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날....
7월 31일 까지 마치 전투장에 나간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살은거 같다.
아니,8월 2일. 큰애를 교환학생으로 떠나 보내기까지...
아니지~2일날 마르첼리나 시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암센타에 가서 2번의 연도와 장례미사,
4일.장지까지 가서 그 뙤약볕 아래서 예식이 다 끝날때까지 서있다가
레슨시간에 늦을까 맘졸이며 달려와 레슨.
5일날,
대지를 달굴듯 뜨거운 태양아래, 나는 그 태양이 어느사이 넘어갈까...
정신없이 침대시트, 베게, 그 많은 쿳션(나는 안락함이 좋아서 커다란 쿠션이 수도 없이 많다^^)
장농속 깊숙이 있는 두꺼운 겨울 의류들을 베란다 창가 햇볕에 내다 펼쳐놓고 거풍을 했다.
그 어떤 탈취제와 방습제...이런것들 햇볕하고는 게임이 안된다.
햇볕에 따끈 따끈해진 솜털처럼 가벼워진 그 느낌....
그 느낌 그대로를 반듯하게 정리해 놓고 나면
온몸에 줄줄 흐르는 땀쯤이야 샤워하고 냉커피 한잔이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에어컨까지 켤 필요도 못느낀다.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타고난 주부구나!' 그런 허잡한 생각에 웃음까지 짓게 만들곤 했다.
그러다 보니, 또 오늘도 여지없이 뜀박질...
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예술의 전당 그 기인 계단들을 달려서 올라가니,
공연 시작 10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분수대 앞 광장엔 사람들로 빼곡했다.
무슨일일까...잠시 스쳤을 뿐 정신없이 티켓부스를 향해 돌진했다.
겨우 자리를 찾아 앉으니, 집에서 일할 때보다도 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객석을 잠시 둘러보니, 거의 합창석까지 만석이다.
이내 들어서는 연주자들.
무대위는 누구 하나 더 올라설 틈도 없이 꽉찼다.
단원이 10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드디어 지휘자 정명훈이 들어섰다.
객석은 일순간에 그를 환호하는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했다.
이제 고국에서도 그의 입지가 확고해 진것 같은 느낌이다.
단상에 올라서자 마자 지휘는 곧바로 시작되었고,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프롤로그가 관악연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합세한 대규모의 현악파트....
나는 순간 바다의 거대하게 밀려드는 ....아직 부딪히지 않은...파도가 생각났다.
그렇게 다가온 거대함은 공연 내내 지속되었다.
물밀듯 밀려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웅장하게 깔려드는 베이스....간간히 바이올린, 첼로 독주...
쉴새없이 연주되는 관악파트...
그 무엇보다 내 시선을 잡아맨건 타악기 파트였다.
그 어느때보다도 꽉찬 수없이 많은 타악기들...드럼까지..
한 연주자가 여러개의 타악기를 연주하느라 분주해 보이기까지 한...
트라이앵글도 크기가 다른 2개.
마림바와 실로폰(?)이 타악기의 현란한 연주로 시끌법적할만 하면 나타나 청명함을 주고 갔고,
작은 북의 쉴새없는 연주, 심벌즈의 화려함(?) 큰북, 팀파니, 탬버린,그외 이름도모르는....
나는 여지껏 그렇게 많은 타악기가 그렇게도 쉴새없이 연주되는 걸 본적이 없는거 같다.
여늬땐 눈에도 띄지 않던 탬버린 연주가 그렇게도 많이 연주되는 것을 보면서
순간 아득하기까지 한 아들녀석의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했다.
유난히도 피아노 배우기를 싫어했던 아들녀석에게
그래도 악기 하나는 해야 한다고 했더니,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꺼낸 말~
"엄마, 그럼 나...탬버린 할께요."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일순간에 집안은 폭소로 가득했었고, 두고 두고 그것은 울 아들의 명대사 되었다.
후후^^*
나는 근래에 들어서 타악 연주자들에게 매료당하곤 한다.
다른 악기들 처럼 멜로디를 타고 쉼없이 연주되는 것도 아니고, 지리할 정도로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에 짠~하고 나타나 연주하고 사라지는...
모든 연주자가 다 그렇지만 왠지 내가 생각하기에 이 타악주자들은 한치의 실수도 없어야 될것
같아서 맘이 조려지기까지 한다.
일순간에 워낙 크게 ..단 한번의 연주로....
팀파니 연주자가 연주뒤의 북을 마치 온몸으로 쓸어담는 모습은 차라리 화려하게 연주할때보다
오히려 더 짜릿하기도 하다.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악기의 어느부위를, 어떤 채로, 얼마나의 세기로, 어디까지의 잔향을
잡아야 하는 지... 가끔은 치고 나서 얼마나 잽싸게 북의 울림을 감싸서 막는 지....
정말 신비로움에 빠질때도 있다.
팀파니 뿐만이 아니라 모든 타악기가 다 그렇다.
특히 오늘 연주회는 그들에게서 좀체로 시선을 뗄수 없을 만큼
그 어느때 보다도 화려하기까지 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시작한 타악기의 화려함은 2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선
드럼까지 합세해 더욱 현란했고, 라벨의 라발스까지...아니, 앵콜곡 2곡중에서 마지막 한곡까지
타악연주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물론 다른 악기의 현란함도 당연했지만...
공연은 끝이났고, 객석은 환호 소리가 벅찰정도로 울려퍼졌다.
정명훈도 크게 만족한 듯 가슴을 쓰다듬으며 두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객석을 더 감동으로
몰아갔다.
일일이 오케스트라 단원속으로 들어가서 힘들었던 관악 주자들 하나 하나를 지목하며
박수를 보냈다.
타악 주자들로 옮겨갔을 때 객석의 환호는 더없이 크게 반응했다.
나도 소리를 치며 환호해주었다.
앵콜~ 앵콜~
우리는 무려 2개의 앵콜을 들었다.
정명훈의 이끔도 있었지마는 객석의 전원 기립 박수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연주도 연주였지만, 아시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화합의 향연이었다는것이
그 무엇보다도 오늘의 감동에 의의가 컸다고 본다.
함께함...
아름다움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이끌어내는 감동....
공연장을 나오니,
입추의 여지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 마치 야외 공연장에 온것만 같은 착각이 들정도였다.
가까이 다가보니, 아예 돋자리까지 깔고 앉아서들 있었다.
그제서야 그들이 공연을 보러 온것이 아니라,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피서(?)를 온것이란걸
눈치챘다.
그렇지~
더없이 야경이 아름다운 예술의 전당.
앞에는 우면산으로 , 그앞에는 아름다운 노래하는 분수~
그 울림마저 더없이 환타스틱하게 퍼지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이 있고.
연인들과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의 들뜸과 흥분도 있고...
무엇보다 까페 모짜르트에서 맛난 요리를 먹고,
그곳과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 퍼져나와 그곳을 가득 메우는 커피향~
아~ 정말 피서지로서 끝내주는 곳이구나~
2006.8.5.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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