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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드 / 이탈리아 지휘자가 화낸 까닭은?/2007.10 리허설

나베가 2007. 10. 6. 13:53
이탈리아 지휘자가 화낸 까닭은?
오페라 ‘맥베드’ 리허설서
베니니 “경험 미숙” 쓴소리
헤쳐모여식 구성이 연습 장애
한겨레 이재성 기자
» 마우리치오 베니니
지난 2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맥베드〉 리허설이 끝나갈 무렵, 갈색 머리의 지휘자가 연습을 중단시키더니 이탈리아 말로 마구 화를 냈다. 수십명의 출연진은 제 자리에서 얼음처럼 굳었다. 리허설은 가까스로 재개됐다가 중단되기를 거듭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커튼 콜을 연습해야 하는데, 지휘자는 객석에 앉아있던 연출진을 향해 뛰어갔다. 마치 지휘하는 것처럼 손짓을 해가며 거칠게 항의한 뒤 밖으로 나가버렸다. 커튼콜 연습은 반주 없이 진행해야 했다.

다음날 밤 연습을 끝내고 나오는 지휘자 마우리치오 베니니(55·사진)를 붙잡고 화를 낸 이유를 물었다.

“무대 뒤쪽 칸막이 뒤에서 합창단이 노래를 하는데 소리가 안들렸어요. 그래서 확성기를 쓰자고 낮부터 얘기했는데 안 들어주는 거에요. 사실은 확성기를 빌미삼아 흐트러진 긴장을 다잡아보려고 그런 거지요.”

자신이 화를 많이 내면 낼수록 나중에 청중이 행복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시에 지휘자가 잔뜩 다잡고 나서야 할 사정이 코리안 심포니에 있는 듯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음악가들의 역량을 잘 알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음악 학교 수준이 굉장히 높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케스트라의 오페라 경험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자질은 좋은데 뉘앙스를 표현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할까요?”

코리안심포니는 국내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로 꼽히는 실력있는 단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베니니의 말마따나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하고 각종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 아닌가?

“이태리를 포함한 유럽 나라들은 국립극장 산하에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이 모두 함께 있어요. 각자 따로 공연을 하기도 하지만 오페라를 올릴 땐 다 함께 참여하죠.”

이에 반해 우리는 모두 흩어져 있다. 유일한 국립오케스트라인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은 오페라 반주를 하지 않는다. 국립오페라단이 민간 단체인 코리안심포니와 공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코리안심포니의 형편이 어렵다는 점이다. 돈을 벌려면 이런저런 공연 일정을 빡빡하게 잡을 수밖에 없다. 클래식계에서는 이를 ‘앵벌이’ 공연이라고 부른다. 베니니가 지적한 ‘경험 부족’은 결국 ‘시간 부족’을 의미한다. 국립합창단이나 국립발레단도 전속 단체가 아니다보니 오페라단과 함께 공연하지 않는다. 공연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다국적군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극장이 밤 10시면 문을 닫아 연습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점도 불편하다. 공연은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