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8년)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김선욱 협연)/2008.3.25/예술의전당

나베가 2008. 1. 15. 03:17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김선욱 협연)
                                                   공연장;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기간;2008.03.25 ~2008.03.25

 

 

공연후기......

올해는 너무나 긁직긁직한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 작년 말...올해의 스케쥴들을 이쪽 저쪽 홈피에서 확인하면서

클럽 식구들은 난리가 났었었다.

하나는 너무나 흥분되서였고, 또하나는 주머니 사정때문이었다.

2006년 10월,11월에도 그랬었다.

세계의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줄을 잇고 찾아왔었으니까...

주머니 사정이야 어땠었든 매니아들은 연일 공연장을 누비며 즐거운 비명속에 살았었다.

올해도

얼마전 있었던 런던 필을 필두로 오늘 BBC필하모닉 ...

그리고 올해의 최고봉...베를린 필하모닉까지....

개인 연주자의 내한공연은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르치를 비롯 더욱 더 화려하다.ㅎㅎ

 

오늘은 이 대단한 오케스트라에 우리의 자랑스런 김선욱의 협연이 있는 날이니

그렇게 내집 드나들 듯 다니는 예술의 전당일지라도 설레는 마음이 더 심해졌다.

프로그램도

<베토벤 피협 3번>이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다.

얼마전 있었던 런던필의 프로그램도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이었었는데 말이다.

차이코프스키 자신도 이곡을 두고 자신의 일생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했던 이 작품을 연속해서 굵직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이 흐른다.

시작부터 껑충 껑충 뛰다시피 지휘하는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때문에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힘차고 일사불란한 소리는 켱쾌함 그 자체였다.

타악기가 총동원되는 음악때문이기지도 하지만 어찌나 파격적으로 지휘를 하는 지...

지휘자가 내는 소리와 호흡이 합창석에까지 훤히 들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커다란 그의 눈망울은 튀어 나올듯 했고, 그런가 하면 또 손가락 움직임의 부드럽기는 춤사위 같았다.

그렇게 글린카의 서곡은 그의 큰 호흡 소리와 함께 끝을 맺었다.

 

이제

자랑스런 <김선욱>의 베토벤 피협 3번 연주를 들을 차례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서주가 무대에 깔리고.....그의 온몸은 오케스트라 선율에 맡겨져 흐름을 실는듯 했다.

그렇게 기인 서주가 지나고 드디어 그의 손은 건반 위를 누비기 시작했다.

너무나 서정적이면서  때로는 격정적이고...

그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자신감 넘치는 터치와 한없이 빠져드는 감정은 그의 손끝을 타고 그대로 전달되었다.

나는 그의 숨결까지도 잡아보고 싶어서 합창석에 앉아서도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눈빛과 꽉 다문 입술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강한 투지와 천재성이 번뜩였다.

어쩌면 저 나이에 저렇듯 대 작곡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표현해 낼수 있을까....

놀라움과 함께 어쩌면 음악 영재들은 일반인들 보다는 다른 감성을 타고난 것은 물론이고 훨씬 조숙하고,

어쩌면 나이를 초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가  그 어린 손녀뻘인 <장한나>를 감히 친구라고 표현했듯이 말이다.

 

망원경 렌즈에 잡힌 <자난드레아 노세다> 얼굴은 마치 폭포수 처럼 땀이 흘러내렸다.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지휘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의 옷은 다 젖을것만 같았다.

선욱의 얼굴에도 온통 땀범벅이다.

 

2악장의 감미로움이 그의 온몸을 실어 전달되었다.

1악장을 칠때와 어쩌면 저렇게도 표정이 다를까....

꽉 다물어졌던 그의 입술과 표정...그리고 그의 손은 너무나 섬세하게 피아노를 누볐다.

마치 그 스스로 베토벤이 작곡했던 당시의 감정속으로 빠져들은것만 같았다.

 

3악장에서의 아름답고 현란한 오케스트라와의 대화는 그야말로 빛을 발했다.

그의 피아노 선율과 목관 악기들의 아름답고 섬세한 대화는 얼마나 매혹적인 지....

그런가 하면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오케스트라 사운드 역시 압권이었다.

피아노 소리를 완벽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적으로 합창석 G블럭에 앉아서 이처럼 피아노의 선율에 감동 받기가 쉽지 않은 터였기 때문이다.

큰 감동속에 1부가 끝났다.

 

이제...

언제 들어도 감동적인 비창을 들을 참이다.

