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2008 리사이틀 <세레나타 노투르노>
로맨틱한 선율을 선사하는 봄의 여신, 그녀가 선사하는 밤의 세레나데 속으로 초대합니다.
프랑크_바이올린 소나타(Pf_김태형)
공연후기....
남편이 해외 파견근무 나가고 큰 아이도 교환 학생으로 나가 있을 때부터 일상이 되어버린 공연장 나들이가 이젠 중독이 되어버려 좀체로 줄일 수가 없게되어 버렸다. 언제 예매를 해놓았는 지.... 그저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진 대로...그것도 모자라서 매일 매일 핸드폰 알람이 착실한 비서처럼 알려주어 헐레벌떡 공연장으로 뛰어가는 횟수가 점점 늘고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피곤에 절어서 '왜 내가 이 피곤에 절은 몸둥이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여길 와 앉아있는가!!' 한탄을 할때도 있다. ㅎㅎ
진한 커피 한잔을 마치 마약처럼 마시고는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언제 피곤했었는가 싶게 금새 연주자에, 음악에 빠져들며 주절댄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삶의 에너지!!" 중독....!!
암튼... 언제나 그렇듯이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면 집안 행사도 많고 나들이에 그 어느때 보다도 공연도 풍성해서 즐거운 비명에 쌓여 지내게 되는거 같다. 이번주는 급기야 심한 두통으로 거금(?)짜리 오페라 <투란도트>표를 그냥 날려버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야 말았었다. 끙끙 알아 누워 있으면서도 담날부터 19일까지 주욱 줄서있는 공연 나들이를 어찌할까 싶어 한심스러웠는데... 그래도 금새 몸을 추스려 담날 피찌감독의 오페라 <아이다>와 그 담날 아람에서 있었던 오페라 <리골레토>까지 무사히 보고, 토욜 남편의 낚시터 나들이에 합류까지 했다. 물론 나는 낚시터를 벗삼아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것이다. 아카시아 꽃이 만발한 굽이치는 산허리들 사이에 있는 잔잔한 저수지의 풍경은 가히 환상이다. 그렇게 초록이 나를 감싸주다, 어느 순간 어둠이 잦아들때의 그 어슴푸레함이.....나는 그렇게 멋질수가 없다. 저수지에는 한순간에 별이 초롱 초롱 떠있듯 불밝힌 찌들이 너울 거리고... 깜깜해진 저수지 안에는 주변 풍경이 그대로 담궈져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휘영청 밝은 달빛이라든지...<낚시하기에는 악조건이라지만...> 아님 칠흙같이 까만 어둠속에서 총총 수없이 박혀 조금 뒤엔 그냥 떨어져 내릴것만 같은 별들의 축제랄지...
차창으로 펼쳐지고 있는 그 향연속에서 ....차안에서의 나홀로 음악 감상은 그저 꿈결속에 있는 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토욜을 보내고.... 담날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뚫고 또 그 머언 길...성남아트 센타까지 가서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공연을 보고 왔으니, 오늘 이 <김지연>의 공연을 왜 예매를 했는 지...야속한 맘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취소 시간은 지났고, 잠시 누구에게 줄까나...유혹도 있었지만, 어짜피 오늘 강남에서 볼일도 있으니... 에라 그냥 부딪혀 보자...하고 집을 나섰다. 볼일을 보고나서 공연시간 까지는 꽤 시간이 남을거라 예상하고 읽을 책거리까지 준비해 나갔건만, 예상외로 일이 늦게 끝나서 커피 한잔을 겨우 마시고는 공연장으로 급히 올라갔다. 발코니 직원들이 밝은 미소가 나를 반겨주었다.
"오랫만이네요~" '아니, 이렇듯 중독이 되어 미친듯이 공연장으로 출근을 하는데....오랫만이라니....' 크레디아 주최 공연을 그렇게 안갔나?? 생각하며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요즘 신예 연주자들은 또 얼마나 훌륭한가~ 오늘 반주를 맡아줄 <김태형> 연주도 듣고 싶었는데...잘왔다~ 싶은 맘으로 금새 변해 있었다.
첫곡...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잔잔히 홀을 에워쌌다. 김태형의 감미로운 몸짖이 ...어떻게 저 나이에 저토록 작곡가의 맘을 읽어낼수 있을까..감탄을 하는 사이 너무나도 감미롭고 아름다운 곡이 삼성에서 제공받은 1708년작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 <엑스 스트라우스>에 의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지연의 인터뷰에서 처럼 <유진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헌정한 이곡은 전체가 사랑의 표현이라고... 1악장은 사랑의 미묘한 느낌이고 2악장은 사랑의 열정, 3악장은 사랑의 아픔, 4악장은 드디어 사랑의 기쁨이라나.... 오오~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다른 소나타와는 다른 첫 악장의 그 사랑의 미묘한 느낌이 너무나 좋다.
