27.칼라파타르(5,550m)에서 로부제(4,910m)로 하산하면서 환상의 풍광속으로...

나베가 2014. 2. 6. 00:30

 

 

 

 

 

 

 

 

 

올랐던 길을 다시 하산하는데,

날씨가 다르니 보이는 풍광도

사뭇 달리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보이는

장대한 쿰부히말의 풍광이란....

 

여기가 최고의 뷰포인트....

칼라파타르가 아니어도

벅차 오르는 감동은 여전하다.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짐에...

 

넋을 잃고 얼음땡이 되어

수없이 되돌아 보기를....

 

 

 

 

 

 

 

 

 

 

 

 

 

 

 

끝도 보이지 않게 펼쳐진

쿰부 빙하의 모레인 지대는

쩍 쩍 벌어진 에메랄드 빛

빙하와 어우러져 또 하나의 혹성을 떠 올리게 한다.

 

아름답다는게 어떤 걸 의미하는 지....

 

거칠고, 험준하고, 두려움과 공포심 마저 갖게 만드는 이 대 자연앞에서

전혀 다른 의미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이해가 될까...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헐!!

말이네~

백마야~

 

여기까지 말트래킹이 되나보네~팡보체까지는 봤어도 ...그 이후는 오르면서 한 사람도 못봤는데....

 

근데 왠지 저 사람은 히말라야를 말을 타고 오르는 트래커가 아니라, 백마타고 나타난 혹성의 기사같구먼~

 

그려~

혹성의 기사라고 맘에 새겨두자.

 

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 가서 진짜 외계에서 나타난 백마 탄 혹성의 기사를 봤다구~

ㅋㅋ

 

 

 

 

 

 

 

 

로부제에서 부터 고락셉...

칼라파타르까지 뾰족이 고깔 모자 모양으로 나타난 푸모리는 정말 예술이다.

 

특히 이처럼 거칠은 황량함에서 하얀 만년설산을 뾰족이 드러내고 있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될 정도로 사람을 현혹시킨다.

 

그리고 그 앞으론 빨간 옷을 입어서 그나마 눈에 띄는 점 점이 트래커들이 지나가고 있어....

그야말로 행위 예술이 따로 없다.

 

거대한 대 자연앞에서의 인간의 미약한 존재감....

그러나 인간이 있어 멈춰진 자연에 생명의 입김이 들어간 것 같은....

그제서야 지구는 생명을 잉태하고 태동하는 거지.

 

저 작은...보이지도 않는 한 점이 살아 생동하는 역동적인 힘을 주는 거야~

얼마나 판타스틱하고 멋져~

 

 

 

 

 

 

 

 

 

 

 

아!!

세상에 이 풍광좀 봐~

마치 파아란 도화지에 깔끔하게 팬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아.

지금 이대로 보면 그야말로 완만하기 이를데 없는...칼라파타르잖아~

누가 칼라파타르가 해발고도 5,550m의 가파른 너덜길 이라고 믿겠어?

이렇듯 얘기를 해줘야 그제서야 푸모리의 위용이 느껴질라나~~

정말 너무나 멋지다~

너무나 판타스틱해! 

 

 

 

이렇게 먼곳에서 에베레스트 쌩추어리가 훤하게 다 보이네~

그래~

Sanctuary 가 맞아~

세계 최고 높이의 에베레스트를 비롯해서 7000m급 산봉우리들이 저렇게 병풍을 쳐놓은 듯 쿰부빙하를 휘감고 있으니...

어떻게 이 엄청난 이곳에 인간의 발길이 닿았을까....

 

자신의 신체의 일부와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탐험을 하는 고귀한 인간의 영혼들...

그들의 용기와 도전으로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의 나까지도 이 성역에 발을 딛고 있잖아~

 

 

한없이 넋을 잃고 있는데, 저 꼭대기서 부터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 또 내려오고 있다.

그야말로 그들이 있어 생명을 불어넣은 더욱 판타스틱한 풍광을 만들어 낸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들이 내 앞에 올때까지....

아니, 그들도 나처럼 이 풍광에 무아지경이 되어 넋을 잃고 있을때까지...

 

 

 

 

 

 

아!!

정말 발길이 떨어지지 않네~

 

나는 또 발걸음을 멈추고 에베레스트 쌩추어리가 훤히 보이는 그곳에 얼음땡이 되어 있었다.

 

언제 이곳에 또 다시 올까...또 오게 될까??

아~~아마 그럴일은 없을것 같아~ 히말라야에 와도 아마 다른 곳을 딛게 되겠지?

무려 6개국의 나라에 걸쳐 뻗쳐 있는 세계 최고의 산맥인데....앞으로 꼭 가고 싶은 버킷 리스트만도 6군데나 되는 걸~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서 있다가 가까스로 뒤돌아서 발걸음을 떼었다.

 

그곳엔 또 내일 종일 보며 걷게 될 또 다른 장엄한 히말라야의 풍광이 쿰부 빙하의 모레인 지대위로 펼쳐 보여졌다.

 

다보체(Tabotse.6,542m) 와 촐라체(Cholatse.6,440m) 그리고 로부체(Lhobutse.6,145m)가....

 

 

 

 

 

 

 

 

 

 

 

 

한 무리의 포터들이 산더미 같이 담은 무거운 짐을 지고 나타났다.

저 짐의 무게는 트래커들의 짐을 지은것 보다 두세배는 무거운 짐들이다.

대부분 옷가지들이 들어있는 트래커들의 가방(2~30kg)에 비해 롯지에서 파는 물건들을 담은 저 짐은 그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70kg의 고기를 진 포터도 만났다.

