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24.쿰부히말/감동의 에베레스트 BC에 오르다 (1)

나베가 2014. 2. 2. 16:21

 

 

 

 

 

 

 

별체에 있는 우리 방안에서 보이는 풍광은 믿을 수가 없는 풍광이었다.

 

쿰부체,창체,로라,웨스턴 쿰,눕체....모든게 한 눈에 들어왔다.

아니, 마치 눕체가 코앞에 있는 양...

아니, 이건 뭐 이곳이 베이스캠프가 아닌가...싶을 만큼 모든게 그 안에 다 있었다.

몇 발자욱만 걸으면 눕체의 저 어마 어마하게 쏟아져 흘러내리는 아이스 폴에 다다를것만 같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방에 들어와 한 숨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모든게 아름다운 꿈결같다.

침낭속 포근함도...

이제는 정말 끝났을것 같은 지긋 지긋한 우기도....

그래서 이제부턴 우비도, 배낭커버도 필요없을것 같은 기분...

 

 

 

 

 

 

 

저녁으로 물소 스테이크를 먹었다. 약간 질긴 맛은 있었지만 맛이 괜찮았다.

더불어 시킨 감자 칩과 모모,야채 수프,감자볶음까지....

우리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펨파와 왕다를 보니, 넘어가질 않아 그들에게 반 이상을 나누어 주고는 커피 한 잔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저녁이 되니 몹시 추었다.

역시 해발고도 5,140m의 위력은 대단했다.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 이빨을 닦을 여력도 없다. 죽염으로 대충 닦아내고,코인 티슈 몇장으로 세안하고 침낭속으로 잠수했다. 롯지에 있는 두꺼운 이불까지 덮었어도 얼굴에 한기가 느껴진다.

 

다시 일어나 히말라야 패딩까지 덧입었다.

극지역에서 입는 내의에 패딩바지,털양말,몽글 몽글 셔츠에

 

히말라야 패딩에 털모자까지 썼으니, 이건 뭐 캠프지에서 자는 복장....아니지 그보다 더 두껍게 입은거지.

이불까지 덮었으니까....

 

 

 

 

 

 

 

 

밤새 바람이 불었다.

낮잠이라고 표현하기도 뭣한...거의 4시간을 잤더니 밤새 잠을 설친건 지....

언뜻 언뜻 눈사태가 난듯한 무너지는 소리도 들리고...

마치 태풍이라도 불어 닥친 듯...주변 모든게 휩쓸리는 듯한 심란한 소리들에 결국은 잠에서 깼다.

 

이젠 우기 끝....

파아란 하늘에 찬란한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장엄한 설산들은 눈이 부셔 진한 썬그라스를 쓰지 않으면 감히 바라도 볼 수 없을....

그런 날씨를 꿈꾸었거늘....

예사롭지 않은 날씨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침 8시에 출발하려던 시간을 10시로 늦추었다.

새벽같이 출발했던 다른 트래커들이 결국은 바람때문에 되돌아 왔다고들 한다.

 

그래도 창밖을 보니, 그 세찬 바람을 뚫고 칼라파타르로 오르는 트래커들이 보인다.

 

그렇겠지~

일정을 소화해내야만 한다면 여기까지 와서 칼라파타르에 오르지 않고 간다는건 억울해서 안될거야~

소용돌이가 몰아치지 않는 한....

 

 

 

 

 

바람이 잦아들기를 바라며 방에서 쉬고 있는데, 헬기 소리가 또 요란하게 울린다.

 

"아!! 밤새 또 누가 고산증에 시달렸나보네~

 매일같이 헬기가 뜨네~

그래도 이렇게 바람이 심한데 헬기가 뜰 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야~"

 

 

 

 

 

 

 

시간이 흘렀지만....

바람이 잦아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롯지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합판이며 바구니....등등 모든 것들이 사방으로 날아 다니며 부딪는 소리가 요란했다.

 

심란한 맘으로 있는데,

왕다가 9시 반쯤 방으로 왔다.

그냥 출발한다고....

 

 

 

 

 

 

 

 

 

 

 

 

 

 

 

 

 

 

 

 

 

 

 

 

 

  

대장님도 밤새 컨디션이 안좋으셨는 지, 아침 식사로 오트밀을 먹었는데, 점심도 간단히 초코칩과 다이제스티브, 약간의 간식만을 챙기라 하셨다.

이걸로 영양이 될까....싶었지만...고산에선 과식보다는 적게 먹는게 낳으니까....

 

바람은 몹시 심하게 불었지만 상대적으로 시야는 기막히게 좋아서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는 그야말로 판타스틱했다.

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배낭은 왕다와 펨파가 매고, 우린 카메라만 간단히 패딩속에 집어넣고 출발했다.

 

모든것이 바로 코앞인것 같은데도 베이스캠프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방앞에 바로 닿을것 처럼 보였던 눕체가 가도 가도 그대로라는 것....ㅎㅎ

 

쿰부 빙하를 바로 옆에 끼고 걷자니, 쩍 쩍 벌어진 빙하가 무섭기도 하면서도 카메라의 멋진 피사체가 되니, 흥분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늘도 역시 예상 적중.....

 

대장님이 컨디션이 좋지않으시다.

 

중간쯤 가시다가  그만 두시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커다란 바위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신다고 하셨다.

 

 

 

 

 

 

 

 

 

 

 

 

 

 

 

 

 

 

 

 

 

 

에베레스트가 웨스턴 쿰과 눕체 사이로 아주 쬐끄맣게 하얀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웨스턴 쿰(6,969m)과 눕체(7,855m)보다 훨씬 얕고 작아 보이지만.... 세계 최고 높이의 에베레스트는 8,848m 나 된다.

 

 

 

 

 

 

 

 

 

대장님을 뒤로 하고 우리끼리 베이스캠프 뷰포인트까지 갔다.

쿰부체와 로라,웨스턴 쿰 아래로 거대하게 흘러내리는 아이스 폴이 어마 어마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 아래로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간 트래커들의 모습이 깨알만하게 보인다.

 

헐!!

하긴, 저 쿰부체( Khumbutse)의 높이가 6,636m, 창체 (티벳령- Changtse)가 7,580m,로라 (Lho la )가 6,006m, 웨스턴 쿰( Western Cum)이 6,969m....

내가 있는 곳이 5,300m....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얕으막하게 보이는데, 하물며 2m도 안되는 사람이야 당근 깨알처럼 보이겠지~

어쩌면 지금 사진 속에서는 내 눈에만 보일 지도 몰라~ ㅎㅎ

이제서야 겨우 실감이 좀 날까...

아니, 그래도 모르겠어~

저 눈쌓인 높이가 내겐 20 미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저 높이가 4~500m의 높이라잖아~

 

 

 

 

 

 

 

 

 

 

 

 

 

한 바탕 사진을 찍고는 어쩔거냐고 묻는다.

대장님께서 여기까지만 갔다가 그만 내려오라고 하셨기때문이기도 하고....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바로 베이스캠프에 닿을 것만 같은데, 왕복 2시간여가 걸린다고 하니....

 

잠시 머뭇거리는 내게 가도 좋다고...그러면 기꺼이 펨파가 함께 해주겠다는 거다.

 

그래~

추쿵에서 그렇게도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끝없이 걸었다가 발길을 돌려 나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뷰포인트서 사진만 찍고 가긴 섭섭했다.

대한민국 로체 원정대 베이스캠프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

 

나는 대장님을 만나 점심으로 쿠키를 먹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가기로 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2 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