연기자들이 맡은 역할에 완전 몰입하여 바로 그 사람이 되었을때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듯이 연주자들도 작곡가가 그 곡을 썼을때의 상황이라던가 내용을 완전히 읽어냈을때 깊은 감동을 줄수 있다는건 어쩜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테크닉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런 감성이 성숙의 단계에 접어든 김지연은 환상적인 스트라디 바리 바이올린으로 기막히게 연주해냈다. 김태형의 감미롭고도 열정적인 연주도 좋았다.
연주가 끝나고 둘이서 손을 꼬옥 잡고 인사를 하는데, 김태형이 대 선배님의 손을 불끈 움켜 지는 모습이... 오늘 연주가 너무 좋았다라고...감격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대뒤로 나가면서 김지연도 김태형의 허리를 툭툭 치면서 역시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인터미션때는 2부 공연을 위해서 피아노는 치우고 퍼쿠션, 마림바...등을 내놓고, 현악 앙상블을 위해서 의자와 보면대를 주욱 배치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생각보다 김지연외의 출연진이 많은것에 짐짓 놀랐다. 그리고 이어진 2부 공연... 1부때 입고 나왔던 빨간 드레스 보다 훨씬 아름다운 하얀색 드레스가 바닥에 깔린 조명의 불빛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가벼운 곡들이라고...생각했었는데... 또다른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와 어우러진 앙상블은 전혀 다른 쇼챙을 들려주었다. 토셀리의 세레나데에선 퍼쿠션,더블베이스와 기타까지 합류하여 보사노바 풍으로 연주를 했는데, 나는 그들이 춤을 추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순간, 연주는 정말 온몸으로 하는것이구나~생각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것을 그래도 연주하는 거라고...
모짜르트의 세레나데.. 하이든의 세레나데.. 너무나 예쁜 앙상블...실로폰과 트라이앵글의 소리가 어쩌면 저렇게도 빛을 낼까...생각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곡 전체를 통해서 어쩌면 어느것 하나 튀지 않고 바이올린의 빛을 저렇게 발하도록 받쳐줄까.... 참 아름답다~고 계속 되뇌였다.
드디어 마지막곡...슈베르트의 <밤과 꿈>이 연주되었다. 기타곡으로 꿈결같은....너무나도 익숙한 곡을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이 어떻게 연주할까...내심 기대가 되었다. 30여년이 어느새 훌쩍 넘어버린 학창시절때 예술제때 무용곡으로 처음 접했던 꿈결같은 곡 <밤과 꿈> 역시 먼저 기타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어 바이올린과 현악 앙상블이 합세해서 만들어 낸 <밤과 꿈>은 이제까지 내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던 아름다움에 또하나 더 아름다움을 얹어놓았다. 바이올린의 끊어질듯한 고음의 아름다움이.... 오옷~소리와 함께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김지연의 말이 스트라디 바리우스는 파워풀하면서도 새침한 매력이 있으며 무한대의 깊이...다이내믹 레인지가 끝이 없었다고.... 아마추어인 내가 들어도 아찔한데, 이 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느끼는 감동과 흥분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앵콜 연주로 시크릿가든의 <어느 10월의 멋진 날에>를 연주했다. 바닥에만 깔렸던 조명이 한순간에 벽 전체에 깔리면서 그와 어우러진 현악 앙상블의 앵콜곡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어제 성남아트홀까지 가면서 내내 들었었는데...김동규의 노래로... 정말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움 속에 빠뜨린 공연... 맘같아선 한 3곡쯤 앵콜곡을 연주해 주었더라면 ....더 큰 감동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조금은 섭섭한 맘이 들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찬공기가 마치 한겨울 처럼 옷깃 사이로 스멀거리며 들어왔다. 총총걸음으로 아파트 숲길을 걷는데, 느닷없이 팜플릿에서 읽은 '성숙'이라는 말이 떠오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연주후 사람들에게 '테크닉이 대단했다. 최고였다!' 이런 평을 듣던 나이는 지났다 테크닉의 완성은 음악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일 뿐이다. 진정 성숙한 음악인이 되려면 그 위에 한 겹, 두 겹, 세 겹...여러 겹의 감성을 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것이 어쩌면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닐까...생각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욕심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감성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져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 단순한 나이때문은 아니고, 성숙해 가는것이라고....
<2008.5.20. 밤새 오늘의 연주곡을 들으며 후기를 쓰다.베가.>
I. Allegro ben moderato II. Allegro III. Recitativo - Fantasia IV. Allegretto poco mosso Violin: Gidon Kremer Piano: Martha Argerich Recorded: March 9, 1989 2악장 (Allegro) Christianne Stotijn - mezzo sop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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