 

고락셉에서 미네랄 워터 500mm 한 병에 400루피 (4500원), 500mm 콜라 한 병에 500루피 (5500원) 한다.

카투만두의 너무나 저렴한 물가를 생각하면....아니, 카투만두는 고사하고 안나푸르나 하고만 비교

 

를 해봐도 너무나 비싼 물가가 아닐 수 없다.

 

생각도 못할만큼 비싼 가격에 헐!! 하고 놀라버렸지만, 저들

 

을 보니, 그게 뭐 비싸다고 그리도 호들갑을 떨었는가 싶다.

그냥 몸뚱이 하나만 가지고 걸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고산증의 두려움에도 휩쌓이는 곳이거늘....

이곳까지 ...카투만두에서 루크라까지 와서 또 이처럼 사람이 지고 해발 5,360m까지 지고 오는데....

한국에서 고작 그 높이의 산에서도 두세배로 받거늘....

아니, 산은 고사하고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까페에서의 음료값이란....

 

 

 

 

이젠 또 야크떼다.

역시 이들도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히말라야의 힘의 원동력이다.

그래도 사람이 지고 가는 모습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다.

 

하긴 이들도 얼마나 힘든 지, 오르막에서는 한 걸음 떼기가 힘들어 수없이 멈춰서기는 마찬가지다.

주인장의 돌 세례를 맞으면서 짐을 실어나르고, 심지어 짐 싣기전 도망치기도 하는 걸 봤다.

아!!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것을 책임질 수 있는 자만이 그곳에 들어서서 걸을 자격이 주어지는 미국의 '존뮤어 트래일...'

꿈의 길이고, 내 버킷리스트에도 있지만, 절대 내가 견뎌내야만 하는 짐의 무게를 감당못해서 포기해야만 했던 곳....

 

'존 뮤어 트래일'을 포기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내까렸었어~

 

"아휴~ 히말라야가 좋아~

난 내 짐 다 들어주고 심지어 먹을것까지 다 챙겨주고, 세탁까지도 해주는 히말라야로 갈거야~

얼마나 좋아~ 물가도 판타스틱하잖아~"

 

그렇게 쉽게 말해버린...아니 정말 그런 생각으로 꽉 차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다.

 

 

 

아~

롯지를 짓거나 보수를 위해 지고 가는 저 건축재료들....

공사 현장 이곳에서 저곳으로 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해발 5,140m 까지 지고 올라간다.

 

아!! 저렇게 해서 지어지는 것들이었어. 롯지들이...

인간이 얼마나 미련하면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기껏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경험한 것이 다 인줄 알거든~

저걸 보고는 해발 4~5000m의 롯지들이 합판 한 장으로 지어져 삐거덕 거린다는 소리를 누가 함부로 지껄일 수 있을까...

심지어 난방이 안되냐는 소리까지.....

 

아!!

바보 멍청이 미련퉁이....

 

 

 

 

드디어 로부제에 도착했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 냇가(?)에는 트래커들이 해 널은 옷가지들이 가득하고, 그드로 목욕재개를 해서 때깔이 얼마나들 좋은 지, 화색이 만연하다.

 

엊그제 진눈개비를 맞으며 꽁마라를 너머 로부제에 도착했을때의 그 한기를 생각하면 오늘은 얼마나 날씨가 좋은 지, 따듯함 마저 느껴진다.

 

해발 4900m가 넘지만 오늘은 날씨도 따듯하고, 고도도 5,550m에서 4,900m대로 내려왔으니, 코인티슈 6개로 샴푸까지 하며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얼른 털모자를 썼지만 젖은 머리 때문인 지, 갑자기 해가 떨어져서 인 지 숙소의 기온도 뚝 떨어지고 온몸에 한기가 덮쳐오는게 수상쩍다.

 

에공~~~

아직도 또 정신을 못차렸어~~ 

 

짐을 정리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핫팩을 모자속에 넣고 침낭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이내 온 몸에 따듯함이 감돌면서 조여오던 머리가 괜찮아진다.

 

 

밤이 되니, 다시 추위가 몰아 닥치며 언제 낮에 그리 따듯했었냐 싶게 얼어 죽을 만큼 추웠다.

집어 넣었던 패딩을 다시 꺼내 덧입고, 양말도 두켤레 신고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어제 로체 원정대팀에서 얻어온 스팸요리...브로컬리 볶음과 감자국과 김치, 밑반찬류....

오랫만에 저녁을 꿀맛을 느끼며 먹어치웠다. 

디저트로는 망고 통조림이 나왔다.

순간 내가 무심코 트래킹중에 내 뱉었던 말이 떠올라 쪼들리는 경비로 진행하시는 대장님께 죄송한 맘이 들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무심코 제법 큰 소리로...

"아~~ 과일 먹고 싶다~" 고 한 말...

 

내일은 종라로 간다.

종라는 롯지가 한두개밖에 없어 오늘 포터 한 명을 미리 보내 숙소를 예약하게끔 했다.

내일도 날씨가 요근래 처럼 좋기를 기대해 본다.

우기가 확실히 끝났음을 믿고 있지만...

 

피곤이 몰려든다.

어제도 EBC까지 거의 왕복을 두번 했으므로 많이 걸었고, 오늘도 새벽 7시에 출발해 제법 많이 걸어서 인 지....

어젠 감기기운이 있는것 같아 약을 먹고 아주 푸욱 잤었는데, 오늘도 푸욱 잘 수 있을것 같다.

오늘도 꿈을 꾸지 않기를...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제5번 마단조 Op.64  

1 악장 Andante - Allegro con ani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