참으로 2부가 시작되기 전...이런 안내 멘트를 들은 적이 언제였든가~~

"비창 교향곡은 전 악장이 4악장이며, 악장간 박수는 삼가해 줄것과 연주가 끝나고 곧바로 박수를 치지 마시고

마지막 4악장의 여운을 충분히 느끼신 다음에 박수를 치시기 바랍니다." ㅎㅎ

그도 그럴것이

2주전 런던 필하모닉 공연때 3악장이 끝나고 역시 열정적이었던 지휘자 <유로프스키>의 두팔이 하늘을 향해 꽂혔을때

박수 갈채와 함성이 예술의 전당에 가득했었다는게 아니겠는가~

Box석에 앉았던 난 유로프스키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합창석에 앉았던 클럽식구들 말이

유로프스키가 안타까워 어쩔줄 몰라했다는....ㅉㅉ

나 역시 이 수습이 안되는 상황에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았었다는게 아닌가!!

 

모르는 사람들은 거 박수친게 뭐 그리 연주에 방해가 된다고...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곡 조차도 초연당시 객석의 반응은 시큰둥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곡을 발표하고 나서 9일뒤에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떠나고 이곡이 추모곡으로 연주되었을때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열광을 했다고 한걸 봐도

음악에서 흐르는 그 느낌, 분위기를 깨지 않고 그대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수있다.

 

암튼...오늘은 지난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터...기대를 하며...

 

 

파곳의 선율이 깊은 어두움을 두르고 무대를 메웠다.

이렇게 파곳의 연주가 멋지게 심금을 울리는 곡이 또 있을까...

아다지오로 아주 고요하게 시작되는 이 곡은 적막감을 넘어 시작부터 내면 깊숙이 슬픔이 침투해 들어왔다.

 

슬픔을 승화시키지 못하면 인간은 견딜 수 없다고....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은 이러한 슬픔을 마치 하늘로 날려 보내듯이  뭉게 구름이 되어 훨훨 날려 보냈다.

 

이제  그 문제의  3악장..

격정이 극을 향해 내달아 마치 멈출 수 없는 롤러코스트를 탄것 처럼...

그래서 때론 몰라서 라기보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 격정에 휘말려 박수를 치고마는 3악장이 시작되었다.

자난드레아의 몸짓은 격정 그 자체였다.

땀은 이미 폭포가 되어 그의 거친 호흡소리에 실려 펑펑 물방울을 사방으로 튀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멈출것 같지 않은 타악기의 행렬....

 금관악기의 우렁참에 실려  예술의 전당이 통째로 어디론가로 실려나가 표류할 것만 같은.....

이 격정을 어찌할 수 없는 지휘자아래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을 비롯, 어쩌면 객석까지도 함께

몸부림을 쳤는 지도 모르겠다.

 

격정이 거대한 해일 처럼 휩쓸고 지나간 .....

그래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를 쓸쓸한 한 줄기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 듯,

그렇게 4악장이 가슴을 밀고 들어왔다.

슬픔이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된 것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아~~ 말러.........

말러의 곡들도 이렇듯 격정적이었다가 초절정의 고요가 물밀듯이 들어오지.......

에이는 가슴을 안고...수십번 수백번....아니 밤을 꼬박 세게 만들었던 말러의  아다지오....

어느 까페에서 음악감상 공지를 띄워 보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그래...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듣는것인 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깊은 내 심연에서 부터 올라와 나를 감싸고 있는 것들...

그 무한의 세계에서 보이는 것들....

절망과 상실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삶의 희망을 느끼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감성을 깨워 용솟음 치게 만드는

바로... 음악이 아닐까.....

 

지휘자의 두 팔은 위로 올려진 채 그대로 멈춰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몸짓도 그대로 멈춰있었다.

객석은 숨조차 쉴수 없이 그대로 멈춰있었다.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춘것 처럼...

 

자난 드레아 팔이 내려오고, 객석은 환호로 뒤덮였다.

감동이 목젖을 넘어 밖으로 토해지고,가슴은 뜨거움으로 활활 타 올랐다.

 

서곡부터 껑충껑충 뛰며 온몸으로 지휘를 했던 <자난드레아 노세다>의 옷은 이미 다 젖어 있었다.

음악의 힘이 아니었다면 2시간여를 저렇듯 격정에 휩쌓여 지휘에 몰입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평생에 몇번 경험할 수 없는... 격정을 맛보았던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글린카 /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Peter Tchaikovsky (1840-1893)
                 Symphony No.6 in B minor Op.74 "Pathetique"
                  교향곡 제 6번 b단조 작품 74 "비창"



제1악장 Adagio - Allegro non troppo [25:12]
Conductor Sergiu Celibidache
Munchner Philharmoniker




2악장 Allegro con grazia

 

 

 3악장 Allegro molto vivace

 

 

 

 4악장 Adagio lamento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